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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쩍 않는 족벌 전횡 심각 … 교비·국고 횡령 고전수법도 여전
꿈쩍 않는 족벌 전횡 심각 … 교비·국고 횡령 고전수법도 여전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03.1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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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대학의 ‘끊이지 않는’ 사학 비리 백태

“어쩜 우리 대학이랑 수법이 저렇게 똑같을까.”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 모인 사립대 교수들 사이에선 탄식이 그칠 줄 몰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마련한 ‘사립대학 비리 척결 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다. 경주대와 대불대, 경북과학대학, 성화대학, 전주기전대학, 창신대학에서 재단 비리를 문제 삼다 해임된 교수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사립대학비리척결교직원연대를 결성했다. 현재 이 모임에는 성신여대, 강원관광대학, 제주산업정보대학, 청강문화산업대학 등 10여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 감사원으로, 청와대로 쫓아다녔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교수들은 이날 국회에서 해당 대학의 비리 의혹 사례를 낱낱이 공개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교과부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았다. 신희영 경주대 교수는 “몇 번이나 감사를 요청했지만 93년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현석 성화대학 교수는 “교과부 감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감사가 끝나면 관심도 갖지 않는다. 감사 이후에 한 번만 대학을챙겼어도 이런 비리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 경북과학대학 교수는 “대표적인 비리 대학을 보면 꼭 (전·현직) 교과부 직원이 있다. 우리 대학도 학장 2명 등 3명이나 있었다. 그러니 교과부가 의심받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준 교과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교과부와 비리 사학을 연결시키는 건 맞지 않다. 인력이 부족해 소홀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지만 비리 사학에 대해서는 교과부 역시 확고하다. 감싸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1> 대부분 족벌 운영으로 전횡 일삼아

경주대는 사실상 이름뿐인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사장은 설립자의 고교 동기다. 설립자 부인은 경주대 총장, 아들은 같은 법인 산하의 전문대학 총장이다. 설립자의 고교 선배 2명과 동기 2명은 이사로, 동기 1명은 상임감사로 있다. 이사회 구성이 이렇다 보니 경주대는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고 도서관 건립 부지 명목으로 8억원을 지출했다. 교비가 아니라 출연자나 재단 돈으로 도서관 부지를 매입하는 게 맞다. 교비 횡령으로 볼 수 있다. 교수에게 지급한 연구비 4억4천만원을 다시 회수해 학교운영비로 사용하는 등의 전횡을 벌이고 있다.

성화대학은 설립자 부부와 딸 2명이 학교법인과 대학을 장악하고 교비회계와 교직원 인사를 전횡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학 교수인 큰딸은 연구윤리진실성위원을 맡고 있고, 작은딸은 총무로 학교 회계 등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부인은 학생식당을 운영하면서 징계위원을 맡고 있다. 징계위원장은 설립자의 동문이다.

지난 10일 강병도 창신대학 총장이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총장직을 사퇴했다. 대법원은 교비회계 자금을 법인회계로 무단 전출한 혐의로 강 총장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창신대학 교협 소속 교수들은 파면 등을 당했다. 오른쪽 사진은 성화대학이 해임 교수의 출입을 막기 위해 연구실 문을 아예 용접으로 막은 모습이다.


대불대는 설립자 부부와 아들이 학교법인과 대학을 족벌 체제로 운영하면서 자신들 소유 부동산을 교육용 재산으로 고가 매입하거나 수익사업체를 불법 운영하는 수법으로 법인 및 교비회계를 횡령했다.
경북과학대학은 설립자 가족 6명과 법인 임원들이 수익사업체와 법인, 교비회계에서 불법으로 급여를 챙겼다. 심지어 개인 휴대전화와 집 전화요금, 수술비, 개인 변호사 수임료, 개인 교통위반 과태료까지 법인회계에서 납부하는 등 지금까지 수십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상태다. 상임이사의 증여세 3억5천만원을 법인회계에서 납부하기도 했다. 허위 공사계약 등으로 교비를 경북외국어대 설립 자금으로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전주기전대학은 실형을 선고받고 학장에서 쫓겨난 조희천씨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이사를 이용해 이사회와 대학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이사 4명 중 2명은 조 전 학장의 이모와 처삼촌이다. 조 전 학장은 학생으로 위장 등록한 후 장학금을 부당 수령하고 개인 휴대전화 요금까지 교비로 냈다.
창신대학은 법인 재산을 매각해 중등 학교법인에 출연했다. 교비를 편법으로 빼내 법인의 법정부담금을 조성하는 등 법인과 대학 운영을 전횡하고 있다.

