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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화 이겨낼 ‘교육 질’ 평가틀 마련하자”
“서열화 이겨낼 ‘교육 질’ 평가틀 마련하자”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10.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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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가 ‘학부교육 내실화’로 이어지려면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특별소위 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이하 자문회의)는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회장 박승철 성균관대, 이하 교무처장협의회)와 공동으로 ‘대학교육 강화 포럼’을 지난 7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자문회의와 교무처장협의회는 ‘대학 학부 교육의 중요성’(임해규 한나라당 의원실, 대교협 공동 주관)을 주제로 한 1차 포럼을 시작으로 2차 ‘학생들의 쓴소리: 대학교육에 바란다’(연세대), 3차 ‘미래사회를 위한 학부교육: 교육과정을 중심으로’(성균관대), 4차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과 대학교육’(프레스센터)을 2~3주 간격으로 실시했다. 자문회의는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 오는 12월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학교육 선진화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할 계획이다.

 



5차 포럼 ‘바람직한 대학평가와 교수업적평가’는 지난 달 28일 서머셋 팰리스 세미나실에서 내부회의 형식으로 치러졌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배재현 성균관대 교원인사팀장,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이 학부교육 내실화에 중점을 둔 대학·교수업적평가의 새로운 방향을 발표했다.

 

 

"강의평가 항목을 매번 바꾸거나 강의 목표와 교육내용의

일치여부 등을 강의평가에서 가려낼 수 있어야" 

-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절대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교육이 엉망이며 붕괴됐다고 얘기한다면 교수 자신의 붕괴를 자인하는 것과 같다. 교수가 제 할일 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우리는 고등교육이 경쟁력 없다고 너무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은 아닌가. 고등교육 경쟁력에 대한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예컨대 OECD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1, 2위를 하는 학생들이 대학만 오면 왜 이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면서도 상당수가 ‘무늬만 이공계 학생’인 점 등 대학은 부실한 교육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는가. 대학·교수평가는 대학 교육 정상화와 직결된다.

대학의 자생력 유도할 평가


그렇다면 대학평가에서 지난 20여년 내내 같은 논의가 반복되는 이유는 뭔가. 정부가 어떤 목표를 세우면 서둘러 가려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끝나면 다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축적이 되질 않는다. 교대와 사범대 평가도 10여년 됐는데 평가 기관이 수시로 바뀌니 축적된 데이터가 전무하다. 교육정책은 10년 이상의 호흡을 두고, 장·단기적 현안을 풀어나갈 팀들이 따로 있어야한다. 지난 정권 때 고등교육평가원과 교육인증원 설립 계획이 좌초된 것은 대표적이다. 외부의 평가에 교육이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차원의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이 필요하다.


미국은 대학 졸업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위 3~4%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국가가 정원을 감축시킨다. 학생모집에 급급한 대학이 느는데 국가가 대책이 없다면 평가로 대학능력을 높이는 일은 요원하다.


교수업적평가는 획일적인 부분을 손질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의평가 항목을 매번 바꾸거나 강의 목표와 교육내용의 일치여부 등을 강의평가에서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스스로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되, 이게 안 되면 소멸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 될 때 국가 차원의 노력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강의평가는 공정성이 낮다는 이유로 회피해왔지만

평가문항을 학생중심으로 개선하고 비중을 상향조정해야"


- 배재현 성균관대 교원인사팀장 

세계대학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국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검증된 미국의 대학 체계를 답습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성균관대의 경우 미국 주립대학의 체계를 본떠 국내 최초로 대학의 검증 시스템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교수업적평가 종합합산제를 시행했던 성균관대는 ‘교육중점’을 선택하는 비율이 평균 1%에 지나지 않아 2004년에 폐지했다. 교육과 연구 부문을 표준점수화 했는데 평가 팩터에서 교육부문이 한정적이었던 탓에 ‘교육’이 고립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2004년부터 영역별 업적평가로 바꾸고 부문별 최상위 20%이내의 교수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강의평가 점수 공개를 의무화하고 피드백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대안이다. 강의평가는 공정성이 낮다는 이유로 회피해왔지만 교육역량강화 차원에서 평가문항을 학생중심으로 개선하고 강의평가 비중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학생중심의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전환하는 추세에서 강의평가와 첨단강의 활용정도 등은 업적평가에 적극 반영해 나가야 한다.

