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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입맛대로 ‘대학 줄세우기’ 횡포 그만두라”
“자신들의 입맛대로 ‘대학 줄세우기’ 횡포 그만두라”
  •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
  • 승인 2010.09.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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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사는 본연의 비판적 기능만으로도 대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평가기관의 인증도 없는 일부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좌지우지하면서 대학을 장악하려는 것에 대해 우리는 항의한다. 언론사마다 대학 서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대학을 줄 세우기에 급급하다. 우리는 언론사의 평가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매년 자신들의 입맛대로 대학을 줄 세우고 보도하는 언론사의 횡포를 거부한다.

이번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가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해 발표한 성명서의 취지는 언론사 평가가 순위평가이므로 순위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경영자는 없다는 점을 이용해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권력화돼 있는 것을 지적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규모와 설립 특성, 대학의 비전과 목표와는 관계없이 동일한 지표를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대학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말을 못하고 있다. 우리 교수들이라도 나서보자는 뜻에서 출발하게 됐다.

평가에 임하는 대학 당국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특히 대학의 발전을 견인해야 할 행정 책임자들이 평가 결과에 따른 후폭풍 때문에 본연의 업무보다는 평가 결과에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학교육의 본질과는 무관한 평가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행정 책임자는 언론기관의 평가 서열과 자신의 업적을 동일시하는 악순환 고리에 스스로를 내몰고 있다.

대학의 창학이념과 학풍 등 특성화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 대학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근거하지 않은 획일적 지표는 ‘저널리즘적’ 기준일 뿐이다. 개별 대학 나름대로의 특성이나 비전,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언론사의 평가기준을 모두 좇아가다 보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은 물론 대학 본연의 사명과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데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세계대학평가와 일부 국내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나 교육성과에 대한 질적인 측정지표는 없이 재정투입 위주의 평가지표만으로 양적평가를 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교육의 질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대학 간 소모적 투자 경쟁을 유발해 무한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불필요한 재정 투입과 대학의 재정 압박, 등록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 대학은 대부분 교육중심형 대학이지 연구중심형 대학이 아니다. 정부는 BK21사업을 통해 연구중심형 또는 대학원중심 대학으로 전환하고자 한 것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QS나 상해교통대의 연구분야 평가 가중치가 각각 60%, 90%인 것은 세계대학평가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이것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국내 언론사 평가는 연구가 31.5%, 교육이 30.1%, 국제화 19.2%, 사회진출 및 평판도 19.2%이다. 이는 기존 유수 대학의 사회적 인지도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근 성장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학들이 노력한만큼 기대치를 얻을 수 없다면 재정투입으로 가능한 지표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게 돼 대학의 순위에 비해 체감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대학의 획일화가 고등교육을 입시교육의 장으로 만들었다. 고등학교는 입시교육으로 변질돼 졸업생의 85%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고 있다. 대학이 획일화돼 있다면 모든 고등학교 교육은 획일적인 입시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입학사정관을 통한 수시모집의 종류가 수백 가지나 된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으로 학생을 뽑아 놓고도 획일화된 비슷한 교육만 하게 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대학교육이 언론사 대학평가 때문에 획일화 돼 간다면, 우리 대학은 또 다시 기형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고등학교 교육을 ‘입시교육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동일한 잣대로 대학을 평가한다면 학문마다의 특성은 무시되고 통합돼 대학을 단순화하는 것이나 별반 무엇이 다르겠는가.

대학 예산의 70~80%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국내 대학들이 평가에 집착하다보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생교육은 누가 돌보아야 하는가. 대학이 언론사 평가에 머리 숙이고 있다면, 과연 누가 대학이 국가의 동량과 미래사회의 지도자적 인재육성을 한다고 믿겠는가. 이제 대학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평가는 더 이상 곤란하다.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교수협(평)의회 및 교수의회 의장으로 구성된 연합회가 지난 7일 성명 발표 이후 ‘언론사 대학평가’ 문제점에 대한 후속 기고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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