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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저질렀던 사람, 경영에 손 못 대게 해야”
“비리 저질렀던 사람, 경영에 손 못 대게 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3.1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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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리 척결, 사학비리 근절로 확대되길 제안한다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이 일제히 교육비리 척결을 들고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가 시발점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토착비리와 교육비리, 그리고 권력형 비리 이 세 가지 비리에 대해 엄격히 그리고 단호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교육비리는 척결 차원에서 끝나서는 안 되며 제도적 개선이 선결되는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비리 척결 바람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지만 이번에도 사립대학 비리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사립대학비리척결교직원연대 교수들이 지난 9일 국회 간담회에서 대학별 비리 백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권형진 기자

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부와 정치권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21’은 이튿날 ‘교육비리 및 교육관료주의 척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은 ‘특정교육범죄 가중처벌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열고 조만간 법안 발의 계획을 밝혔다. 조 의원은 전날에는 사립대학비리척결교직원연대와 ‘사립대학 비리 척결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교육과학기술부 과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까지 참석해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교육비리 근절·제도개선 정부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초로 감사관에 행정직 공무원이 아닌 현직 부장검사를 내정해 교육비리 척결 의지를 다졌다. 경찰은 지난 9일 교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성화대학 총장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잠깐 시계추를 과거로 되돌려 보자. 2008년 8월 15일,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사면을 실시했다. 교비 횡령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대불대 이 아무개 설립자와 경북전문대학 최 아무개 설립자가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4년 전인 2006년 3월, 참여정부가 감사원을 동원해 사학비리 합동감사에 들어가자 한나라당은 거리 행보까지 하며 이를 비판했다.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감사 뒷처리가 흐지부지 끝나면서 대불대, 성화대학, 경북과학대학 등 2006년 당시 비리가 적발됐던 대학들은 지금도 각종 비리 의혹과 교권 탄압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비리 척결이야 당연한 말이지만 그 배경이나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6년 당시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에서 활동했던 한 교육계 인사는 “비리를 척결하려면 정권 초기부터 잡아야 하는데 그때는 특별사면 해 주고 지금 와서 뒷북을 치니 의구심을 갖는 것”이라며 “2006년 사학비리 감사가 사립학교법 개정의 명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에는 교육감 선거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 전횡을 비판하다 두 번이나 해임 당한 박기태 경주대 교수는 “지금의 교육비리 척결 움직임은 초중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 기회가 지나면 사립대학 비리는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넘어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교권실장(주성대학)은 “비리를 척결하려면 현재 있는 비리만 척결할 게 아니라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실장은 “사학비리는 경영진 쪽에서 나오는 건데 조전혁 의원이 준비하는 특별법도 그렇고 지금 교육비리 논의의 초점은 교원 쪽에 맞춰져 있다”며 “이번에도 솜방망이 대책이 되지 않으려면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은 아예 학교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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