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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지혜 검증하는 ‘붓다 테스트’ 통과할까
인공지능, 지혜 검증하는 ‘붓다 테스트’ 통과할까
  • 김재호
  • 승인 2023.09.1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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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인공지능의 미래와 지혜의 알고리즘』(필로소픽 | 304쪽) 쓴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대 교수

반드시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인지 능력에 버금가는

혹은 어떤 분야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그런 인지 능력을 갖는 인공지능이 나타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의식과 사고 그리고 인지과학 차원에서 세밀하게 분석한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신경과학과 불교의 지혜까지 깊이 있게 다룬 점이 단연 돋보인다. 바로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대 교수(철학과)의 『인공지능의 미래와 지혜의 알고리즘』(필로소픽)이다. 이 책은 “미래의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검사하는 튜링 테스트뿐만 아니라 지혜의 능력을 점검하는 붓다 테스트도 통과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지난 4일, 석 교수를 인터뷰했다.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대 교수(철학과)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 업하고,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석·박사를 했다. 신경과학 박사 후 과정을 거쳤다. 『체화된 도덕 심리학과 유교철학』, 『수치의 도덕 심리학: 수치 결여의 수치』 등을 집필했고, 『몸의 인지과 학』, 『물질과 의식』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사진=석봉래

인공지능 로봇은 이미 종교에도 도입됐다. 예를 들어, △중국 베이징의 로봇 승려 샨어 △일본의 로봇 관음 보살 민다르 △장례 전문 승려 페퍼 △기독교 사제 로봇 산토 △독일 루터교 교회의 블레스유-2 등이 있다. 블레스유-2에 대해 석 교수는 “신도를 맞이 한다거나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적인 종교적 기능 혹은 영적인 지도자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인공지능 활용이 상당히 활발하다. “인공지능 로봇이 일반인의 호기심을 통해 포교의 역할을 하거나 불교의 좋은 개방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와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종교적 역할, 예를 들어 경전 낭독이나 장례식 집전을 하도록 제작된 경우도 있다.”

철학과 교수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분석하게 된 것일까? “한국에서 대학교 다닐 때 인공지능 언어인 LISP(list processing: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당시 전산과 강의를 들은 적이 있고, 미국에서는 심리·인지 철학을 전공하면서 별도로 인지과학 석사 대학원 과정을 2년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현재 석 교수는 「마음, 두뇌, 컴퓨터」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윤리」를 강의하고 있다. 

석 교수는 인공지능 윤리 관련,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외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개발과 사용이 일으킬 수 있는 인종, 종교, 교육 상태, 경제적 조건과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의 문제도 고민 중이다. 창의성 차원에서 인공지능과 예술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그리고 철학을 연결해 도덕 감정의 문제(감정을 통한 도덕적 행위의 이해)와 신체적 인지(몸과 신체 활동을 통한 세계 이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 시작된 불교적 명상이 신체와 두뇌 그리고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젠봇’의 시대…인간과 대화하고 명상 지도하는 AI

이 책의 에필로그인 ‘인공지능의 불교와 불교의 인공지능’에는 석봉래 미국 앨버니아대 교수(철학과)가 이 책을 집필한 계기 세 가지가 나온다. 첫째, 신경증(노이로제)에 걸린 인공지능 체계 할(HAL 9000)을 알면서부터다. 이 인공지능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한다. 둘째, 백남준 작가의 「TV 부처」를 직접 본 경험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부처는 TV를 보며, 정확히 말한다면 TV를 마주하며 명상에 잠기고, 그 모습이 다시 TV 스크린에 나타난다.” 셋째, 샤오-우엔 혼 박사(마이크로스프트 부사장)의 강연이다. 인공지능은 궁극적으로 지혜의 단계를 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고의 지혜 단계로 나아가는 인공지능과 깨달음의 지혜를 기반으로 하는 불교가 이 책에서 만난 것이다.”

그렇다면 석 교수의 종교가 불교일까? 아니다. “철학에서 나의 세부 전공은 심리철학 그리고 인지철학이기 때문에 마음을 깊이 다루는 불교적 전통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교 철학에서 보여주는 마음과 의식에 대한 분석은 매우 치밀하고 깊이가 있다. 불교는 마음과 지혜의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석 교수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어 성불한다는 것은 결국 이 마음의 궁극적인 의식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교에서 매우 중요하다”라며 “마찬가지로 심리철학에서도 마음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목표로 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른 접근법과 입장을 공부하게 된다”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이 과연 지혜의 알고리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사진=픽사베이

 

불교는 열린 디지털, 붓다 알고리즘을 위해

책에는 “불교는 열린 디지털”, “알고리즘에 집착하지 않는 알고리즘”, “붓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알고리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전체적인 조망을 주는 알고리즘 철학” 등의 표현이 나온다. 비판적·메타적 사고를 뜻하는 것일까? “여기서 디지털하다는 것은 불연속성을 의미한다. 즉 아날로그는 연속적 양이고 디지털은 불연속적 양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와 고통은 결국에는 ‘연속성’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다. 자아가 계속 존재한다는 느낌 그리고 세상이 연속적으로 존재하면서 자아의 욕망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희망 등등이 나에게 감당할 수 없는 번뇌와 업(業)을 만들어 낸다.”

