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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다시 위대해’ 질 수 있을까
미국은 ‘다시 위대해’ 질 수 있을까
  • 박강수
  • 승인 2021.03.09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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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리뷰_『창작과 비평』(191호, 2021.봄)

 

“미국 분열 이후의 세계, 어떻게 대응할까.” 계간 『창작과 비평』 2021년 봄호가 마련한 특집 제목이다. 안팎으로 흔들리는 냉전 이후 ‘일극 체제’의 역사적∙정치적 좌표를 새로이 따는 기획이 담겼다. 세 편의 글이 특집 제목을 각각 나눠 가졌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는 ‘미국 분열’의 은폐된 맥락과 실상을,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는 ‘이후의 세계’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을,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어떻게 대응할까’에 대한 외교적 제언을 내놨다.

 

미국은 원래 그랬다

 

이혜정 교수의 「미국(美國), 미국(迷國), 미국(未國)」은 미국사회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담담하게 비관하는 글이다. 지난 겨울, 미국 국회의사당이 폭도들에 점거 당하고 이를 부추긴 전직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다. 트럼프를 심판하기로 한 공화당 양원 지도부의 결의에도 공화당발 탄핵 찬성표는 미미했다. 이 교수는 공화당 의원 다수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여전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위대한 미국’에서 ‘일부 비정상’을 분리해내려는 수사는 ‘위선’이 된다. 점거 사태 직후 조 바이든을 비롯한 다수의 점잖은 정치인과 언론이 “이것은 우리가 아니다. 이것은 미국의 참모습이 아니다”라고 반복해 메시지를 냈다. 이를 <뉴욕타임스>가 냉정하게 되받았다. “아니다. 이야말로 미국의 정수다. 미국은 강탈한 땅에 약탈자들이 세운 나라이고 폭력성은 우리의 국가적 DNA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미국(美國)’은 없었다. 이것이 “아메리카합중국의 진실”이다.

 

지난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사진=EPA/연합
지난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사진=EPA/연합

 

바이든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다시 미국을 세계의 선을 선도하는 세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전통 자유주의 패권 엘리트들을 외교안보라인에 불러들이며 미국식 리더십 복원의 의지를 다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바이든 버전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대외정책에서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반성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고 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인종주의와 선주민 집단학살로 시작된 제국-패권의 오만과 실패를 극복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썼다.

 

낙관은 상투적이고 비관은 현실적인

 

‘선도국가 미국의 재건’에 대한 바이든의 조급한 의지는 물론 중국 때문이다. 이남주 교수의 「미중 전략경쟁, 어디로 가는가」는 흔들리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양상을 면밀하게 점검한 글이다. 이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을 “장기전∙저강도∙복합 경쟁”이라 정의한다. 중국은 “경제력 격차가 크고 세계경제와 연관성도 낮았던 소련”이나 “정치적∙군사적 역량 차이가 현격했던 일본” 등 미국이 그간 저지해온 경쟁국가들과 다르다. 미국은 중국을 꺾어 누를 수 없고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아 넘어설 수 없다. 경쟁은 장기전이 된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핵 무기 등장 이후 대국 간 경쟁은 대규모 전쟁을 동반하지 않아 왔고(저강도), 미중 전략경쟁은 무역, 이념, 제도, 기술, 지정학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한다. 길고 팽팽하게 다방면으로 전개되는 패권전선 속에서 “(외교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것은 우리를 스스로 너무 왜소화하는 일”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한국이 독자적인 외교공간을 능동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지로 ‘중견국 외교’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꼽는다.

 

지난해 6월 19일 이임식을 치른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지난해 6월 19일 이임식을 치른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사진=연합

 

이어지는 김연철 교수의 「한반도의 새봄을 위해」는 최악의 시절을 실무책임자로 보낸 전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기 작업이다. 미중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북중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기 시작했고, 북한 내에서 통일을 앞세운 민족 담론보다 ‘우리 국가제일주의’ 국가담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분석 등이 눈에 띈다. 김 교수는 하노이딜이 좌초된 자리에서 시작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 알파’ 전략부터 ‘남북 녹색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며 “낙관은 상투적이고 비관은 현실적인” 암울한 상황을 넘어서고자 한다.

 

방역이 최우선일 때 사랑은 몇 번째인가

 

특집 곧장 뒤로 ‘창비 대화’가 마련돼 있다. 이번 대화의 타이틀은 “청년, 한국사회를 말하다”로 영화감독 이길보라, 청소년인권 활동가 공현, 출판편집자 이진혁, 사회혁신 연구 기관 씨닷(C.) 연구원 김주온이 참여해 기본소득과 주식 열풍, 주거 정책, 청년담론, 코로나19와 인권 등 다채로운 주제를 논했다. 젊은 세대의 도발적 아젠다보다는 소수자∙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현장 활동가들의 고민에 방점이 찍히는 대담이었다.

“한국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대담자들은 입을 모았다. ‘먹고사니즘’이라는 자본의 대의 아래 구성원 다수가 기꺼이 줄을 서고 낙오자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김주온 씨는 “탈가정 청소년, 노숙인, 치매노인, 장애인, 난민 등 다양한 주체가 ‘시설화’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취약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시설 수용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공현 씨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하며 “(관련논의에서) 성소수자 이슈가 주로 부각되고 있지만 그 밖에 학력이나 노동형태에 대한 차별 금지도 법에 포함된다”고 의미를 짚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우리의 행동, 차별금지법 제정!'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제정 촉구 발언을 하고 있는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사진=연합
5일 국회에서 열린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우리의 행동, 차별금지법 제정!'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제정 촉구 발언을 하고 있는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사진=연합

 

이길보라 씨는 “방역이 최고 가치인 한국에서도 국경은 사업가들에게 제일 먼저 열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니 국경을 열어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며 파트너 관계가 입증되면 비자를 발급해주는 독일과 덴마크 사례를 예로 들었다. 사회를 맡은 이진혁 씨는 “’모두 다 힘들다’라는 말이 점점 폭력적으로 쓰이는 상황을 경계해야겠다. ‘모두 힘드니까 가만히 있으라’가 아니라 모두 힘들더라도 서로 경청하며 돌봐야 할 영역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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