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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막는 ‘인지훈련+뇌자극’ 게임으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
치매 막는 ‘인지훈련+뇌자극’ 게임으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
  • 임효진
  • 승인 2024.03.27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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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학문의 신대륙을 찾아서 1

'치매 막는 디지털 치료'
박지혁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국가·사회 난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문사회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 사례를 소개한다. 기존 인문사회 학문 분야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문제의식과 융합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혁신 연구의 결과다.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센터장 노영희 건국대 교수)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문한국플러스사업(HK/HK+)과 융합연구지원사업의 연구성과 우수성, 파급효과 및 활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명의 심사위원이 우수성과 20곳을 선정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보건·사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치매 예방과 초기 치료에 이바지할 것이다.”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앞두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추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치매 인구는 90만 명을 넘었고,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0.5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6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년기로 접어드는 초고령화 사회를 예상한다.

치매는 인간의 존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노년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그 무엇보다도 두려운 질병이다. 특히 가족 등 돌보는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있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고, 동반되는 폭력이나 망상 증상이 있어 가정에서만 돌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노인의 인지기능을 관리하고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에 지금보다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박지혁 연세대 미래캠퍼스 교수(작업치료학과)와 정연진 전남대 교수(의공학과)는 「뇌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뇌자극 융합중재 디지털 치료제(DTx) 개발」이란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번에 인문사회통합성과확산센터의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우수 융복합연구에 선정돼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박지혁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는 보건·사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치매 예방과 초기 치료에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지 훈련에 물리적 전기자극 추가

현재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으로 이중과제 인지훈련이 쓰인다. 이중과제란 한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으로 산책하며 암산하고, 설거지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방법 등을 뜻한다. 인지와 운동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활동이다. 

이중과제를 수행하면 단일 과제를 수행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주의력이 저하된다. 집중력을 여러 활동에 분배해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적인 훈련을 통해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연구진은 여기에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을 추가했다. 경두개 직류자극이다. 뇌 표면에 약한 직류자극을 보내 신경세포의 자발적인 활성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뇌 기능을 정상화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쓰인다. 뇌에 직류자극을 흘려보내면서 인지훈련을 진행하면 인지기능을 향상하는 효과가 더 극대화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디지털 치료제는 게임 형태의 뇌인지 훈련 프로그램이다. ‘뇌반짝운동’과 일상생활을 접목한 ‘동네마실’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치료 방식으로 치매 문제 해결한다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디지털 치료제는 게임 형태의 이중과제 기반 뇌인지훈련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집행기능을 훈련하는 ‘뇌반짝운동’과 일상생활을 접목한 ‘동네마실’이라는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동네마실’의 집안 콘텐츠는 욕실에서 머리를 감거나, 세수할 때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찾는 훈련, 안방에서는 TV에 나오는 기상예보를 확인해 필요하지 않은 옷이나 신발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네마실’ 맵은 총 6가지 상점으로 제과점·카페·마트·병원·과일가게·빨래방으로 구성돼 있다. 각 콘텐츠에는 주문하기(input), 순서 기다리기(억제 기능), 주문한 메뉴 확인하기(output), 계산하기(산수)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순서대로 나와 인지기능을 훈련할 수 있다.

집행기능을 훈련하는 ‘뇌반짝운동’은 각각 3개씩 총 9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집행기능은 자기 행동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데 필요한 종합 인지 능력으로 목표를 향한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유지·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집행기능을 훈련하기 위한 뇌반짝운동은 작업기억, 억제 기능, 문제해결 콘텐츠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연구의 초기 결과에 대해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할 때 독립성을 유지하고 치매 발병 위험을 감소시킬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이 궁극적 목적”

연구는 현재까지 약 2년에 걸쳐 진행됐다. 1차 연도에는 이중과제에 기반을 둔 뇌인지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뇌의 전전두엽은 집행력·실행력·결단·추상적 생각 등을 담당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문헌을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동작 포착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2차 연도에는 뇌의 각 기능별로 콘텐츠를 세부적으로 나누고 프로그램을 디자인했다. 

경두개 직류자극 개발 연구는 1차 연도 연구를 기반으로 휴대용 2채널 직류자극 시작품을 개발하고, 오류를 찾는 디버깅 작업을 통해 최적화 시작품을 개발했다. 뇌 기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근적외선 분광법 장비를 운용했다. 이 기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산소화된 혈액과 비 산소화된 혈액의 변화를 측정해 뇌 기능과 인지 활동 간의 관계를 연구한다.

박지혁 교수는 “추후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 기술이 더 넓은 범위의 인구에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중재 연구가 치매 예방과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재 임상실험을 위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는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목적이다.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걸 늦추거나 막아서, 노인과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고, 고령화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이바지했으면 한다”라고 연구 목적을 설명했다.

의료사회복지·의공학·노인복지 등 5개 분야 융복합

의료 사회복지학·의공학기술학·의용전자학·노인복지학·지역사회 작업치료학 등 5개 학문이 머리를 맞댄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디지털 치료제(DTx)는 의학적 질병과 장애 관리에 기반한 고품질 소프트웨어다. 애플리케이션·게임·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알약과 항체, 세포 등을 이용한 1·2세대 치료제를 잇는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의약품과 달리 독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어 미래 치료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장점은 기계를 이용하다 보니 많은 사람에게 물리적 거리 등에 제약을 받지 않고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치료제에 비해 의료진 의존도가 낮은 편이고, 사회적 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시행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 제품 개발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연구진은 박지혁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의공학기술은 정영진 전남대 헬스케어메디컬공학부 교수, 의용전자는 김도원 전남대 헬스케어메디컬공학부 교수, 노인복지는 한대성 상지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지역사회작업치료학은 임영명·김아람·남상훈 연세대 미래 캠퍼스 라이프스타일연구소 교수가 참여했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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