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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할 지식은 유튜브에…강의실에선 반도체 부수며 생생한 실습
암기할 지식은 유튜브에…강의실에선 반도체 부수며 생생한 실습
  • 윤창민
  • 승인 2023.07.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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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㉗ 윤창민 국립한밭대 교수

 

윤창민 교수는 반도체 패키징과 관련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강의 콘텐츠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실습을 중심으로 하고 암기가 필요한 것은 언제든 학생들이 찾을 수 있도록 유튜브를 활용했다. 사진=윤창민

반도체 패키징 작업을 맡고있는 삼성전자 TSP총괄에서 2년 8개월 재직했다가 국립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에 임용된 후 맞닥뜨렸던 상황이다.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해보니 그들 중 상당수는 반도체 회사가 많은 화학공학 관련 지식을 가진 지원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필자도 처음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과정을 거쳐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게 됐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화학과 반도체가 관련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훨씬 회사에 적응하기 수월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책임급 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했지만 반도체에 관해선 기초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기에 매일 반도체 패키징에 관한 공부를 했다. 해당 분야를 공부하며 반도체 공정에는 정말 많은 화학공학과 화학 관련 지식이 필요하고 회사 안에는 생각보다 관련 전문가들이 많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필자는 학생들에게 “반도체는 화학!”이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때마침, 반도체 관련된 화공디스플레이공학을 배정받았기에 해당 과목에서 반도체의 기본 원리와 반도체 패키징에 대해 학생들에게 강의하며 반도체 관련 지식과 더불어 취업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자 했다.

토론하고 쪼개도 보는 반도체 수업

실습 시간에 윤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반도체 패키지를 쪼개며 불량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사진=윤창민
실습 시간에 윤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반도체 패키지를 쪼개며 불량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사진=윤창민

처음에는 대학에서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몰랐기에 교내 교수학습센터에서 연 교수법 관련 강의를 참고했다. 이후, 다양한 교수법 중 팀 기반학습법과 토론중심 학습법을 적용하여 ‘화학공학과의 반도체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필자는 카이스트 내 나노종합기술원의 반도체 일자리양성사업에 강의위원으로 참여를 하고 있어, 본 수업을 이론과 실습이 어우러지는 학과 내 ‘미니 반도체 일자리양성사업’으로 만들고자 했다. 

우선, 팀 기반학습법을 선택한 이유는 팀을 이뤄 학생들이 반도체 관련 회사와 직군을 조사하며 상호 간 반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팀들이 수행한 과제를 수업 종료 15분 전에 반 전체에 공유하도록 했고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하도록 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을 학기 내내 유지했고 반도체 패키지의 정의, 제조 공정, 적용 소재들에 대해 학생들이 논의하고 해답을 찾도록 했다. 

그 결과 반도체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성공적으로 증가했다. 학생들의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도는 취업 상담 건수와 강의평가 결과를 통해 가늠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학생들이 반도체와 관련된 지식을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반도체 후공정 연구실’에 관련 강의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또한, 필자는 이론 강의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직접 반도체 패키지를 쪼개보고, 갈아보고, 분석할 수 있는 두 번의 실습 시간을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실습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 반도체 패키지를 분석해 불량의 원인을 유추하도록 했다. 아울러 팀별로 반도체를 분석하며 보고, 느끼고, 배운 것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과제를 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패키지를 보호하는 고분자(EMC)의 표면에 강한 외력을 가한 뒤, 고분자를 제거했을 때 칩의 표면에 파손이 발생했는지를 물리적/화학적으로 분석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실습을 위해 필자가 직접 실험 시범을 반복해 보여주었고, 학생들은 이를 신기해하며 분석 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재미있게 실험을 수행했다.

수상, 미래, 그리고 취업

강의 종료 후 몇몇 학생들은 강의평가에서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너무 생소했지만, 반도체 분야로 취업할 때에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만큼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직접 반도체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좋았다”, “실제 회사에서의 경험과 실제 공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하다” 등의 의견이었다.

필자는 좋은 수업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수업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객관적 성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수업과 연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였다. 

우선, 본 수업에 참여했던 대학원생 조교는 수업 수기를 작성해 교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해당 수업을 통해 필자의 연구실에 학부연구원으로 들어온 학생은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한 반도체 CMP용 슬러리의 제조’라는 주제를 국제화학공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수상했다. 

윤창민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윤창민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2021년 한밭대에 부임한 뒤, 다양한 기능성화학소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2022년에 우수연구자, 우수교수상, 밀착형 충실교육 우수상의 3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삼성전자에서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관련 다양한 강의, 자문 및 면접위원으로 나노종합기술원, 한국기술교육대 교육원, 대전시 협의체 등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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