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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유명무실’…공교육 파행 우려
고교학점제 ‘유명무실’…공교육 파행 우려
  • 김봉억
  • 승인 2023.10.1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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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8 대입 개편 시안 논평
수업은 선택, 수능은 통합 ‘모순’
내신·수능 5등급제 절대평가 요구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선택과목을 폐지한 통합형 수능과 내신 5등급제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해 근시안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입시 위주 경쟁 교육을 해소하고 미래 교육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오히려 공교육 현장에 더욱 심각한 파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교육부의 대입 개편 시안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5년부터 전면 실시되는 고교학점제의 정착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적성·흥미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작 진로·융합선택 과목의 개설이 어려워져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내신 평가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꾼 것은 긍정적이지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하도록 해 사실상 상대평가를 강화했다. 수능은 현행 9등급제 상대평가를 유지하기 때문에 수능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됐다.

특히 문·이과 구분을 폐지하고 통합형 수능을 내세우며, 국어·수학·탐구는 통합 평가를 한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고등학교 1학년 공통 과목으로 했고, 국어와 수학도 일반선택 과목으로 출제 범위를 정했다.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 신설 여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한다. 

문제는 국어·수학·사회·과학 모두 진로·융합선택 과목을 통한 심화 학습이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진로·융합선택 과목이 모두 수능시험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 시안에는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해소해 공정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이른바 문과 침공 등 문·이과 구분에 따른 논란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능 영향력이 커지면 사교육 강세 지역과 특목고·자사고에 유리해지는 공정성 논란은 여전히 남게 됐다. 

고교학점제에 따라 고등학교 수업은 다양한 선택을 강조하지만, 정작 수능 시험은 융합형 선택과목을 배제해 수업과 평가가 겉도는 모순적인 상황도 문제다. 지난 정부가 만든 2022년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유명무실하게 됐다는 평가다. 

교육단체는 내신과 수능 모두 5등급제 절대평가로 개선하고, 고교학점제의 기본 취지를 반영할 수 있는 대입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능 9등급제 상대평가로 인한 입시 위주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학총장들은 수능을 ‘자격고사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6월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일반대학 총장 86명이 응답한 결과다. 수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학총장 51.8%가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15.7%는 서·논술형 도입, 8.4%는 수능 폐지라고 했고, 24.1%는 현행 유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육·교사단체는 이번 개편 시안을 수능 강화 방안으로 평가했다. 수능 과목 중심으로 학교 교육의 파행을 심화시키고 자사고·특목고와 수능 사교육이 강한 지역에 유리해지는 대입제도 개편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유지 정책과 결합해 특목고를 부흥시키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강태중 중앙대 명예교수(교육학)는 ‘교육부는 교육을 걱정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교육부 개편 시안에 미래는 없다면서 “수능과 내신의 축으로 구축된 대입제도가 학교교육을 망치고 있고, 학생들은 무의미한 교과 공부에 매달려야 하고, 개인과 시민으로서 주체성을 세워 갈 기회도 잃고 있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덮어놓고는 어떤 제도 개편도 의미 없다”라고 했다.

강 교수는 “학교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대입제도는 어떻게 학교 교육에 이바지해야 하는지 고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교육부는 목전의 논란에 빠져 정치적인 면피책을 찾는 데만 골몰한 듯하다”고 논평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번 시안과 국교위가 수립할 2026~2035 국가교육발전계획과의 연계성을 고려하고,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국민· ·전문가·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소속 기구인 대학입시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와 국민참여위원회를 통해 시안 관련 의견을 수렴·종합해 교육부에 이송한다. 교육부는 올해 안으로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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