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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인터뷰 :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10.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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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2 12:19:23
국어문화운동본부는 1998년 5월에 창설돼 ‘행정 안내판 실태 조사’, ‘5개 중앙 일간지 기사 국어 다듬기 사업’, ‘서울시내 간판, 현수막 국어 실태 조사’, ‘텔레비전 방송 뉴스 보도 국어 다듬기 사업’ 등을 벌여 삶과 밀접한 우리말 개선작업을 벌여왔다. 1999년 국립국어연구원과 공동으로 벌인 ‘철도청 국어 개선 사업’을 통해 ‘대합실’을 ‘맞이방’으로, ‘승강장’을 ‘타는곳’으로, ‘행선지’를 ‘길머리’로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성과를 거뒀고, 2000년에 한국문장사협회를 창립해 지금까지 50여명의 문장사를 배출했다.(www.barunmal.com)


△한글 오염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언어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에게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말과 같다. 단지 입을 열어 한 번 뱉고 나면 사라지는 말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매체라는 일련의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법 자체가 왜곡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에서는 한글왜곡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정부가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또 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언어의 주체는 말글을 쓰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한글문제는 단순히 언어문제가 아니라, 곧 문화문제이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국경일이었던 지난 40년간 한글 홀대는 여전했다. 정책이 아니라 삶에서 깨달아야 한다. 자랑하고 으스대기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글을 쓰는 국민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자발적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언어인데, 정작 안에서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은 자기 비하에서 나온다. 좁게 말하면 자신감 부족이고 넓게 말하면 민족 정체성의 문제다. ‘내 자식이 영어만 잘 할 수 있다면, 나랑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극단의 뿌리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하니까 가능한 발상이다. 물질은 풍요한데 정신이 비어있으니까 뭔가 늘 모자라고, 내 것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문화민족이라고 하면서, 세계문화유산인 한글을 홀대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그게 바로 모자라다는 증거다. 문화가 뭔지도 모르는 채 문화민족이라고 떠들면서 자기 위안을 삼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문화적으로 열등한 민족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제 문화를 홀대하고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민족을 말하는 것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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