 

<2> 교비 불법 전용·횡령은 기본

설립자나 그 가족이 본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된 부동산을 고가에 교비로 구입하는 일도 다반사다. 부정하게 재산을 추적하는 고전적 수법이다.
대불대는 이사장의 땅을 비싸게 매입해 법원에서 유죄판결(46억원 횡령)을 받았는데 그 땅에 다시 학생 교육과 무관한 건물을 신축해 2차로 약 100억원을 횡령했다. 대학 교문 확장을 빌미로 학교 앞에 있던 설립자 아들의 건물을 비싸게 교비(2억8천여만원)로 매입하기도 했다.

설립자나 그 가족이 본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된 부동산을 고가에 교비로 구입하는 일도 다반사다. 부정하게 재산을 추적하는 고전적 수법이다. 대불대는 이사장의 땅을 비싸게 매입해 법원에서 유죄판결(46억원 횡령)을 받았는데 그 땅에 다시 학생 교육과 무관한 건물을 신축해 2차로 약 100억원을 횡령했다. 대학 교문 확장을 빌미로 학교 앞에 있던 설립자 아들의 건물을 비싸게 교비(2억8천여만원)로 매입하기도 했다.

경북과학대학은 설립자가 설립한 경북외국어대의 교육용 토지를 시가보다 5~6배 비싸게 매입하거나 설립자와 부인, 아들의 자택을 시가보다 2~3배 비싸게 매입해 수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대리인 명의로 대학 주변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 후 5~6배 비싸게 대학이 매입하게 했다. 또 설립자 친인척 등 15명을 이 대학 교직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허위 자료를 꾸며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전주기전대학은 수익용 토지의 54%를 조희천 전 학장에게 구입했다. 조 전 학장은 또 2005년에도 교비 횡령으로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있고, 교육용 기본재산을 자신의 아버지가 대표이사인 사회복지법인에 무상 출연하거나 증여했다. 교육용 기본재산 임대료를 법인이 횡령한 의혹도 받고 있다. 조 전 학장은 2008년 학생으로 등록해 세 차례에 1천여만원을 장학금으로 수령해 가기도 했다.

성화대학도 상가 등 설립자 소유 부동산을 고가로 매입해 수십억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기숙사와 실습관 등 수십 건의 공사비를 부풀려 교비를 챙겼다. 설립자의 골프 회원권 구입비까지 교비로 지급했다. 유령 직원과 교수를 학교에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자료를 꾸며 급여를 챙긴 것도 고전적인 수법에 속한다. 경주대는 교비를 빼내 45건의 토지를 매입해 차명으로 관리하는 등 교비 수십억원을 횡령한 의혹이 지역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3> 국고보조금 횡령도 예사로

경주대는 2003~2004년 교과부로부터 지방대학육성사업에 선정돼 24억여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국고지원금으로 기자재를 구입하면서 납품금액을 부풀려 업자와 계약하고 6억3천만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북과학대학은 2006년 교과부 감사에서 국고지원금 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행·재정 제재를 받았다. 2006년에는 교원 확보율을 조작해 대학 특성화 재정지원 사업금 40억원을 지원받아 이 가운데 1억3천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2008년 민원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교과부가 총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고 허위로 이행 사실을 보고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창신대학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창업보육센터 지원금을 받아 5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2009년 6월 총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강 아무개 총장은 창원지방법원 재판 중 “중기청 창업보육센터 지원금을 건물 신축이 아닌 증축이나 리모델링 등의 수법으로 횡령하는 행태는 대학의 관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4> 편법적 학사운영

경주대와 같은 학교법인 산하 전문대학인 서라벌대학은 학과별로 재학생 등록금 중 30%를 대학에서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학과 교수들의 급여를 지급했다.

