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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기후 변동이 아니라 '변화'다
지구온난화는 기후 변동이 아니라 '변화'다
  • 함유근
  • 승인 2020.10.13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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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인공지능_(1) 기후변화와 날씨 예측
기후 변화, 날씨 예측 성능 떨어뜨린다

[역대 최장의 장마를 기록한 올해 여름은 기후 변화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함유근 전남대 교수(해양학과)가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후 변화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연재 순서 ***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① 기후변화와 날씨 예측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② 날씨 및 기후 예측 방법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③ 날씨 및 기후예측의 AI 기법 적용 -1)
기후변화와 인공지능_ 날씨 및 기후예측의 AI 기법 적용 -2)

 

기후 위기는 단순 변화 이상
날씨 예보가 어려운 이유는
전례 없는 기후 변화이라서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집회에 등장한 기후 위기 (Climate Emergency) 팻말. 사진은 함유근 교수 제공.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집회에 등장한 기후 위기 (Climate Emergency) 팻말.
사진 = 위키피디아.

 

기후 변화, 이제는 기후 위기다


기후 위기의 시대이다. 지구 온난화로 일컬어지는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 북극 해빙 면적 감소와 같은 교과서적인 얘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매년 ‘역대급’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최고 온도와 최고 강수량을 번걸아가며 기록하는 여름을 몇년만 겪어보면, 최근의 기후는 이전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단순한 온도 상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겪어보지 않는 기후 시스템으로의 총체적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시간을 들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일반인들이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는 말도 되겠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라는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후 변화’라는 용어의 사용이 더 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후 위기’가 최근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위급성을 더 잘 표현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다양한 기후 현상을 연구하는 기후학자로서 ‘기후’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여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기후 변화’ 라는 용어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불타는 지구 따위이지만, 우리가 3개월마다 겪는 계절의 변화도 기후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며 이런 계절의 변화는 매우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니 사계절의 존재가 섭씨 30도 이상의 여름과 섭씨 영하의 겨울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의식주 시스템을 갖춰야 된다는 면에서 귀찮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된다는 면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기후 변화로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기후 변화는 날씨 예측 성능의 향상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사진은 함유근 교수 제공. 

 

기후 ‘변동’과 ‘변화’의 중대한 차이


왜 30도가 넘는 계절 간 온도 차이보다 섭씨 1도의 평균 온도 상승에 ‘기후 위기’라는 용어를 더많이 사용할까? 첫째, 계절의 변화는 전지구 복사 에너지 버짓 (budget) 이 유지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지구 내에서의 변화이다. 즉, 북반구가 여름일 때 남반구는 겨울이며, 북반구가 겨울일 때 남반구는 여름이라 계절적 변화는 전지구 에너지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둘째, 계절의 변화는 뚜렷한 주기를 갖는다. 즉, 우리는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올 것을 알고, 겨울 뒤에는 다시 여름이 올 것을 안다. 즉, 계절이 변함에 따라 온도는 오르락 내리락하며 ‘변동’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평균 온도의 상승은 지구 시스템의 새로운 상태로의 전이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지구 시스템의 일부분은 비가역적 전이를 겪을 것이며, 이는 앞으로의 지구는 다시는 이전의 지구와 같은 상태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지구 온난화는 에너지 버짓의 불균형으로 인한 온도 상승이다. 이는 섭씨 36.5도의 정상 체온을 유의미하게 벗어나 섭씨 38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의 상황, 더구나 땀구멍도 막혀버려 체온이 떨어질 기미도 안 보이는 환자의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말 그대로 생사가 걸린 ‘위기’이다.

 

계절의 변화는 다시 제자리도 돌아오기에 진자의 운동과 같은 기후 ‘변동’이며, 지구 온난화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포하는 기후 ‘변화’이다. ‘변동’과 ‘변화’, 비슷한 두 용어를 유난하게 구별한다고 할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가 기후 ‘변화’가 아니라 ‘변동’ 이라는 주장은 지구 온난화를 음모로 규정하는 기후 변화 반대론자들의 주요 논거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기후 변화 반대론자들도 지구 평균 온도가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은 지금의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변동’의 일부분이므로 우리가 이에 굳이 대비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내세워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의 단계적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Paris Climate Change Accord) 에서 2019년 탈퇴했으며, 누군가는 여전히 (필요에 의해)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의 결과로 현재까지도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변동’과 ‘변화’의 차이는 크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시스템의 전이는 기존에 나타나지 않았던 재앙적 기후 현상을 유발한다. 최근 잦아지는 폭염은 지구 온난화로 유발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극 증폭 현상(polar amplification,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 극 지역에서 훨씬 크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해 한반도 상공의 제트 기류가 약화되고, 이는 겨울철 한파의 발생 빈도 역시 증가시킬 수 있다. 즉,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기후대에 위치한 국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과 한파 모두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추가적으로 대기에 공급된 수증기는 폭우의 발생 빈도 역시 증가시킬 수 있다. 

 

기후 변화, 날씨 예측 성능도 떨어뜨릴 수 있어


기후 변화는 날씨 예측의 정확도 역시 변화 시킬 수 있다. 기상청 날씨 예보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전지구 가상 지구 프로그램을 시뮬레이션해 일차적으로 예보장을 생산한 다음, 예보관의 해석이 더해져 최종 생산된다. 전지구 가상 지구 프로그램이 실제 지구를 완벽히 모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예측 오차를 이해하고 보정하는 것이 예보관의 해석 과정이 되는데, 문제는 이 해석이 과거 경험에 기반해 이루어지다 보니 과거에 나타나지 않았던 예측 오차의 패턴이나 강도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여름철 장마의 지속 기간은 1973년 이후 최장 기간이었는데, 올해와 같이 장마 기간이 길었던 경우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여 해석해야 하는 예보관 입장에서는 역대급으로 길었던 올해 장마를 제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전지구 가상 프로그램 역시 역대 관측 자료에 기반하여 실제 지구와 최대한 비슷한 프로세스를 구현하도록 개발되기 때문에, 기후 변화로 인해 실제 지구에서 나타나는 날씨 양상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면 가상 지구 프로그램도 더 큰 예측 오차를 내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수십년간 구축해온 관측망과 관측 데이터에 기반한 전지구 가상 프로그램의 꾸준한 개발 덕택으로 날씨 예측의 정확도는 매년 꾸준히 향상되어 왔는데, 기후 변화는 이런 날씨 예측 성능의 향상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수많은 날씨 전문가들이 수십년의 시간을 투자해 구축해 온 예측 시스템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기상청이 기후 변화 대응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함유근 전남대 교수·해양학과

 

 

서울대에서 대기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후예측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함 교수는 2020년도 차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신입 회원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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