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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부총리 “기초학문 육성, ‘성인교육’ 확대해야”
황우여 부총리 “기초학문 육성, ‘성인교육’ 확대해야”
  • (경주)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5.06.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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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들과 일문일답

고등교육계엔 학령인구 감소와 과학기술 발전이 맞물린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정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한 배경도 향후 교육·연구지원을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지 ‘새판’을 짜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26일 경주에서 대교협이 주관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가 열렸다.

첫날 세미나에 참석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하 부총리)은 ‘보다 더 빠른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A·B등급의 경우 교육부가 앞에서 가로막지 않겠으니 스스로 달려가라. D·E등급의 대학들은 투자·지원 방안을 찾아 함께 가겠다”며 “교육부는 대학에 규제가 아닌 지원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등교육계의 변화를 대학이 받아들여 내부개혁에 동참한다는 게 전제다.

세미나 첫째날 대학총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고간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지난 25일 대교협 하계 총장세미나에서 '부총리와 만남' 시간에 전방욱 강릉원주대 총장(사진 맨 왼쪽)이 황우여 부총리(가운데)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방욱 강릉원주대 총장, 부구욱 대교협회장(영산대 총장), 황우여 부총리, 김기섭 부산대 총장 ⓒ최성욱

▲김기영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취업중심의 대학구조조정에서 핵심은 대학정원을 정부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과 어떻게 연동시킬 수 있느냐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취업정책 중 하나로 내놓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대해 대학가에선 ‘또 하나의 스펙쌓기’가 생긴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우여 부총리= 고교 졸업자들이 취업한 후에 심화과정으로 대학을 가고, 또 손에 잡히는 교육을 하자는 게 ‘일-학습병행’의 기본 틀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대학 입장에서도 대학에 ‘맞는 것’을 하겠다는 일종의 매개 역할을 NCS가 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에 빨리 대응하는 것이다. 앞으로 학생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 대학이 어떻게 하겠나. 예전엔 옷이 크면 몸을 줄였지만, 이제는 몸을 튼튼히 해야하는 시대다. 40~50대가 되면 새로운 직업을 가져야 하고, 그 직업이 3~4년만 지나면 또 공부해서 재취업해야 한다.

이 시기, 사회는 대학으로부터 떨어져 나가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기관이나 제도를 스스로 창안해 나갈 것이다. 대학에도 이른바 ‘성인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고교를 졸업한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꾸린 교육과정을 고수한다면, 대학 입학희망자들은 폴리텍이나 평생교육기관으로 갈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거란 말이다.

▲신승호 강원대 총장= 대학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순수기초학문을 육성하는 일이다. 최근엔 인문학이 ‘인문 교양’으로 변질되는 등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가 HK사업 등을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지원)사업일 뿐이다. 순수기초학문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이르기까지 소홀하지 않도록 챙겨달라.

▲황우여 부총리= 대학의 본질은 학문 하는 거다. 순수기초학문은 당장 효과가 나오는 게 아니고, 몇 십년 뒤에나 나온다. 세상을 바꾸는 학문을 하는 게 대학의 본질일 것이다. 기초학문, 인문학 같은 건 취업하고 맞지 않으니 (잠깐) 소홀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일난다.

교수들이 주가 돼야 한다. 한 명의 교수가 하나의 연구소가 되는 거다. 대학에서는 강의를 하지 않더라도 순수기초학문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해야 하고, 사립대가 감당하지 못하면 국공립대라도 해야 한다. 기초학문과 순수학문 분야는 국공립대 중심으로 정부가 지원하겠다.

▲김수일 대구외대 총장= 교육부는 학령인구 급속 감소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유학생 유치를 통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군소 대학의 경우 현실성 떨어진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체로 학습환경, 생활, 레저 소비환경이 발달한 대도시를 선호한다. 현재도 예년의 1/5, 1/10씩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서 국제화정책을 전국 50만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들도 한국에서 일하면서 학위하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근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위과정 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황우여 부총리=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공부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그러나 간단치는 않다. 이들의 경우 담당부처가 여러 곳에 걸쳐 있어서 정책 하나를 만들어도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하다. 비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는 것도 이런 탓이다. 또 유학생들이 수도권에서 머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향후엔 입학정원에 반영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기간을 어느 정도 둬야 하지 싶다. 특히 수도권 대학엔 ‘캡’을 씌워야 한다. 정원외로 학생들을 무한정 받으면 상대적으로 국내 학생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예컨대 100명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30명이 외국인 유학생이면 그만큼 국내 학생들이 진학을 못하게 된다. 적절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헌데 가장 큰 장벽은 언어다. 이젠 영어강의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있지만 한국에서 가르치는 걸 전부 영어로 표현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유학생들도 한국적인 걸 배우려는 게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시통역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라고 본다. 이런 부분은 교육부에서 고심하고 있다. 총장들이 의견을 모아달라.”

(경주)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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