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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분열 치유 시급 … 신뢰 다지는 사회시스템 구축하려면
갈등과 분열 치유 시급 … 신뢰 다지는 사회시스템 구축하려면
  • 조흥식 서울대·사회복지학과
  • 승인 2012.04.2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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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한국사회 키워드’ 분야별 분석과 전망_ 사회통합

 

조흥식 서울대·사회복지학과
사회통합은 본질적으로 사회갈등의 잠재성을 전제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할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사회통합이 새삼 부각되는 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사실 심각한 사회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196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독재와 민주화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1980~90년대에는 노사갈등이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량실업, 소득양극화에 의한 빈부갈등이 도드라진다. 그리고 지역갈등, 이념갈등, 남북갈등과 함께 SNS시대를 맞아 세대갈등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때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사회통합으로 이끄는 순기능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사회갈등에는 사회통합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갈등은 반감을 낳고, 반감은 분열을 낳으며, 분열은 더 큰 갈등을 낳는 갈등의 악순환이 한국사회에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빈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상은 특히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모 잘 만난 탓에 한 평생을 떵떵거리며 잘 지내는 계층의 그늘 아래 부모 잘못 만나 열심히 벌어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이 드는 계층이 공존하는데서 불만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갈등은 이러한 불만을 먹고 자라니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고,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아직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어 행정적으로 갈등문제를 해결해 보려 해도 사회통합은 그렇게 위에서부터 개선하려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사회통합은 밀어붙인 평준화나 강제화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집단이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소통을 통한 사회관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인간의 보편적 삶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유연한 신뢰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한국사회에서 사회통합은 단기적으로는 갈등의 치유에,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가지면서 다양한 이익갈등을 흡수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신뢰사회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민주공화국의 실체는 아직도 헌법 1조라는 법 안에서만 박제돼 진열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통합은 향후 1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할 키워드로서 싫든 좋든 존재할 것이다.

사회통합은 신뢰를 공고히 하는 사회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다음 몇 가지 정책 처방을 잘 만들어 실천에 옮겨야 성공할 수 있다. 첫째, 급속하게 증대되는 계층 간 불평등, 중산층의 몰락, 장기실업자의 누적 등으로 피해를 받는 취약계층과 전 국민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시민권을 확대하는 일이다. 둘째, 다양하게 발달해 있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공공성을 갖춘 공적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회구성원 간의 우호와 연대의식, 성숙한 세계시민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하고, 시민의식과 사회갈등 관리능력의 함양을 위한 성인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한다. 넷째, 옳고 그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객관적으로 조율해주는 교섭자(negotiator)를 사회 각계각층에서 배출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흡인해 순화시키는, 소통하고 함께 고민하는 장치를 구축해 활발히 가동시켜야 한다. 그럴듯하게 훈계하면서 한쪽으로는 은밀히 위협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만을 낳게 하고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 촛불 정국 이후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조흥식 서울대·사회복지학과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보호관찰학회장,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복지국가의 전망』, 『사회복지실천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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