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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든 나라의 과학자
기적을 만든 나라의 과학자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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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모 지음 | 코리아닷컴 | 320쪽

 

가난한 조국에서 과학입국의 꿈을 실현할 전초기지 KAIST 설립과

표준원전설계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어떻게 하면 우수 인재를 해외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까?’ 전후 가난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과학 불모지인 조국을 떠나 해외 유학을 선택한 우수 인재들이 조국으로 돌아와 조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세워졌고, KAIST는 현재 우리가 모두 아는 대로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인재를 키우는 대표적 학교가 되었다.

KAIST가 없었다면 삼성전자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입국의 전초기지였다. 이 KAIST 설립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23세에 해외 최연소 물리학 박사가 되어 천재 과학자로 이름을 드날렸던 정근모 박사이다. 그는 세계 최고인 미국 유수의 연구기관을 마다하고 조국 발전을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귀국을 선택한 1세대 과학자였다.

최고 인재들만 모이는 경기고교, 서울대학교에서 최연소 수석입학과 조기졸업으로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그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수석합격하자 일간지가 이 사실을 기사로 다루었고, 이를 본 이승만 대통령이 그에게 미국 유학의 기회를 주었다. 그는 프린스턴, MIT,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 뉴욕공대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 곳곳을 다니며 선진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정책을 배워 나갔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과학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조국에서 과학자를 키우는 일이라 생각하고, 과학기술 인재 영입과 후배 과학자 양성을 위해 KAIST 설립을 주도한다. 그는 하버드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수학할 때 쓴 ‘개발도상국의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방안’에 대한 논문을 들고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방문하여 한국의 이공계 특수대학원 설립을 위한 원조를 약속받아 카이스트 설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렇게 세워진 KAIST는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오늘날의 과학기술 입국으로 만든 대표 과학기술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고, 지금은 세계의 희망이 된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산업발전,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재양성이라는 과제를 넉넉히 해냈다.

한국형 표준 원전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것도 저자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세계적인 핵융합연구소인 프린스턴 플라스마 물리연구소에 들어가 한국인 최초로 핵융합 연구를 한 정근모 박사는 한국의 전력난을 해소할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에 주목했고, 이후 한국전력기술 사장, 과학기술처 장관 등에 재임할 당시 ‘한국의 태양’으로 불리는 인공태양 사업을 추진하고, 원전산업과 핵융합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정근모 박사는 원전을 우리의 기술과 손으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한국형 표준 원전 기술의 설계를 주도했다. 추진 당시 우려가 많았지만, 대한민국은 결국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원전 수출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최빈국에서 과학기술입국의 기적을 만들어낸 1세대 과학자들의

헌신과 열정의 기록을 책으로 남기며

 

‘과학기술이 국가의 동력’이라는 선진국의 지침대로 정근모 박사는 뛰어난 과학기술자가 되었지만, 나아가 그것이 진정한 동력이 되려면 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행정가로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가 추진한 일들은 줄곧 탁월한 성과를 냈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두 번 역임하고, 주요 기업의 수장을 맡고, 대학 총장을 역임하는 동안 행정가로서의 타고난 능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고등기술연구원(IAE), 고등과학원(KIAS),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등의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인재 양성을 이어갔고, 우수연구센터(SRC/ERC) 사업, IR52 장영실상 제정 등을 추진하며 과학기술자들이 장기간, 그리고 집단지성을 통해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의장으로 한국인 최초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고, 스웨덴공학한림원을 거쳐 대한민국 1호 미국공학한림원 회원이 된 것은 정근모 박사가 과학자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과학기술을 토대로 한 경제발전에 평생을 헌신한 공로를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것이다. 조국이 세계 최강 과학기술 입국이 되기까지 애써온 1세대 과학자로서 정근모 박사의 삶은 그대로 우리나라가 만들어온 과학기술 역사의 기록이 되었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조국의 미래를 꿈꾸며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했던 초기 과학자들의 열정과 헌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백색전화가 집 한 채 값이던 1970년대에 전자식 교환기 시스템을 개발하여 통신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정근모 박사의 역설을 바로 정책 실현에 옮긴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 글로벌 삼성의 밀알이 된 한국반도체의 설립자 강기동 박사, 기업가로서 고등기술원과 같은 인재 양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김우중 회장,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KAIST 교수진, 과학기술처 관료들 등 많은 사람의 노력이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정근모 박사는 1세대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정신과 열정이 깊이 뿌리내려야 대한민국이 더 든든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일보에 칼럼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82회 연재했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이 책이 출간되었다. 온 생을 쏟아부었던 1세대 과학자들의 ‘과학기술입국’의 의지와 그들이 만들어 낸 위대한 역사가 우리의 아주 오랜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들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함이다. 작은 밀알이 모이고 모여 쏘아올렸던 대한민국의 희망을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 숙제로 남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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