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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35.] 나는 몇 점 짜리인가?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35.] 나는 몇 점 짜리인가?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10.06.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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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트 중에는 학생들이 교수들을 평가하는 게 있다. ‘레이트 마이 프로페서’(http://www.ratemyprofessors.com/)라는 것인데, 전 미국의 모든 대학을 망라하며 각 학교의 학생들이 교수들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고 짧은 코멘트를 남기는 사이트이다. 대개는 교수들에게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나 반대로 아주 열광적인 학생들이 로그인을 하고 평가를 남기는 수고(?)를 감수하는 지라 객관적인 자료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강의 평가와는 달리 교수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자료로는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에 인기가 있고 전 세계 누구라도 손쉽게 접속해서 볼 수 있는데다 다소 듣기 거북한 직설적인 평가들도 상당수 올라오는 편이라서 신경이 제법 쓰이기도 한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어떤 교수를 올리고 평가를 하기 전에는 이름이 자동으로 올라가지 않으니 학생들의 평가가 두렵기만 한 초짜 교수의 입장에서는 아예 그 사이트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기를 바라고 의식조차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그래도 궁금한 맘을 참지 못해서 서너달에 한 번씩은 찾아보게 되는데 며칠 전, 드디어 나에 대한 첫 번째 평가가 올라와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아보니 다행히 악평은 아니었다. 5점 만점에 4.5를 받았으니 사실은 상당히 좋은 평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학생이 남긴 코멘트를 읽어 보니 마지막 문구가 내 맘을 다소 찜찜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 학생이 끝으로 남긴 말은 ‘조금만 신경쓰면 A받기는 식은 죽먹기’라는 것이다. 고백컨데, 학생들에게 가능하다면 학점을 후하게 주려고 애를 쓰는 편이니 그 학생의 평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득 학생들이 내 수업을 좋아하는 게 그저 쉽기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그저 깔끔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필수 지식을 전달하고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배양하는게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니 그저 학생들이 쉬워서 좋아하는 것이라면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오랜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해서 주로 보도기사작성론을 가르치는 동료 교수의 평가를 찾아보니 여러 개의 학생평이 올라와 있었다. 여러 얘기들이 많았지만 ‘수업이 너무 힘들고 교수도 엄격해서 힘들었다. 하지만, 학기가 끝나고 나니 얼마나 중요한 수업이었으며 참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 교수의 수업은 숙제가 많고 학점 따기도 만만찮다고 소문이 자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업에 대한 평가의 평균 점수는 상당히 높았다. 아닌게 아니라, 평소 잘 웃지도 않고 ‘싸움닭’이라는 별명처럼 첫 인상도 무섭지만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교수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고, 졸업 후에도 그 교수와 계속 연락을 취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는, 마음 약한 성격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수업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평가를  나도 한 번 받아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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