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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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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베버 지음 |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140쪽


‘카리스마’는 예언이나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초능력이나 절대적인 권위, 신의 은총을 뜻하는 그리스어 ‘Kharisma’에서 유래한 말로, 오늘날 사람을 끌어들이는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을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종교적인 표현에서 비롯된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현대에 와서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업적이다. 막스 베버는 근대국가에서 지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세 가지 이념형 중 하나로서, 관습과 선례에 기초한 ‘전통적 정당성’, 법의 절차에 기초한 ‘합리적 정당성’과 함께 ‘카리스마적 정당성’을 분석했다.

이 책의 1, 2, 3장에서 막스 베버는 하나의 이념형으로서 카리스마적 지배, 그것의 일상화, 그리고 카리스마의 재해석 문제를 다룬다. 카리스마적 지배는 형식 및 규칙과는 거리가 멀고 추종자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하는 지배 형식이다. 카리스마적 지배는 그 특성상 비일상적이고 불안정한데,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 공동체를 지속하려는 열망이 커질 때나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후계자 문제가 발생할 때, 그 본래의 성격을 바꿔 전통화되거나 법률화된다. 카리스마 소유자의 계시를 통한 가톨릭의 교황과 주교의 임명, 로마 황제의 후계자 지명, 천황의 지위가 세습되는 일본의 족벌 국가 체제 등이 그러한 과정의 예이다. 나아가 베버는 카리스마적 지배를 권위주의와는 먼 의미에서, 즉 현대적인 의미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지배의 정당성이 전적으로 추종자들의 인정에 근거하는 카리스마적 지배의 특성은 예비 선거, 추천, 선거 등 민주주의국가의 선거제도와 만난다. 근대국가의 정당성이 주권 국민의 승인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선출된 의원들은 일종의 카리스마적 지도자인 셈이다. 미국의 선거 및 행정 체계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마지막 4장에서 베버는 카리스마적 지배의 형성과 변형 과정을 국가, 정치 기구, 종교 집단, 군대와 전쟁, 기업 등의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베버는 순수한 의미의 카리스마적 지배가 발전해 일상화 단계를 거쳐 안정화되고, 교육과 규율을 통해 객관화되며, 결국 개인의 카리스마적 영향력이 합리성에 의해 제한되는 과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카리스마적 지배』는 막스 베버의 저서 『경제와 사회』에서 ‘카리스마적 지배’와 관련된 내용을 뽑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경제와 사회』(1922)는 베버의 아내 마리안네 베버가 그의 유고를 모아 출판한 책으로, 1956년부터 뮌헨대학교 사회학연구소의 명예교수인 요하네스 빙켈만에 의해 새로 편집되어 출간됐다. 『직업으로서의 정치』, 『직업으로서의 학문』, 『사회학의 기초개념』, 『관료제』 등 막스 베버의 여러 저서를 번역함으로써 그의 학문적 성과를 알리는 데 공헌해온 이상률 번역가가 이 책에 수록될 글을 직접 선별하고 번역했다.

이상률은 '옮긴이의 말'에서 “많은 학자들은 민주주의가 확대되면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러한 예상은 “틀렸다”는 것을 세계 곳곳의 정치 상황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카리스마적 지배』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서 강력한 지도자가 출현하는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서 정치뿐만 아니라 종교, 교육, 기업 등 여러 공동체의 카리스마적 지배 현상을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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