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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오염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에게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말과 같다. 단지 입을 열어 한 번 뱉고 나면 사라지는 말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매체라는 일련의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법 자체가 왜곡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에서는 한글왜곡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정부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언어의 주체는 말글을 쓰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한글문제는 단순히 언어문제가 아니라, 곧 문화문제이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국경일이었던 지난 40년간 한글 홀대는 여전했다. 정책이 아니라 삶에서 깨달아야 한다. 자랑하고 으스대기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글을 쓰는 국민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자발적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언어인데, 정작 안에서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은 자기 비하에서 나온다. 좁게 말하면 자신감 부족이고 넓게 말하면 민족 정체성의 문제다. ‘내 자식이 영어만 잘 할 수 있다면, 나랑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극단의 뿌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하니까 가능한 발상이다. 물질은 풍요한데 정신이 비어있으니까 뭔가 늘 모자라고, 내 것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문화민족이라고 하면서, 세계문화유산인 한글을 홀대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그게 바로 모자라다는 증거다. 문화가 뭔지도 모르는 채 문화민족이라고 떠들면서 자기 위안을 삼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문화적으로 열등한 민족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제 문화를 홀대하고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민족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