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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생각의 무기를 갖춰라...설득의 수사를 위해
다섯 가지 생각의 무기를 갖춰라...설득의 수사를 위해
  • 김재호
  • 승인 2023.10.2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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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생각의 시대』 김용규 지음 | 김영사 | 508쪽 | 2020)

이런 책이 대학교재로 사용되면 참 좋겠다. 바로 철학자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김영사 | 2020)다. 이 책은 충분히 교육적 목적을 지녔다. “낭송과 암송이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수사적 기법들을 무의식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이라면, 분석과 해석은 그것들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길이다.”

철학자 김용규는 '생각을 만든 생각들' 특히 무엇이 인류를 이끌어왔는지 생각의 도구들인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를 낱낱이 살펴본다. 이 책은 김용규·김유림의 『은유란 무엇인가』(천년의상상 | 2023) 시리즈의 시작점이요, 『소크라테스 스타일』(김영사 | 2021)의 전초전이었다. 

『생각의 시대』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바로 ‘다른 사유 방식을 통한 더 나은 삶 만들어가기’이다. SNS와 유튜브가 모든 걸 삼키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이지만, 고전의 사유 방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혜와 진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용규는 엄지세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보와 지식은 어디서든 전송받을 수 있지만, 진실과 지혜는 아무 데서도 전송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우리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은 매 순간, 현장에서, 오직 자기 자신에 의해 드러나는 진실과 지혜이고, 우리 사회에 필히 요구되는 것은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우리의 손에 든 뇌가 아니라, 오직 머리 안에 든 뇌에서만 생성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유와 더 나은 삶 만들어가기

최근 기후재난과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등 환경파괴로 인한 징후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이 사유에 근간한다면, 사유는 언어로 표출된다. 언어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김용규는 신경생리학자 윌리엄 캘빈의 통사론을 설명하며, “우리의 뇌는 언어를 통해 언어의 법칙이 아니라 자연과 사물들의 질서에 합당한 정신의 모형을 형성한다”라고 밝혔다. 좋은 언어가 좋은 사유를 가능케하고, 자연에 대한 좋은 태도를 형성하도록 한다. “정신이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장이 정신을 만든다!”

우리는 철학자 김용규가 제안하는 사유의 방식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용규는 “이 생각의 도구들은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reason’이라 불리는 근대적 이성이 동일성을 근거로 한 사유 방식이라면, ‘logos’가 상징하는 생각의 도구들은 유사성을 근거로 한 생각의 패턴"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은유는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기댄다. “은유는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천재적인 생각의 도구다.” 

“유사성은 어떤 것(A)과 다른 것(~A)의 경계에 서 있지만, 그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융합한다. 따라서 동일성에 근거한 이성이 어떤 것을 밝히고 그 밖의 것은 어둠으로 내몬다면, 유사성에 근거한 생각은 그 둘 모두를 빛 안으로 불러 모은다.” 
“우리는 머리 안에 든 뇌와 정보기기 안에 내장된 뇌, 달리 말해 유사성을 근거로 한 패턴을 통해 일하는 뇌와 동일성을 근거로 한 패턴을 통해 작업하는 뇌, 2개의 뇌를 함께 가질 수 있다.”

설득의 수사학은 현대인에게 자기 홍보부터 제품 광고 등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기대기

『생각의 시대』에는 셜록 홈스부터 셰익스피어 등 다양한 사례들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5장 ‘레토리케-수사’에서 ‘생략삼단논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선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가 등장한다.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잃을 수도 있다.) 너를 간직할 수 있었다. 따라서 너를 잃을 수도 있으리라.” 괄호는 생략된 대전제이다. 이 대전제를 간파함으로써 시적이자 논증적인 위대한 수사를 알아차릴 수 있다. 

철학자 김용규는 지식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제 생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구독과 좋아요’로 수렴되는 콘텐츠 경쟁의 환경에서 『생각의 시대』는 생각의 무기를 쥐여준다. 어떻게 표현하고 설득해야 하는지를 고전과 철학, 역사를 통해 알아본 것이다. 이 책은 더 좋은 글쓰기와 사유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필독서임이 분명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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