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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중단했지만 총장은 사퇴 안해 … ‘불씨’ 남겼다
단식농성 중단했지만 총장은 사퇴 안해 … ‘불씨’ 남겼다
  • 이재 기자
  • 승인 2015.12.0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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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이사진 총사퇴, ‘총장 퇴진’ 새 국면 맞나

이사회 “농성 풀어야 이사진 총사퇴”
구성원 “번복 못하게 농성 유지해야”

▲ 3일 저녁 8시경 동국대 이사회가 총장인 보광스님을 제외한 이사 전원의 사퇴를 결의했다. 단식투쟁으로 학생대표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빠르게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동국대 구성원들은 이사회의 결정이 젊은 학생을 살렸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전했다. 그렇지만 사태해결을 논하기에는 아직 불씨가 남았다는 관측이 더 앞선다. Ⓒ이재 기자

동국대 이사회가 총사퇴를 결의하면서 1년여를 끌어온 동국대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동국대 이사회는 3일 저녁 8시경 총장인 보광(한태식)스님을 제외한 이사진 12명의 총사퇴를 골자로 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서 이사회는 “동국대 이사진은 현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이 단식농성을 해제하지 않으면 총사퇴도 무효”라고 전제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후임이사 선임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점과 구성원들이 요구해온 보광스님의 사퇴가 제외된 점 등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부터 단식과 농성 등을 벌여온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 소속 교수·직원·학생·동문 등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사회 발표에 앞서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이 50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긴급이송되고, 이 과정을 지켜보던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투신’을 예고하는 등 인명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린 이사회의 결의를 먼저 환영한다. 다만 총사퇴에서 보광스님이 배제된 점과 사퇴과정과 후임 이사 선임절차 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이사회 총사퇴는 구성원들의 반발로 여론이 크게 나빠진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3일 이사회 이전 이사장 일면(황일면)스님의 이사장직 사퇴와 이사권한 정지 등에 대한 공감대는 동국대 이사회 내부에서도 형성됐다. 총장 측근인 A교수는 “일면스님의 사퇴가 유력하게 논의됐으나 강경한 일부 이사들의 반발로 6시간여의 격론 끝에 총사퇴로 결론이 났다”며 “대학본부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사태의 시발점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희옥 전 총장의 임기만료로 후임총장을 뽑는 과정에서 조계종 고위층의 총장선거 개입이 드러난 것이다. 12월 11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 포교원장, 종해의장 등 조계종 승려 4명과 동국대 이사였던 일면스님이 보광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유력한 총장후보였던 김희옥 전 총장을 만나 연임포기를 종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일면스님은 조계종 호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사실상 조계종 수뇌부 전체가 김희옥 전 총장의 후보 사퇴에 압력을 넣은 것이다.

뒤이어 또 다른 총장후보인 조의연 교수까지 사퇴했다. 사흘 뒤인 14일의 일이다. 총장 선출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이 보광스님의 총장선출을 강행하자 당시 동국대 이사장이던 정련스님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스스로 사퇴하는 등 갈등이 커졌다. 보광스님은 자승스님이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최측근이다.

동국대 구성원들은 이 같은 조계종의 총장선거 개입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3월에는 총학생회 주도로 동국대 이사장실을 점거해 철야농성을 벌인 바 있고, 4월에도 조계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이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4월 20일부터는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학내에서 천막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다. 이튿날인 4월 21일에는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학내 조명탑에 올라 6월 4일까지 45일간 보광스님과 일면스님의 사퇴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 기간 동안 보광스님의 논문표절 의혹과 정련스님 후임으로 이사장에 취임한 일면스님의 탱화 절도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보광스님은 논문표절이 인정되자 논문을 스스로 ‘게재 철회’하며 표절을 인정하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11월이 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11월 26일 조계종 화쟁위가 ‘동국발전을 위한 화쟁원탁회의’를 개최하며 사태해결에 착수했고, 무엇보다 단식을 40여일째 이어온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계종과 일면·보광스님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급기야 동국대 이사였던 수불스님이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의 단식 43째인 11월 26일 이사직을 사퇴했고 11월 30일에는 역시 이사인 미산스님이 구성원의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일면·보광스님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 두 승려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발생했다는 것이 이사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고공농성을 벌이던 최장훈 총학생회장이“12월 3일까지 이사진이 총사퇴 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 결정타가 됐다.

“종단개입 되풀이 가능성 있다”

이사진 총사퇴에도 불구하고 동국대 사태의 수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학 구성원들은 이번 이사진 사퇴가 결국 ‘궂은 비 피해가기’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명서에서도 단식농성을 해제하지 않으면 사퇴가 무효라고 전제했기 때문에 섣불리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안드레 부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천막농성을 다 걷어야 효력이 있다고 하는데, 농성을 다 풀면 그때 또 말바꾸기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안전장치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최후통첩’을 보냈던 최장훈 회장도 “이사회 성명서가 성실하게 이행될 지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갖고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은 이 같은 사태가 앞으로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사회 정관상 조계종과 관련된 승려이사가 9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총장선거 개입이나 동국대 운영개입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사회 정관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은 “이사회의 승려이사 수 축소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주장”이라며 “조계종 설립대학이기 때문에 4명 수준의 승려이사가 가장 적정하다고 보지만 이를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승려이사를 줄이는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 기자 jae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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