특히 석 교수는 “붓다 알고리즘은 부처가 제시한 깨달음의 길을 비유한 것”이라며 “기계적 지능이 창의적이며 비판적인 지능으로 도약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차세대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알고리즘에 갇혀 기계 학습과 연산을 반복하는 ‘확률론적 앵무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습관과 편견을 벗어나는 불교적 깨달음의 과정처럼, 알고리즘을 따르면서도 그것을 넘어서서 알고리즘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정말 다른 차원의 반성적 의식을 갖게 될까? “인공지능은 인간과 상호 작용하고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나 개념을 처리하고 인간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 내부적 정보 처리 과정은 인간의 인지 과정과는 유사하지 않을 수 있고 또 반드시 유사할 필요도 없다.” 석 교수는 “현재의 인공지능 발전과 사고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사고 능력을 지닌 체계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그것이 인간의 사고 능력을 보충하거나 그것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며 “반드시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인지 능력에 버금가는 혹은 어떤 분야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그런 인지 능력을 갖는 인공지능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사용자와 젠봇의 전인격적 만남과 집중

『인공지능의 미래와 지혜의 알고리즘』에서 흥미로웠던 대목은 ‘젠봇(선봇 혹은 명상봇)’이었다. 과연 어떻게 진화할까? “여기서 젠봇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과 대화를 나누면서 명상 지도와 문답을 하는 수준의 인공지능 체계를 말한다.” 석 교수는 호흡‧맥박‧뇌파 등 생체 정보가 추가되면 젠봇의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메타버스 같은 가상현실을 통해 참선이나 명상 시설을 만드는 것도 언급했다. 다만, 사용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명상은 전인격적 집중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어떻게 젠봇에 전인격적 만남이나 집중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리 젠봇의 기능이 뛰어나도 그 인공지능 체계를 대하는 사용자의 자세가 진실되고 진지하지 않다면 인공지능을 통한 명상이나 수양은 효과나 의미가 없는 것이다.”

***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이번 학술서 『인공지능의 미래와 지혜의 알고리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에필로그에는 인공지능 체계 할(HAL 9000), 백남준 작가의 「TV 부처」, 샤오-우엔 혼 박사의 강연 내용 등이 있습니다만, 철학을 전공하시고 인공지능과 불교 등 연구를 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종교가 불교이신가요?

종교는 불교는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불교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었고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철학에서 저의 세부 전공은 심리철학 그리고 인지철학이기 때문에 마음을 깊이 다루는 불교적 전통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교 철학에서 보여주는 마음과 의식에 대한 분석은 매우 치밀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저는 불교는 마음과 지혜의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어 성불한다는 것은 결국 이 마음의 궁극적인 의식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심리철학에서도 마음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목표로 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다른 접근법과 입장을 공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알고리즘을 통한 연산 방식, 즉 컴퓨테이션(computation)을 가지고 마음의 본성과 기능을 이해하는 접근법이 20세기 중반부터 철학과 인지과학에서 유행하게 되었습니다. 대략적으로 말씀드린다면 마음의 고차적 인지 능력을 컴퓨터의 연산 기능을 모델로 하여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컴퓨터 공학의 경험 과학적 연구를 심리 철학에 이용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인공지능이 어떤 목적과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철학에서 논의되는 인공지능의 장점과 한계점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고 차세대 인공지능의 지향점은 샤오-우엔 혼 박사의 강연에서 설명되었듯이 더욱 유연하며 강력한 상위 인지능력(지혜의 능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규칙을 따라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판단의 기계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인공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전문가적인 시각과 보통 사람들의 이해를 연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기계와 다르게 인공지능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인 사고와 판단에 근접하는(혹은 근접하려고 시도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공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인문학적 소통과 이해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저는 영화나 소설에 나타나는 기계적 지능에 대한 공포 또는 환상 그리고 이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체계 할(HAL 9000)이나 백남준 작가의 「TV 부처」 같은 체계들은 인공지능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을 묘사하는 예술은 우리의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극단적인 낙관주의나 비관주의가 아니라 건강한 현실주의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이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인공지능의 미래와 지혜의 알고리즘』이 출간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비판적 사고와 자율적 판단 그리고 반성적 의식의 능력을 가진 지적인 존재로 발전할 수 있을까?”(286쪽)이라고 적으셨습니다. 이에 대한 석 교수님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책을 전반적으로 보면, 석 교수님께서는 인공지능이 한계가 있지만 그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적이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저는 이 질문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답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먼저 인공 지능이 고차적인 사고의 능력을 가지는가 하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 숨겨진 가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린다면 사고 혹은 생각에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의 지각 능력이나 사고 능력을 기준으로 다른 체계(인공지능, 동물, 곤충 등등)의 인지 능력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 체계는 사람과 같은 신체나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대상을 파악하고 생존하게 됩니다. 물론 이들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런 인지의 다양성 시각에서 본다면 인공지능의 인지 능력과 인간의 사고 능력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거나 인간의 사고 능력을 묘사하는 용어로 다른 체계의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인간과 상호 작용하고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나 개념을 처리하고 인간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지만 그 내부적 정보 처리 과정은 인간의 인지 과정과는 유사하지 않을 수 있고 또 반드시 유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사고 능력을 가질 것인가하는 질문에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략적으로 말씀드린다면, 현재의 인공지능 발전과 사고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사고 능력을 지닌 체계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그것이 인간의 사고 능력을 보충하거나 그것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을, 인간과 어느 정도 까지는 비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척도로 비교되는 것은 아닌, 별도의 독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는 체계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즉, 반드시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인지 능력에 버금가는 혹은 어떤 분야에서는 넘어서는 그런 인지 능력을 갖는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아마 이런 이유로 인해 여러 학자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공지능의 사고 능력이 아예 없다면 굳이 위험을 경고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중국 베이징의 로봇 승려 샨어, 일본의 로봇 관음 보살 민다르, 장례 전문 승려 페퍼 등이 책에 나옵니다. 기독교에도 사제 로봇 ‘산토’(가브리엘 트로바토 일본 와세다대 교수 개발) 등이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슬람교나 힌두교 등 이외 종교에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도입된 사례가 있나요?

