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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학술지 갈수록 문제 커져…정량 평가 그만두자”
“부실 학술지 갈수록 문제 커져…정량 평가 그만두자”
  • 임효진
  • 승인 2023.12.22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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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학회 ‘건전한 학술활동’ 성명
대한수학회는 지난 15일 2023년 수학분야 학술활동 건전성 강화 포럼을 열었다. 이날 부실 학술지 대응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사진=임효진  

지난 2013년 인용지수(임팩트 팩트)로 연구수준을 평가하지 말자는 ‘연구평가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선언(이하 DORA 선언)’ 후 10년이 지났지만,인용 횟수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하는 논문 평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국제한림원연합회(IAP)는 ‘약탈적 학술지와 학술대회와의 전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제대로 심사는 하지 않고 고액의 논문 게재료만 받아 챙기는 기업형 학술출판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IAP는 약탈적 학술 활동을 유발하는 3대 요인으로 학술출판의 상업화, 정량적 연구업적평가, 부실한 동료 심사를 지목했다. 

박종일 대한수학회 회장(서울대 수리과학부)은 “부실 학술지 관련 문제는 4~5년 전부터 제기된 것으로 최근 언론이 조명하고, 국회에서도 논의 중인 사안으로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대한수학회 회장이 지난 15일 열린 2023 수학분야 학술활동 건전성 강화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수학회

대한수학회는 건전한 학술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학술생태계의 주체인 대학·연구소 등 연구기관과 연구지원기관, 언론과 대학평가기관, 연구자에게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대학과 연구소 등 연구기관은 소속 구성원들의 승진과 채용, 업적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연구업적 자체의 질적 우수성을 기반으로 평가하고, 학술논문의 경우 학술지의 명성과 양적인 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엄격한 동료평가에 기반한 논문 자체의 우수성과 영향력을 평가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함께 대학원생의 학위 논문 심사과정에서 학술지의 양적 지표에 기반한 기준으로 출판을 유도하거나 심사를 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같은 연구지원기관에도 연구성과의 평가를 위해 논문의 가치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아닌 출판된 학술지의 인용지표에 기반한 정량적인 수치에 의존해 평가하지 말자고 했다. 

언론 등 대학평가기관에 대해서도 대학이나 학과 평가를 위해 학문분야의 특성을 반영해 연구성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학술지의 획일적 계량지표에 의존하지 않고 정량적인 평가 기준만 따르는 대학평가는 지양하자고 권고했다. 

연구자에게는 논문을 작성해 투고 대상 학술지를 선택할 때, 학술지의 순위나 게재의 용이성보다 학술지의 전통과 엄정한 심사 절차, 출판시 논문의 접근성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연구자의 학술지에 대한 평판과 학회가 제공하는 추천 학술지 목록을 참고해 결정하는 것을 권장했다. 

대한수학회는 국내 수학의 연구수준이 높아진 것과 함께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명의료, 양자 기술 등 많은 분야의 기술발전에 수학의 역할과 수학지식의 활용이 한층 증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건전한 학술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성명 발표 배경을 전했다. 2022년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번 대한수학회 성명에 지지 서명을 보냈다. 

박 회장은 “건전한 학술활동 문화가 전 학문분야로 확대돼 온전한 연구활동이 정착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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