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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4)전문가 좌담, 국립중앙박물관을 말하다
특집: (4)전문가 좌담, 국립중앙박물관을 말하다
  • 교수신문 기자
  • 승인 2005.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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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 넣기 바빴던 첫 모습…전시감상 기능 강화해야

참석자: 방병선 고려대(미술사), 박은순 덕성여대(미술사), 하문식 세종대(고고학) 
사회: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정치학)
일시: 2005년 11월 21일 19시, 장소: 고려대 앞 한식집
 

사회: 새 용산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박’)은 경복궁 시절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외형뿐 아니라 내부도 상당히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관 한달 즈음 된 시점에서 총평을 간단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하문식: 경복궁 시절에는 어떤 유물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박스에 담겨진 채 썩고 있던 것들이 이제 넓은 공간을 확보해 다 풀어내지게 됐죠. 많은 유물이 복간됐고 그동안 공개되지 못한 자료들도 많이 정리될 것 같습니다.


박은순: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뭔가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첫 전시를 본 인상은 “채우는 데 바빴구나”라는 것이었죠. 그래도 예전에는 학예연구원들이 유물관리, 전시기획, 연구까지 모두 감당했는데, 이제 전시팀도 새로 생기고 유물관리팀도 독립팀으로 추친할 예정이라니 ‘국박’도 많이 세분화, 전문화 됐습니다.


방병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지만, 새 박물관에선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은 느끼기 힘듭니다. 경관을 보자면, 한쪽은 한국적인 듯하지만, 다른 쪽은 권위적이며 위압감을 줍니다. 공간이 너무 장대하게 확보된 감이 있어요. 앞으로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채워나가는가 하는 것이겠죠. 좋게 보면, 공간이 넓어졌기에 작품 특성에 맞게 공간을 찾아 전시할 여력이 생긴 것이기도 하구요.


사회: 가운데 공간을 두어 남산이 보이게 한 건 인상적이었지만, 그러나 주변경관들은 한국적인 맛이 없고, 건물 역시 우리의 것과는 거리가 멀어 한국적인 조형의식은 발견하기 어려웠던 점은 누구나 아쉽게 느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읽는’ 전시? 예술은 감성으로 느껴야…   

사회: 현재 전시방식은 어떤 것 같습니까. 교육이나 감상 면에서 무엇이 흡족하고 아쉬웠는지 논해봤으면 합니다. 또 유물의 특성은 잘 보여주는지, 미진한 점은 없는지, 전시 배치는 잘 됐는지 각 전시관마다 상황이 다를 것 같은데요. 저 개인적으로 보기엔 박물관이 딱 중고등학생 수준을 타겟으로 삼은 듯 한데요.  


박은순: 한마디로, ‘정말 교육적이구나’하는 느낌이 들었죠. 사실 박물관은 교육적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그리고 감상을 위한 심미적 기능도 배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나라 문화의 최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니까요. 그런데 새 ‘국박’은 너무 교육적인 면을 강조해 전시가 산만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방병선: 박물관 측에서 ‘전시’냐 ‘교육’이냐, 양자 중 어디에 비중을 둘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번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다보니 어중간 한 느낌을 줬죠. 그래서 몇몇 훌륭한 전시작들도 있었지만, 또 어떤 작품들은 도저히 감상이 안되고 패널(설명카드)의 내용만 머릿속에 맴돌게 되더라구요.


하문식: 맞아요. 전시와 교육을 한꺼번에 하려다보니 시행착오가 있었던 듯해요. 패널을 보면 너무 장황한 설명들이 이어집니다. ‘보는’ 전시가 아닌 ‘읽는’ 전시 같더라구요.


방병선: 교육은 꼭 박물관에서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는 겁니다. 박물관이 제 기능을 하려면 교육보다는 ‘감상’적인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죠. 교육은 사실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가능하니까요. 많은 중고생들이 전시장을 백미터 달리기 하듯 훑고 지나갑니다. 즉 문화유산을 모르고 가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래도 박물관 측에선 중간치에서 기준을 잡아야 하니까, 그쯤을 표준으로 한 것 같아요.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1, 2, 3층과 그리고 각 실별로 설명상의 차이가 있어 통일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사회: ‘많이 알아야 많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예술작품은 표현적인 것인데 말입니다. 가령 도자기관만 하더라도 뛰어난 작품들을 잘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게 중요한데, 온갖 종류의 분청사기들을 다 갖다놓은 것 같더라구요.
전시관 구성은 어떤 것 같습니까. 잘 된 것 같은지, 또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요. 


