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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대학은 제대로 된 학교법인에서 출발한다”
“건강한 대학은 제대로 된 학교법인에서 출발한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12.0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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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학술대회_ 구성원들이 본 대학위기

“대학의 위기란 대학교수의 위기다. 대학교수가 시장권력과 시장논리에 무력하게 굴종해온 결과 현재의 위기가 도래했다.”(김누리 중앙대 교수) “대학 구성원들이 더 많은 하위 계층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증폭시킨 면이 많았다.”(황정아 한림대 연구교수)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 덕성여대)가 잡은 두 번째 학술대회 주제 역시 ‘한국 대학의 위기’다. 지난 8월 창립학술대회에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것을 극복할 방안은 있는지를 모색했다. 지난 6일 열린 제2회 학술대회에서는 1회 때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마련했다.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을 통해 대학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4년제 대학 교수와 전문대학 교수, 연구교수, 시간강사뿐 아니라 대학원생, 국립대 직원, 대학노조 정책국장, 대학생까지 패널로 참여했다.

윤지관 회장은 “대학 문제는 비단 대학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위기 또한 교수나 학자만이 아니라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 체감하고 있다”며 “다양한 구성원을 통해 대학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통상의 학술대회와는 달리 토론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시각에서 본 대학위기의 구조’를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특히 “상대적으로 신분적 안정을 받은 정년보장 교수들이 앞장서서 교수들의 폭넓은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의 기업화를 저지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수가 시장의 공세에 맞서 학문공동체를 지켜내지 못하고 시장담론을 넘어서는 대항 담론을 만들어내지도 못한 채 시장권력과 시장논리에 무력하게 굴종해온 결과 현재의 위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 김 교수는 우선 세 가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관심과 무지, 기업언어의 프레임을 극복함으로써 교수가 경영의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운영의 적극적 주체로 다시 대학의 중심에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해직교수인 박정희 전 전주기전대학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견제 세력이 전무한 사립대 현실을 고발했다. 전임 학장의 비리에 맞서 싸웠던 교수들은 2008년 이후 전원 중징계를 받았다. 재판에서 이겨 다시 대학에 와도 지속적 불이익에 직면했다. 재임용에 필요한 활동을 제한해 점수를 얻지 못하게 하거나 전공 전환의 기회도 제공하지 않고 수업도 제한해 급여도 제대로 받을 수 없도록 만드는 식이다. 결국 징계 대상이었던 교수들의 재임용 기간이 돌아오면 스스로 재임용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재임용 탈락을 시켜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위치를 박탈한다.

박 교수는 “건강한 대학은 제대로 된 학교법인에서부터 출발한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수도권과 지방이 공동 발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의지가 있다면 새로울 것 없는 대학 평가방안 마련에 정책 역량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교육여건 및 법인지표 관련 법정 기준을 강화하고, 비리대학을 엄정하게 관리하는 데 힘쓰면 된다”고 지적했다.

황정아 한림대 연구교수는 ‘연대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대학의 위기를 바라봤다. “‘가장 약한 자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곧 나에게 일어날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는 상황이 진행되는데도 대학 구성원들은 더 많은 ‘하위계층’을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증폭시킨 면이 많았다.”황 교수는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 연대의 회복이 시급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노동조합의 사례를 통해 배울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직원들에게 지금의 대학은 분명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박세종 전 전남대 홍보팀장은 실제 경험한 사례를 토대로 국립대학의 조교, 비정규직 직원들의 현실을 드러냈다. 박 전 팀장은 “기간제 보호법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생겨나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대학 내의 조교나 기간제 직원들의 지위나 신분에 대한 논의나 문제 제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이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임의적이고 일방적인 인사정책 앞에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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