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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홍 연구 쟁점은?]철학계 ‘뜨거운 감자’, 자료 제대로 정리 안돼
[박종홍 연구 쟁점은?]철학계 ‘뜨거운 감자’, 자료 제대로 정리 안돼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9.1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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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암 박종홍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다. 열암기념사업회(회장 소광희 서울대)를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이뤄지던 박종홍 연구는 서양철학 수용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치우, 신남철 등 근대 철학 초창기에 활동했던 철학자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주목받았다. 또한 박정희 정권에 참여했던 박종홍의 이력이 민주화 정권에 들어서면서 학문적으로 부담을 덜게 된 것도 배경이 됐다.

박종홍 철학이 추구했던 철학과 현실의 연관성은 철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주된 테마다. 향내적 태도로 하이데거나 헤겔 등 서양철학을 일관되게 해석했던 시도 역시 열암을 근대 철학의 독보적인 철학자로 손꼽게 했다.

그러나 국민교육현장을 기초하는 등 박정희 정권에 협조한 박종홍의 이력은 철학계에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소광희 서울대 명예교수(철학) 등은 식민지시기를 거치며 국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진 박종홍 사상이 민족주의를 내세운 박정희 정권에 참여한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란 입장이다. 반면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 김석수 경북대 교수(철학) 등은 일제시대부터 독재정권까지 독특한 논리로 시대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부응해온 박종홍 사상은 그 자체로 철학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낫다는 점에서 비판을 제기한다. 양재혁 성균관대 명예교수(철학)는 식민정책을 주도했던 다카시 도루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박종홍의 친일 혐의를 언급한다. 아직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사상이 다카시 도루의 이기론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란 주장도 일부 학자들을 통해 불거졌다.

김재현 경남대 교수(철학)는 박종홍 사상의 친일 문제를 제기 하기에 앞서 박종홍에 대한 기록과 자료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종홍 전집은 각각 1986년과 1998년, 형설출판사와 민음사에서 총 7권씩 간행된 바 있지만 있지만 박종홍에 대한 사적인 자료는 전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개된 자료의 진위여부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박종홍 연구는 2000년대 들어 열기가 다소 가라앉았지만 그 주제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최근 김항 고려대 연구교수(철학)는 박종홍을 동아시아 지식인 즉,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해석해 학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병수 건국대 연구교수(철학)는 박종홍을 철학계의 ‘뜨거운 감자’라고 정리했다. 그의 사상과 행보를 귀감으로 삼을지 아니면 반면교사로 삼을지는 현실과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는 철학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짚고 넘어갈 문제란 것이다. 박종홍 사상의 명과 암이 학계에 던진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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