경주대와 같은 학교법인 산하 전문대학인 서라벌대학은 학과별로 재학생 등록금 중 30%를 대학에서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학과 교수들의 급여를 지급했다.

경북과학대학은 인천과 대구에 교과부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 학습장을 설치했다. 공무원과 직장인 등을 주간 정규과정 입학생으로 선발한 뒤 1주일에 2~3일만 야간에 수업을 하고 학위를 수여한 의혹을 사고 있다.
성화대학도 당초 대학 설립인가 장소가 아닌 진도, 완도, 장흥 및 수도권 지역의 임대 건물에 미인가 학습장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입생 충원율을 올리기 위해 직장인과 주부 등을 주간 정규과정 신입생으로 선발한 뒤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점을 부여하는 등 학사운영을 불법으로 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창신대학은 자격 없는 중국인 유학생 84명을 선발한 뒤 편법으로 학사 운영를 하고 있다.

 

<5> 수익사업체 불법 운영 및 횡령

경북과학대학은 교비 33억원을 횡령해 식품공장을 설립한 뒤 법인 수익사업체로 등록해 운영하면서 수익금 40억여원을 법인이 사용했다. 교과부가 학교기업으로 전환하라는 처분을 두 차례 내렸으나 이행했다고 허위로 보고한 뒤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교비회계로 전입해야 할 수익금을 법인회계로 전입해 설립자 친인척과 법인 임원의 급여, 법인 경비 등으로 지출하고 있다.

경주대는 총장(설립자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수익사업체 경주관광호텔 임차보증금 1억5천만원을 교비로 반환하지 않고 있다. 대불대는 교비로 목포중앙병원을 매입해 수익사업체로 운영하다 설립자 겸 총장의 셋째 아들에게 소유권을 이전시켰다. 전주기전대학도 교비로 중국 남경에 JK뷰티클럽을 설립하고는 수익금을 교비회계로 전입하지 않고 있다.

 

<6> 감사 처분은 이행 않거나 허위보고

경북과학대학은 두 차례에 걸친 교과부 감사에서 47건의 처분요구를 받았지만 핵심 비리인 20여건을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했다고 허위로 보고해 계속해서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교부는 허위로 보고한 사실을 2008년 감사에서 적발했으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인하고도 허위 보고한 법인 임원에 대한 연임을 승인했다. 성화대학은 감사 처분으로 승인 취소된 임원은 5년이 경과해야 선임할 수 있는데도 다시 이사로 선임했다. 전주기전대학은 교과부 감사처분 요구사항 20건 중 교비 및 법인회계 횡령에 해당하는 5건(34억7천만원)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7> 내부 고발엔 징계와 보복으로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교수, 직원들에게는 징계해임 및 부당인사조치, 직권 면직 등으로 보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경주대는 교수협의회 소속 내부 공익 고발자 13명(교협 임원진)을 불법 징계 해임하는 한편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20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대불대도 5명의 교수협의회 임원들을 파면 혹은 해임, 부당인사 조치했다. 경북과학대학은 4명의 직원을 해임시켰고, 성화대학도 20명의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를 파면 혹은 해임했다.

전주기전대학은 10여명의 교수를 파면 혹은 해임했고, 창신대학도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전원을 파면하거나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성화대학은 해임한 교수의 출입을 막기 위해 연구실 문을 아예 용접으로 막아버리기까지 했다. 대학에서 탄압을 받은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에 구제를 요청해 징계나 재임용 취소 처분이 취소돼도 학교법인은 복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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