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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루소
노자와 루소
  • 이지원
  • 승인 2021.08.26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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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 지음 | 지식산업사 | 584쪽

 

새로운 형식으로 읽는 무위자연

: 왜 루소는 노자를 만났는가

 

노자와 루소가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철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정세근 교수가 이 상상을 현실로 바꾸었다. 그는 81개의 막으로 두 현자를 무대 위에 올리고 훈수꾼으로 등장해 추임새를 넣는다. 먼저 나온 속편 『노자와 루소, 그 잔상들』이 아포리즘(경구)이라면 이 책은 『도덕경』이라는 끝없는 동굴을 깊숙이 탐사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나이 지긋한 노자와 패기 넘치는 루소의 ‘수다’는 진지하면서도 흥미롭다. 두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자연, 공간과 유무, 존재에 대한 동서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동일률, 모순율 등 무無를 인정하지 않는 서구 사고와 달리, 왜 노자는 ‘없음’, ‘비움’, ‘덜어냄’을 강조하는지를 노자 자신의 육성으로 들려준다. 무위無爲, 무명無名, 무지無知, 무념無念, 무한無限 등 역설과 반어 가득한 노자 사유의 묘미가 생동감 있는 대화로 재구성된다. 

 

닮은 듯 다른 두 철인의 만남으로 삶과 자연, 사회를 성찰하는 프로젝트. 노자의 통찰과 루소의 신념은 서로의 논의를 보완해 준다. 또한 훈수꾼은 낄끼빠빠를 잘 못해 노자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과 목소리를 대변해 준다. 코로나로 지친 심신은 잠시 잊고 이 유쾌한 마당놀이에 한번 끼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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