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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상위 20개 연구중심大 학부정원 줄여서 相生”…총장들 “또다른 서열화 우려”
대교협 “상위 20개 연구중심大 학부정원 줄여서 相生”…총장들 “또다른 서열화 우려”
  • (경주)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6.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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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하계 대학총장세미나서 첫선 보인 ‘대학발전 비전2025’

 경주에서 열린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대학구조조정 자구안의 하나로 '대학비전2025(안)'을 소개했다. 총장들은 박수를 치면서도 난감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조정의 파고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최성욱

“2025년까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20개를 집중 육성하고, 이들 대학은 학부 정원을 자율적으로 감축토록 유도하자!”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상위 20여 개 대학이 학부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여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영산대 총장)이 지난 25~2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개회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부 회장은 “최상위권 대학들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성장하면서 자율적으로 학부 정원을 감축하면, 여타 대학들은 정원감축 부담이 완화돼 지역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할 여유가 생기고, 대학사회에는 상생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 회장의 이번 발언은 대교협이 이번 세미나에서 처음 공개한 ‘대학발전 비전 2025(안)’(이하 대학비전2025)의 핵심이다. 대교협이 자체연구를 통해 만든 대학비전2025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세계대학 순위 20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한 ‘글로벌 연구중심대학’ 20개교(국공립·사립 각 10) 육성 △해당대학 학부 정원 감축 △고등교육기관의 역할 재편과 연계·협력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부 회장이 강조한 20개 연구중심대학은 <더 타임스>, <상하이짜이퉁> 등의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기준(과거 10년치)으로 정한다. 2025년까지 세계대학평가에서 상위 200위권 내 진입이 가능한 대학 20개를 선정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신 연구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할 해당대학들은 학부 정원을 줄여 정원 감축에 따른 낙수효과를 20개 이외의 대학이 나눠가진다는 논리다.

대교협은 20개 글로벌연구중심대학이 학부 정원 20~30%를 줄일 경우 4년간 약 5~8만명의 감축효과가 나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 회장은 “현행 정부 대학구조조정에 빗대면 C·D등급 대학 10~16개(학부 정원 5000명 기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지역균형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수도권 사립대와 거점국립대를 제외한 지역 사립대가 입학자원 감소분을 떠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0~2016)에 따르면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입학생은 2013년부터 줄기 시작해 올해부터 급격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학령인구가 최저치를 기록할 2025년이면 대학 입학생이 현재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 상위 20개 연구중심대학이 학부 정원 20~30%를 줄일 경우 4년간 약 5~8만명의 감축효과가 나올 것으로 대교협은 추산하고 있다. 지난 25일 경주에서 열린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최해범 창원대 총장(사진 맨 오른쪽)이 자료집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최성욱

대학비전2025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과 이를 법제화할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김희정법)’ 통과를 앞두고 대교협이 내놓은 자구안이지만, 세미나를 찾은 총장들로부터 “이 안이 또 다른 대학 서열화와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도종 원광대 총장은 “상위 20개 대학을 미리 정해놓고 지원하자는 건 합리적인 대학 생태계를 만들자는 취지에 어긋난다”며 “이미 대학을 한 줄로 세워 놓고 이마저 법제화(김희정법)하려는 현실이라 20개 대학은 수도권에 몰릴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왜곡된 구조에서 ‘최소 수혜자 우대의 원칙’에 따르지 않으면 실패한 자율형사립고 정책보다 더 큰 오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대교협 단독정책으로 혼선을 야기하기보다 접근방식을 다양하게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김 총장은 “링크, 에이스, BK21플러스, 프라임(예정)사업 등 현재 교육부에서 대학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 많고, 대학들이 여기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대학지원정책과 대학비전2025가 연동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위 20개 대학을 선정할 평가를 학문분야별로 하자는 의견엔 총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광식 고신대 총장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들은 대학의 전체 규모보다 특정 학문분야가 뛰어나다. 현행의 안에 따르면, 전체 평가는 약해도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는 대학들이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학평가와 학문분야평가를 반씩 나누자는 의견이 나왔다. 최갑종 백석대 총장은 미국 대학 중 IT분야의 경우 카네기멜론대가 MIT와 스탠퍼드대를 (평가에서) 앞선다는 점을 예로 들며 “20개 대학 가운데 대학 단위와 학문분야평가 대상을 각각 10개씩 선정하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 선정과정부터 대학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지만, 대학비전2025가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는 선정된 대학에 어떤 이점을 줄 것이냐다. 해당대학에 등록금을 ‘완전 자율’로 책정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주자는 안이 나왔지만, 특정대학 혹은 특정학과만 등록금 자율화를 시행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 회장은 “교육부가 해당대학에 추가(재정)지원을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교육부도 기존 사업을 조정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라며 “대학의 의견을 들어 면밀히 검토해 가겠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내년까지 대학비전2025를 법제화하고 글로벌연구중심대학(20개) 선정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경주)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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