하문식: 아시아관이 마련됐지만, 비교전시는 여전히 약한 듯합니다. 사실 이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다면 비교전시만 잘 해도 우리문화의 특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을 겁니다. 배치도 문제가 있어요. 낙랑사가 아시아관에 있는 것은 정말 문제예요. ‘국박’에선 “낙랑사 유물에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해명하긴 하지만, 그러나 그런 정도로 무마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연대표에서 ‘고조선’이 누락된 것이나 낙랑유물이 아시아관에 편입됐다는 건 향후 논쟁과 시정을 거쳐야 할 문제입니다. 


방병선: 지난 경복궁 시절처럼 기증유물실을 따로 분리한 건 장단점이 있습니다. 기증유물이라 하면 우린 보통 선입견을 갖게 됩니다. ‘이게 진품일까, 아닐까’라는 생각에서부터 기증자의 약력은 어떻게 되는가를 염두에 두면서 관람하게 되죠. 또 기증유물은 건너뛰는 관람객도 많습니다. 물론 외국에서도 개별관으로 설치하지만, 오히려 일반유물과 섞어서 전시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박은순: 아시아관이 처음으로 독립된 공간을 차지한 건 의미가 커요. 그러나 내용면에선 좀 문제가 있어요. 왜 인도네시아관이 독립된 공간을 차지해야 하는지, 또 중국과 일본이 끊어지고 그 사이에 우리의 낙랑사가 들어가야 하는지는 정말 의문입니다. 물론 유물을 채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겠지만, 이건 전시철학을 의심케 하기도 하죠.


하문식: 역사관은 유물확보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도네시아까지 갔다고 하는데, 원래 인도 유물을 가져와야 하는 것이 결국 성사가 안됐다고 합니다. 불교관련 전시라면 인도 것이 빠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데 이런 교류가 성사되지 못한 건 결국 우리 문화외교가 너무 일본에 치우쳐 있고 일본과 중국에 대한 유물의존도가 지나치다는 걸 방증합니다. 사실 토기 한 점이라도 아시아 여러 지역의 것들과 비교하면서 관람하면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우린 유물외교, 박물관 외교가 너무 안 되어 있는 거죠.


방병선: 좀더 여러 국가와 상호협정을 맺어 유물을 들여와야 했는데, 한계가 컸습니다. 


하문식: 사실 이런 방법도 가능했을 겁니다. 즉 인도관을 비워두더라도 일단 만들고 보는 거죠. 그럼 향후에 인도유물을 꼭 들여와야겠다는 의지도 생길테구요. 이런 게 일종의 ‘고도의 전략’이라 할 수도 있을텐데.  
국내의 유물보완도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에 선사시대 유물이 엄청나게 많이 발굴됐어요. 국사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죠. 지금 전시된 선사시대 유물로 그 시대를 알기엔 상당히 부족한데, 빨리 발굴유물들을 정리해 선뵈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은순: 회화실과 서예실을 처음으로 분리시킨 건 정말 잘 한 겁니다. 전통미술인 서예가 일제시대 예술적 지위를 박탈당했는데, 위상을 회복한 거죠. 회화실도 몇 개의 공간으로 펼쳐져 있어서 다양한 화풍과 화가들을 만날 수 있게 됐 것도 잘 한 점입니다. 그렇기에 불교회화도 전문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된 거죠.


사회: 2~3층은 비교적 한가한데, 1층은 공간이 답답했습니다. 좁고 사람은 많고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말입니다.


하문식: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1층에는 작은 크기의 유물들을 최대한 많이 전시하고 있고, 유독 사람도 많고 패널도 많아 답답한 건 사실입니다.


박은순: 박물관 층별로 차별성을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문화에도 층차는 존재합니다. 즉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박물관이 따로 존재하듯이, 관람의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점들은 고려가 돼야 하는 거죠. 즉 층차를 인정하면서 전시를 기획하는 것과 그걸 전부 통합해서 하나로 기획하는 건 이처럼 다른 결과를 낳게 됩니다.

‘욕망의 과잉’의 철학에서 벗어나야

사회: 앞으로 박물관이 나아갈 길을 염두에 둔다면, 무엇보다 철학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렇게 큰 틀에서 논의가 된다면,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도 좀더 일관성 있게 시정할 사항들을 논할 수 있겠구요. 또 인력배치 문제도 그와 연관될 거라고 여겨집니다. 