강의평가 100점, 학부책임학점제 활용


성균관대는 교육부문 평가에서 강의평가 배점을 강화시키고 있다. 강의평가를 처음 도입했던 1997년에는 단위평가점수로 15점을 매겼지만 2005년에 40~50점, 내년부터는 100점을 책정했다. 책임학점, 대단위 수업 등의 배점은 줄고, 강의평가로 교육영역 순위가 매겨지게 될 것이다. 학기마다 축적된 강의평가 결과를 수강신청 시 공개하는 안도 마련했다.

성균관대는 교육부문 평가에서 강의평가 배점을 강화시키고 있다. 강의평가를 처음 도입했던 1997년에는 단위평가점수로 15점을 매겼지만 2005년에 40~50점, 내년부터는 100점을 책정했다. 책임학점, 대단위 수업 등의 배점은 줄고, 강의평가로 교육영역 순위가 매겨지게 될 것이다. 학기마다 축적된 강의평가 결과를 수강신청 시 공개하는 안도 마련했다.


더불어 학부책임학점제로 연간 9학점 이상을 반드시 학부에서 강의하도록 한다. 미충족 시 승진, 재임용, 연구년, 교내 연구비 등에서 제한을 두고 있다. 고려대와 동국대는 미충족 시 1/N 비율로 급여를 깎고 있다.
이밖에도 강의전담교원을 활성화하고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교수법과 e-러닝 강의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교수들이 학부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평가는 전공·진로 트랙 개발, 학사지도 시스템,

취업지도 여부 등 교육 여건보다 교육 내용에 초점 맞춰져야"

-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대학교육 부실의 원인 중 하나는 연구를 중시하는 대학정책 때문이다. 2005년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대학 재정지원 1조 8천억원 중 연구개발과 기반조성(R&D) 45.5%, 교육 및 산업인력양성(HRD) 37.6%로 나타났다. HRD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리사업, 산업인력양성 등 연구실적이 많다. 공학교육 등 순수 HRD는 5%에 불과했다. 자연스럽게 교수업적평가에서도 연구실적이 핵심지표가 됐고 대학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학평가의 ‘허수’ 간파해야


언론사 대학평가에는 허수가 많다. 최근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평가를 보면 ‘교육 여건’과 관련된 지표가 굉장히 많다. 교육 여건을 갖추면 교육이 잘 되나?


최근 각광받는 국제화 부문도 다르지 않다. 대학들은 국제화 점수를 높이려고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유치한다. 일부 지역대학의 경우 전체 학생 정원의 30%까지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데려오는데 영어도 모르고 한국어도 모르니까 무슨 교육이 되겠나. 대학은 평가에 연연할 게 아니라 지표가 가진 허수들을 봐야한다.


대학평가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항목 중 하나인 ‘평판도’에도 허수가 존재한다. 평판도는 고착화된 서열화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대학이 고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올릴 수 없는 영역이다. 영국 언론 <더 타임즈>도 대학평가 시 평판도에 아주 높은 배점을 주고 있다. 평판도는 매체마다 평가 순위 등락폭이 심하다. 아카데미 피어 리뷰와 기업인 리뷰 때문이다. 외국에 알려지지 않은 대학은 점수를 잘 받을 수 없다.


대학평가의 핵심은 교육과정 평가에 둬야한다. 대학 교육의 질을 측정하려면 어떤 학생이 입학해서 어떤 전공에서 어떻게 수업을 듣고 어디로 진출하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대학평가는 학생 맞춤형의 전공·진로 트랙 개발, 학사지도 시스템, 취업지도 여부 등 교육 여건보다 교육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겠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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