몇몇의 종교 단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봇이나 미디어를 개발하고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 상이한 입장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에서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매우 적습니다. 독일 비텐베르크의 루터교 교회에는 ‘BlessU-2’라는 로봇 목회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로봇은 예를 들어 신도들을 맞이 한다거나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적인 종교적 기능 혹은 영적인 지도자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 교회 내부에서도 아직 논의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적 체계이기 때문에 영혼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슬람교에서는 종교 생활에 도움을 주는(코란의 구절을 보여준다든지, 기도 시간을 알려 준다든지, 종교적 절기나 축일을 알려주는) 여러가지 앱이 출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교는 다른 종교보다 인공지능 사용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인공지능 로봇이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통해 포교의 역할을 하거나 불교의 좋은 개방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종교적(예를 들어 경전 낭독, 장례식 집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들과 신도들도 이런 로봇에 존경의 예를 표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아마도 불교 철학에 나타나는 무아(無我)와 공(空)의 사상 즉 마음과 자아가 영속적 실체로서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사상과 연결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즉 마음이나 자아가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영혼과 같은 것이 아니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잠정적인 기능적 집합체라고 보는 생각이 이러한 인공지능에 대한 보다 개방적인 입장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한국에서 로봇 승려나 목회자가 개발된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 대신에 영화 「지구멸망 보고서」의 ‘천상의 피조물’ 편에서 깨달음을 얻는 인명이라는 로봇 스님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설명이 매우 쉽고 깊이가 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컴퓨터 공부를 따로 하시는 것인가요?