방병선: 어떤 박물관은 1년에 기획전을 다섯 여섯번은 한다고 자랑하는데, 적어도 ‘국박’은 그런 식으론 가지 않길 바래요.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데 승부를 걸어야죠. 미래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일개 학예연구관들이 제안을 올렸을 때 받아들여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즉 한 명의 학예연구관이 ‘이런이런 기획을 하고 싶다’라고 제안서를 올리면 이를 뒷받침할 조건들이 갖춰져야겠죠. 1년에 최소 몇 회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단 한 번을 하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전시를 보여줬으면 해요.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는 피할 수 없을 문제입니다. 즉 교류팀을 강화해야하고, 또 해외에 나가서 유물을 대여해올 수 있는 전문팀이 따로 있어야 하구요.
지금처럼 고고부, 미술부, 역사부로 나누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유물은 어디 소속인지 불분명 할 때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자면, 팀제로 가야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박은순: 전체적으로 보면 첫 개관전은 ‘공공성’에 치중된 것 같습니다. 너무 친절하고 대중을 위해 양적인 면을 고려하고 교육적인 효과를 많이 의식한 듯합니다. 좀 더 긴 안목에서 봤을 때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시작품의 질적인 면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최고의 미적 감상물을 보기엔 역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하문식: 조금 다른 차원에서 말하자면, 지금 인력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국가의 정책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탓도 큽니다. 유물보존처리와 정리가 돼야만 자료가 공개될 텐데, 이것은 정책상의 결단이 내려져야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 유물이 엄청 쌓이고 있어요. 그런데 지원 인력에 대한 정책결정이 없으니 아직 정리가 안되고 있는 거죠. 사실 지금 연구원들의 숙원사업도 자료정리와 리스트 작성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 치러내느라 바쁜 거죠. 지금 들어오는 유물들도 밀리고 있지만, 옛날 것들도 아직 정리가 안됐죠. 그래서 보존의 문제도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구요. 고고유물은 이런 정리가 이뤄져야만 공개될 수 있습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국박’이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특히 지방박물관이나 사립박물관의 관계도 염두에 두면서 말입니다.


방병선: ‘국박’은 우리가 모르는 미래의 어떤 길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요컨대 다른 박물관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최고의 전시를 보여줘야 하고, 또 지방박물관에서도 할 수 없는 중앙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겠죠. 물론 해외교류전과 비교전시도 잘 감당해야죠. 차별화된 정책과 기조는 기본입니다. 지금 ‘국박’은 공연장과 휴식공간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말 복합을 이뤄내야 하는 건 오히려 박물관 내부입니다. 지금처럼 바삐 떠밀려 전시하다보면 결국 ‘비빔밥’ 밖에 안 될 수도 있어요.
물론 나라를 대표한다고 해서 모든 걸 다보여줄 순 없습니다. 지방박물관들도 많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고, 또 그들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대표적인 작품들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굳이 교육적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경우라면 다른 테마 몇 개를 첨부해서 그 기능을 감당하면 되는 거구요.


하문식: 하지만 ‘국박’은 대중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요. 물론 리움 미술관처럼 고급화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대중적 기능을 의식해야 할겁니다. 가령 유물 수를 반으로 줄여 좋은 것들만 전시한다면 분위기야 살겠지만, 일반 대중들은 ‘국박’은 대중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방병선: 물론 박물관이 접근성에 있어서는 ‘대중적’이어야 하겠지만, 안의 내용물은 이른바 ‘귀족적’이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비용의 문턱도 없어야 한다는 점에선 ‘대중적’이어야 올바르지만, 내용을 대중화해야 한다는 건 아니죠. 즉 대중들도 고급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역할을 박물관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은순: 그렇죠. 길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를 너무 강제적이거나 효용적인 면을 강조해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경우 학생들은 박물관 한번 다녀오고 마치 대한민국 문화재를 다 봐버린 걸로 생각할 우려도 있으니까요.


하문식: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역사유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던 터에 역사실을 잘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또 여태 관심 갖지 않았던 근대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도 박물관이 관심을 기울여 가야 할 것입니다.


사회: 오늘 다들 귀한 시간 내셔서 좋은 말씀 많이들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리: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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