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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 핑계가 될 수는 없다
학령인구 감소, 핑계가 될 수는 없다
  • 강신철
  • 승인 2021.05.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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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강신철 논설위원 /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대학정책연구소장

 

강신철 논설위원

올해 입시 결과 정원을 못 채운 대학이 75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고, 미달 인원은 1만 명이 넘는다. 특히 지방 사립대들의 미충원률이 높았는데, 5백 명 이상이 미달된 대학이 5개나 되고, 정원의 31%나 못 채운 대학도 있었다. 이렇게 정원 미충원 사태가 벌어진 데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만 18세 학령인구는 1990년 92만 명을 기점으로 매년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0년 한 해에만 8만 3천 명이 감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에도 3만 5천 명이 줄어 47만 6천 명까지 줄었다. 앞으로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4년 43만 명, 2040년에는 현재의 절반인 28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학령인구가 최근 들어 갑자기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미 1990년부터 인구 감소는 예상되었다는 점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대학이 정원을 못 채울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난 30년 동안 매년 입시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위험에 정부도 대학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지방 사립대는 단순히 시장논리에 의해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없으면 사라져도 좋은 기업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대학은 지역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뿐 아니라,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이끌어가는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 지난 수년 동안 교육부가 지원금을 미끼로 줄 세우기식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시행한 결과 폐교된 몇몇 부실대학들의 사례를 통해, 해당 대학의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것은 물론, 지역 사회의 경제와 문화 등 여러 방면에 악영향을 끼쳤다. 교육부의 근시안적인 교육정책과 부실한 사학재단, 그리고 사학재단을 제대로 감시하고 처벌하지 못한 교육부의 감사 기능 등이 남긴 총체적 폐해를 애꿎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 행태는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 실패 못지않게 대학들도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수입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지방 사립대로서는 존폐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일부 대학에서 정원 미달 사태에 책임을 지고 총장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아직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대학 등록금 동결이나 코로나 사태 탓 등 외부 환경요인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대학개혁과 교육개혁은 구호에만 그치고 있고 대부분의 대학 시스템은 변한 게 없다. 아직도 대부분 대학의 행정시스템은 구태의연한 중앙집중형 계층조직을 유지하면서 교육과는 동떨어진 행정업무를 계속하고 있고, 정작 교육현장의 최전선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교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교수들은 입학자원이 감소하고 중도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사회적 수요와 동떨어진 규범적 교과과정을 학생 중심이 아닌 교수자 중심의 교수법으로 가르치고 있다. 미네르바 대학이나 파리 에콜42 대학의 커리큘럼이나 교수법은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뿐이다. 게다가 선진국 대학들은 이미 평생교육체제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들은 평생교육을 구청에서 진행하는 예술 강좌 정도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육환경 변화에 정부의 적절한 대응 못지않게 대학도 자체적으로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행 사립학교법 테두리 안에서 대학 운영의 생사여탈권은 총장이 가지고 있다. 대학이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원인을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사태, 교육부 정책의 실패, 이사회의 법적 권한 등으로 돌리는 것은 무능한 총장이나 할 짓이다. 외부 교육환경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주어진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서 유능한 총장은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무능한 대학 총장에게 대학이 어려움에 봉착한 핑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강신철 논설위원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대학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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