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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 이윤 추구 위해 대학을 상품화했다”
“언론사들, 이윤 추구 위해 대학을 상품화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3.11.11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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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들, 대학평가제·교육체제 비판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대학을 몰락시키고 있다. 대학 운영진이 순위 상승을 위해 평가지표에 맞춰 교수와 학생, 대학시설을 관리할 때 대학의 사명인 새로운 지식 추구와 지적 성장은 대학의 수행과제에서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지난 7~9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한국영어영문학회(회장 김기호, 고려대) 국제학술대회 자유세션에서 고부응 중앙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대학 순위평가와 대학의 몰락」발표를 통해 이렇게 비판했다.

대학평가는 전체 대학이나 학문 단위의 기본요건을 점검하기 위한 ‘인증평가’와 평가 대상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순위평가’로 구분된다. 정부기관이 관장하는 인증평가에 대해 고 교수는 “교수의 연구자 교육자로서의 자질, 대학교육 이수자인 졸업생에게 기대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을 대학 외부가 판단할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사기업인 언론사가 주체가 돼 시행하는 순위평가에 대해서는 “대학교육 수요자에게는 미래를 위한 투자상품 안내서로, 평가기관에게는 현재 이윤을 확보하게 하는 기업상품으로 작용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고 교수는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선두권 4개 대학의 종합점수가 2008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것을 교수와 대학의 극한 경쟁이 초래한 결과로 분석하며, 순위평가에 휘둘리는 대학의 현 상황에서는 시간을 두고 성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교육·연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대학광고 시장의 급성장에도 주목했다. 1995년 이전에는 언론매체를 통한 대학광고가 거의 없었지만, 대학의 광고비 예산은 1996년 214억, 1997년 526억, 금융위기를 겪던 1998년에도 618억으로 증가했는데, 고 교수는 언론사가 사적 이윤 추구를 위해 대학을 상품화했다고 지적했다.

중병을 앓고 있는 대학교육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발표도 있었다. 정경훈 아주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대학교육 개혁 로드맵-국립교양대학과 대학통합네트워크 안을 중심으로」에서 교양교육을 중시하는 미국의 하버드대, 앰허스트대와 프랑스 국립대, 일본 도쿄대의 사례를 언급하며 “교양교육을 전공으로 가기 전에 익히는 단순 소양교육으로 여겨 급할 때는 건너뛰어도 무방한 것”이란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입시를 위해 주입식으로 이뤄지는 초중고 교육의 파행성도 함께 제고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가 주장하는 ‘국립교양대학’안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통합고등기초대학’안과 동일한데, 핵심 내용은 박사급 교양교육국가교수가 주축이 되는 교수진이 국립교양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통합네트워크(국립공동학위대, 정부책임형 사립대, 정부지원 사립대)에서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교졸업자는 대입자격시험으로 원하는 권역의 교양대학에 진학하고 1년 반 동안의 과정을 이수한 후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최정운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한국인의 탄생』(미지북스, 2013)에서 지적한 것처럼 반지성주의와 교육만능주의에 매몰된 사회가 시장만능주의와 결합된다면 대학은 더 추락할 지도 모른다. 사회 현안인 대학문제를 학술대회라는 공론장에 올려 대학평가제도와 교육체제에 대한 비판을 감행한 영문학자들의 작업은 이 점에서 경청할 만하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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