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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은 다른 목소리 내야죠”
“교수들은 다른 목소리 내야죠”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9.1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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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 ‘언론사 대학평가’ 강력 비판

박진배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

지난 7일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 이름으로 언론사 대학평가를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교수협(평)의회 및 교수의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상당한 수준으로 ‘권력화’돼 있고 평가의 순기능을 넘어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는 더 이상 대학의 변화와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발상을 버리고, 정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학평가 정책을 수립해 수익사업과 무관한 기관이 대학평가를 주도할 수 있도록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학 당국에도 대학교육협의회 차원에서 대책을 제안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획일적 잣대로 대학 서열을 매기지 말고, 광고 수익과 연계된 대학평가는 그만두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언론사 대학평가’를 대놓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회 대표를 맡고 있는 박진배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56세․전기전자공학부,사진)은 “‘정말 잘 했다’, ‘시원하다’는 격려 전화가 많았다”고 성명 발표 이후 주위 반응을 전했다. “언론사 대학평가의 평가기준을 쫓아가느라 대학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고,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공론화’가 됐으니 좀더 많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지요.”

교수모임이 직접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총장협의회나 기획처장협의회도 직접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대학본부의 입장으로 여겨져 혹시나 밉보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언론사 눈치를 보거든요. 굉장히 민감합니다. 언론사는 이제 대학에게도 ‘거물’이 됐습니다. 여기서 자유로운 곳이 교수협의체라고 생각합니다. ‘야당 성격’을 가진 교수모임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언론사 대학평가의 핵심문제는 공정성과 전문성 부재라고 했다.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학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니까. 평가지표를 개선하기도 하는데, 개선을 한다면서 바뀐 평가지표를 예고도 없이 바로 실행을 합니다. 상당히 대학을 무시하는 것이죠. 대학은 따라 올 수밖에 없는 곳으로 보고 있어요. 언론사는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대학평가의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까?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대책을 세워 평가를 받아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밖으로 보이기 위한 평가’가 되고 있어요. 그러니 대학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쏟게 되는 겁니다. 정작 교육이나 연구의 질적 발전에 힘을 쏟지 못하고요.”

박 교수는 단적인 예로 ‘강의평가 결과 공개’ 문제를 들었다. 강의평가는 평가 결과에 따른 피드백을 통해 강의의 질을 높이는 게 목적인데, 교육이 어떻게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묻지 않고 강의평가 결과 공개 여부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가이드’를 제시하고,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평가를 하는 것은 반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같은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민간단체’에서 대학평가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평가기관으로 인증을 받은 민간기관이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교수모임은 지난 5월 창립했다. 총장선출제도, 총장중간평가, 교수업적평가, 보직교수 선출 문제, 교수를 비롯한 대학구성원 복지문제 등 대학운영 쟁점과 발전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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