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5:20 (일)
독자적 학문재생산체제 구축 … 대학원 역할 구분 뚜렷하게
독자적 학문재생산체제 구축 … 대학원 역할 구분 뚜렷하게
  • 교수신문
  • 승인 2010.03.08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문학 교수들이 말하는 ‘대학원 교육 내실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학 기초연구인력 양성현황과 질적 제고방안’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인문학 교수들이 기타 방안으로 제시한 의견을 요약했다. 기타 의견에는 제도 개선 내용 뿐 아니라 대학과 교수사회 내부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강성호 순천대 교수(사학) = “한국의 대학원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학계, 정부, 일반사회차원에서 한국에서 독자적인 학문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공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일류국가에 진입했던 것처럼, 한국도 현재까지 진행된 양적 성장을 질적 성장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한국의 독자적인 학문재생산체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 “인문학 분야에서는 BK21, HK, WCU 사업 등 경쟁과 성과 위주의 사업들이 이공계와 달리(이공계에도 큰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지만) 심각한 폐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쟁적 프로젝트형 사업을 단계적으로 과감하게 정리하고 그 예산을 대학교원 확충과 시간간사 등 다양한 비전임 교원제도의 개선과 비전임 교원들의 처우 개선으로 돌려야 한다.”

김의수 전북대 교수(철학) = “교수임용 비리, 논문 표절 등 교수의 질과 관련되는 기본 업무를 엄정하게 수행해야 한다. 법과 규정을 형식적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이 실질적으로 시민정신과 인문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인문학 교수사회가 형성돼야 한다. 정부의 지원사업도 경쟁만 치열하고 효과에 대한 사후 점검과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하나의 사업, 한 해의 사업만 지나가면 그만이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이 수행돼야 한다.”

김재석 경북대 교수(국문학) = “대학원 전임교수 임용을 활성화해 연구 수준의 향상과 대학원생 지도의 효율성을 꾀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대학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역량이 뛰어난 교수를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학부의 강의까지 맡게 해서는 연구에 전념할 수가 없다. 대학원 전임교수제도를 실시한다면, 학부생에 대한 부담이나 잡무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연구와 대학원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박찬길 이화여대 교수(영문학) = “대학원의 학위과정이 명실상부하게 권위있는 상급학위가 될 수 있도록 학위에 걸맞는 학문적 수준을 확보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대학원 과정에도 섣불리 취업률 등등의 기준으로 실용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서는 곤란한다. 실용적 성격의 특수대학원과 학문적 성격의 대학원을 엄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엄익상 한양대 교수(중문학) = “밀도 있는 대학원 강의를 할 수 있는 대학과 교수의 수가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분야의 대학원의 수가 너무 많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들의 관심분야에 전공 교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을 받고 심지어 논문을 쓰게 한다. 전공 교수가 있든 없든 어떤 분야의 논문도 쓸 수 있는 것이 학계의 현실이다. 우선, 무분별하게 진행돼온 대학원 허가를 졸업생 배출 실적에 따라 재심사해 일부 취소해야 한다. 우수 학생들을 일부 대학으로 모아야 한다.”

조관희 상명대 교수(중문학) = “대학원생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도교수는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야 한다.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켜서는 안 된다. 특히 지도교수가 외부 학회의 임원 등을 맡는 경우 학회 일을 자신의 학생에게 시키는 등의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또, 수업 이외의 외부 일에 얼굴을 내밀지 말아야 하는데, 흔히 말하는 엉뚱한 데 생각이 가 있는 폴리페서 등이 너무 많다. 이들 때문에 대학원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 = “특히 인문계 학생들의 학업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한 집안의 동의 여부, 학비 조달 상황, 아르바이트 상황, 평균 연구 시간, 전공 연구에 활용하는 장소, 학위 논문 주제 선택의 방식(지도교수의 권유 또는 강요, 친구들과의 학문적/사교적 교류, 타 학교 교수와의 교류, 순전히 단독으로), 지도교수 선택시 문제점, 외부 교수와의 교류 상황(허용되는 지 아니면 학맥에 따라 금기시 하는 분위기인지), 전공 관련 학회의 의미(논문 작성이나 학문적 교류에 유용한지, 아니면 교수의 동원 대상인지) 등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