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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개설과목 줄이고 취업률 낮으면 ‘연구년’ 안 주기도
전공개설과목 줄이고 취업률 낮으면 ‘연구년’ 안 주기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4.09.29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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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학회 지역순회 집담회_ 구조조정은 어떻게 대학교육을 망치고 있나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압박한 건 2011년부터다. 그해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하위 15% 대학을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했다. ‘부실대학’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느냐가 소수점 두세 자리에서 결정되면서 대학은 ‘지표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더 강력한 수단을 들고 나왔다. 5개 평가 등급에 맞춰 입학정원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구조조정 정책이 애초 내놓은 목적처럼 대학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거꾸로 대학교육을 망치고 있지는 않은가. 지난 6월 발족한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 덕성여대)가 ‘구조조정 국면이 대학교육의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전국 지역순회 연속 집담회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대학학회는 지난 20일 대전·충남지역(충남대)을 시작으로 오는 30일 경기·수원(한신대), 다음달 17일 대구·경북(경북대), 25일 광주·전남(조선대), 11월 14일 인천(인하대), 29일 충북지역(충북대)에서 집담회를 개최한다. 내년 2월 1차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지표만 관리하면 상위권에 남아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교육은 무너지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대에서 열린 첫 집담회에서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대학당국은 2015년으로 예정된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평가지표 향상에 투자하고 있다”며 “평가지표 맞춤형 대학운영은 지극히 단기적 관점에서 교육투자를 하도록 강제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상담실은 실질적인 학생상담을 지원하고 상담체계를 향상시키기보다 상담지표를 관리하고 이를 평가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투자한다. 인력개발원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인프라 지원에 투자하기보다 취업률 지표 관리에만 신경 쓰고, 취업률에서 모수를 줄이기 위해 졸업 유보를 설득(?)한다. 장 교수는 “교육부 평가체계의 강화와 이에 따른 대학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 제한 조치는 대학의 ‘을’로서의 자세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며 “교육부-대학 간의 갑을 관계의 확대는 대학의 자기 주도성과 교육적 영혼을 갉아 먹게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평가맞춤식 대학운영이 대학교육을 왜곡시키고, 교육을 부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은 다른 대학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현실이다. 김종서 배재대 교수는 “문제는 교육과정이다. 지표를 높인다고 전공개설과목을 줄여서 4학년이 되면 들을 전공과목이 없다. 졸업 학점을 메우려고 교양과목을 찾아다니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학과당 개설과목을 연 평균 120학점에서 90학점으로 대폭 축소한 대학도 있었다. 그러자 “우리도 개설과목을 줄이려 하고 있다”거나 “줄였다”라는 증언이 잇달았다. 그러다 보니 복수전공학과들이 최소 전공학점을 채울 수 없게 돼 예외를 두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이른바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개설과목 수의 축소, 시간강사 담당과목의 폐지 또는 전임교원 담당으로 대체, 전공개설학점 축소 등 교육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 또한 “전공과목 축소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갖는다”며 “대학이 교실 규모의 대규모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교수들의 학습 지도가 세밀하고 질적으로 담보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묵 충남대 교수는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지표가 대단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은 비용으로 교육부가 요구하는 교원 확보율을 충족시키려다 보니 교수 신규임용이 정년트랙에서 비정년트랙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이미 보편화했다. A대학의 경우 2012년 이후 이뤄진 교수 채용의 약 75%가 비정년트랙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교수에서 비정년트랙이 차지하는 35% 정도다. B대학은 지난해 이후 정년트랙 전임교수의 신규임용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보고도 나왔다. C대학은 전체 전임교수의 40%가 비정년트랙이다. 직원 또한 임시계약직 고용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년트랙 교수들에게도 임금 동결은 물론 연구년 신청자격을 강화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소속 교수들에게 연구년을 주지 않는 대학도 있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영문학)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학사운영 파행 등이 교수단체나 언론보도를 통해 산발적으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 양상이 정리된 적은 없다”며 “1년 동안 2차에 걸쳐 전국 지역을 순회하며 한국 대학의 현실을 정리해 보고서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 대학의 열악한 현실을 사회에 전할 뿐만 아니라 장기 전망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대학 연구의 실증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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