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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예측은 허구일까?
기후 예측은 허구일까?
  • 교수신문
  • 승인 2020.10.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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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② 날씨 및 기후 예측 방법

***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연재 순서 ***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① 기후변화와 날씨 예측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② 날씨 및 기후 예측 방법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③ 날씨 및 기후예측의 AI 기법 적용 -1)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④ 날씨 및 기후예측의 AI 기법 적용 -2)

 

기상청에서는 매일의 날씨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일 외에도 올 여름이 평년에 비해 더 더울지, 혹은 올 겨울이 평년에 비해 추울지 등에 대한 예측 정보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전자는 기상 예측이라고 하며, 후자는 기후 예측이라고 불린다. 기후는 짧게는 한 달, 통상적으로는 3달 정도의 기간 동안 평균된 날씨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기상 현상들의 누적이 기후로서 정의가 되다 보니 기상과 기후는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 특정 해 여름철에 폭염인 날들이 많았다면 그 해 여름철 평균 온도도 높은 식이다. 따라서, 날씨 예측이 정확하면 기후 예측도 정확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전지구 기후 모형의 격자 구조.                              이미지 = 리서치게이트

 

 

그렇다면 다음 계절의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 하기 위해서는 3개월 간의 날씨를 모두 정확히 맞춰야만 하는 것인가? 내일부터 3개월 미래까지 매일매일의 날씨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현재의 기상 예측 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내일의 날씨 정도야 이제는 어느 정도 정확하게 맞추고 있지만, 사나흘 이후의 강수 예보가 정확치 않다는 것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이론적으로도 날씨 예측은 2주일 정도가 한계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기후 예측은 모두 허구일까? 기후 예측 관련 기사에 단골로 달리는 댓글 말마따나 내일 비가 올지 말지도 모르면서 다음 계절에 비가 많이 올지 말지를 맞추겠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기상 예측과 기후 예측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착각이다. 내일 날씨는 못 맞춰도 다음 계절 기후는 맞출 수 있다. 즉, 오늘 날짜로부터 정확히 1개월, 혹은 2개월뒤에 한반도에 비가 올지 말지의 여부는 맞추지 못하지만, 계절 평균한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많을지 적을지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주가로 치면 하루하루의 등락은 맞추지 못하더라도 수개월의 추세 정도는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 예측과 기후 예측은 다르다

 

이는 기상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와 기후 예측을 가능하게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반도의 경우, 기상 예측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서풍을 타고 들어오는 중국의 종관 규모 (synoptic-scale. 수평 규모가 수백~수천 km 인 순환을 지칭) 대기 시스템이다. 오늘 중국에 존재하던 기압계가 내일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날씨를 결정짓는 식이다. 이에 더해 서해상의 국지적인 시스템의 발달 유무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날씨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하루이틀 안에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기상 예측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의 대기장의 변동 추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면 된다.

 

반면, 성공적인 기후 예측을 위해서는 첫째 전 지구적인 기후 요소들의 변동 추이를 감시해야 하며, 둘째 해수면 및 육지 온도, 해빙 등의 변동 추이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전 지구적 인자가 중요하다는 것은 전지구 어느 지역이라도 유의미한 기후 변동이 생기면 한반도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의 기후 변동과 한반도의 기후 변동이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지구 한 켠의 변동이 수개월의 시간 안에는 전 지구 어디든 전파되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해수면 및 육지 온도, 해빙이 중요한 이유는 이 변수들이 대기 변수들에 비해 좀 더 긴 시간 규모를 가지고 변동하기 때문이다. 해양의 열용량이 대기에 비해 약 1000배 정도 크기 때문에 해수 온도가 변화하는 속도는 대기 온도의 변화 속도에 비해 느리고, 한 번 생긴 변동이 유지되는 기간도 더 길다. 예를 들어 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엘니뇨 현상의 경우, 발생해서 소멸하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수 년이 걸리지만, 종관 규모 대기 시스템의 수명 주기는 일주일 정도로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엘니뇨로 인해 발생하는 전 지구적 기후 변동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다음 계절 엘니뇨 상태를 성공적으로 예측하면 한반도 기후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위와 같은 기상과 기후의 특성 차이로 인해 앞으로 3개월간 일어날 기상 변동은 일일이 예측하기 어렵지만, 다음 계절의 기후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정 지역의 기후 예측 정확도는 해당 지역 기후 변동과 관련된 전지구적 기후 요소들에 크게 좌우된다. 한반도 여름철 강수 변동과 관련된 기후 요소들은 가까이는 아열대 북태평양과 유라시아에 위치한 고기압이며, 이 두 세력의 강도 및 크기는 유라시아 토양의 온도 및 습도와 인도양, 열대 및 북 태평양,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등 전 지구에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해수면 및 육지 기후 변동에 의해 좌우된다. 다양한 기후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기후 변동이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유발된다는 것이며, 예측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인자들의 수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한 한반도 기후 변동

 

기후 예측 기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전지구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기법이다. 전지구 기후 모델은 지구를 수십만내지 수백만개의 격자로 쪼개고, 각 격자의 온도, 습도, 바람, 구름, 비 등 각종 변수들의 변동을 수 분 단위로 모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때 기후 예측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은 전지구 기후 모델이 모의하는 가상의 지구가 실제의 지구에서 나타나는 여러 대기, 해양, 지면, 해빙 변수들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모의 하는지이다. 기상청을 비롯한 대다수의 현업 기후 예측 센터들이 이 기법에 기반해 예측을 생산하고 있다. 

 

둘째는 과거 관측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통계적인 관련성에 기반한 기법이다. 특정 지역 기후 예측을 위해 이와 관련이 있었던 선행 인자를 과거의 데이터로부터 추출한다. 예를 들어, 과거 데이터로부터 특정 해의 한반도 여름철 온도와 봄철 A 지역의 해수면 온도 간의 관련성을 찾은 후, A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은지 낮은지를 통해 앞으로의 한반도 여름철 기온이 높을지를 예측하는 식이다. 과거 데이터로부터 한반도 기후와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과거 관측 자료의 양과 질이 이 기법의 핵심이다. 통계적인 기법의 선정 역시 중요하다. 현재까지 다중선형회귀모형, 뉴럴네트워크 등의 기법이 많이 사용돼 왔으나, 최근 딥러닝에 기반한 기법들도 활용되기 시작하는 추세이다. 

 

 

함유근 전남대 교수·해양학과

서울대에서 대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후예측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함 교수는 2020년도 차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신입 회원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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