특별히 인공지능으로 학위를 받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인공지능 언어인 LISP를 당시 전산과 강의를 통해 공부한 적이 있고 미국에서는 심리 철학과 인지 철학을 전공하면서 별도로 인지 과학 석사 대학원 과정을 2년간 부전공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이때 언어학, 심리학, 게임/결정 이론, 신경과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박사후 연구원으로 신경과학 실험실에서 연구한 경험이 있습니다.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경과학 포스트 닥터를 한 경우는 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인지과학을 폭넓게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현재는 ‘마음, 두뇌, 컴퓨터(Minds, Brains, and Computers)’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윤리(Eth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Robotics)’라는 과목을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열린 디지털이다.”, “디지털하다는 것은 이러한 실체의 영속성과 연속성이라는 존재의 거품을 걷어내는 불연속성의 솔직한 시각을 제공한다.”, “알고리즘에 집착하지 않는 알고리즘”, “붓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알고리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전체적인 조망을 주는 알고리즘 철학이다.” 여기서 열린 디지털이나 붓다 알고리즘은 메타적 사고 혹은 비판적 사고의 힘이라고 간주하면 될까요? 좀 더 쉬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디지털하다는 것은 불연속성을 의미합니다. 즉 아날로그는 연속적 양이고 디지털은 불연속적 양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와 고통은 결국에는 ‘연속성’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아가 계속 존재한다는 느낌 그리고 세상이 연속적으로 존재하면서 자아의 욕망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희망 등등이 나에게 감당할 수 없는 번뇌와 업(業)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죠. 부처님은 이런 사슬에서 지혜롭게 탈출하여 깨달음을 얻도록 노력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그래서 불교가 열린 디지털이라는 의미는, 닫힌 연속성의 번뇌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자아와 세계를 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붓다 알고리즘라는 것은 부처님이 제시하신 깨달음의 길을 비유한 것인데, 이것을 저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은 필자가 인지과학의 철학적 문제들을 연구하면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과제가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면서 기획되었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어떻게 최고의 인지 단계를 인공지능에서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어떻게 불교의 깨달음을 완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정보 처리 능력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지만 미래의 인공지능이 달성해야 하는 최대의 과제는 비판적 사고와 자율적 판단 그리고 반성적 의식의 능력을 학습과 정보 처리의 알고리즘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불교적 시각에서 본다면 깨달음의 단계로 나아가는 성불의 과정을 달성하는 것과 매유 유사하게 보인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기계적 사고와 통계적 일반화에서 벗어나 비판적이고 창조적 사고를 할 가능성은 마치 보통 사람이 욕망으로 가득 찬 습관과 편견의 세계에서 해방되어 참된 깨달음에 도달할 가능성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불교는 이러한 상위 단계의 지적인 능력, 예를 들어 지혜, 반성적 의식, 비판적 사고, 혹은 해방적 깨달음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분석과 설명을 준비하고 어떤 학습과 수행을 추천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염두에 두면서 필자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의 기반과 그 미래를 설명하려고 한다(p. 9).

저는 인공지능의 이 상위 단계의 인지 능력 즉 지혜나 깨달음의 능력을 주는 과정을 붓다 알고리즘이라 설명해 보았는데 이 알고리즘은 바로 기계적 지능이 창의적이며 비판적인 지능으로 도약하는 조건이 됩니다. 특별히 불교의 깨달음의 과정과 인공지능 상위 인지적 능력을 비교한 것은 현재 인공지능 학습 방법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딥러닝의 과정이 마치 주어진 자료의 유사성과 평균성을 통해 정보의 습관적 자취를 좇아 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딥러닝이 놀라운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한계점도 많이 노출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들은 딥러닝으로 학습된 인공지능의 이런 성향을 ‘확률론적 앵무새(stochastic parrot)’라고 하는데 현재의 인공지능이 차세대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알고리즘에 제약되어 기계 학습과 연산을 반복하는 “확률론적 앵무새”가 되어서는 안 되고, 마치 습관과 편견을 벗어나는 불교적 깨달음의 과정처럼, 알고리즘을 따르면서도 그것을 넘어서서 알고리즘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대략적으로 말해서 메타 인지(metacognition)라고 할 수도 있고요 종합적 인지라고도 할 수 있는데, 불교 철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단순한 초월적 상위 인지 능력(예를 들어 하위 인지 과정을 감시하는 독립적인 상위 관리자의 기능 같은 능력)이라기 보다는 하위와 상위를 모두 아우르는 비이분법적(非二分法的) 종합의 인지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번뇌의 고통을 안고 번뇌를 초월하는 깨달음의 과정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 말하는 “평상심”같은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붓다 알고리즘은 비범한 평상심입니다. 이런 주장들은 말의 유희나 추상적인 구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인공지능과 관련하여서 이 새로운 알고리즘의 체계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많이 논의되고 있으며 저의 책에서도 자세하게 설명되었습니다. 

△‘젠봇(선봇 혹은 명상봇)’은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아울러, 철학 교수님이시긴 하지만 젠봇의 시장 가능성은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젠봇(Zenbot)이라는 것은 명상에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인데, 넓게 보아 대화형 인공지능 체계입니다. 그러니까 챗봇(Chatbot)입니다. (참고로 명상을 돕는 앱은 현재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젠봇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과 대화를 나누면서 명상 지도와 문답을 하는 수준의 인공지능 체계를 말합니다.) 즉, 인간의 자연 언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젠봇이 될 수 있습니다. 챗GPT도 기본적으로 챗봇입니다. 그러나 그 특수한 기능을 고려한다면 젠봇이라는 것은 명상 수행을 보조해야 하므로 단순한 언어 처리 이외에 명상에 적합한 특별한 학습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재의 인공지능의 기술 능력, 특별히 챗GPT의 능력으로 보아, 젠봇이 충분히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생체 정보가 (예를 들어 호흡, 맥박, 혹은 뇌파 등등이) 추가된다면 명상 수행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명상을 하면 신체적인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통해 명상의 진행 과정을 상세히 모니터링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명상의 가상현실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절이나 선방에 가서 자세를 갖추고 참선을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만든다면 더욱 실감나는 명상 수행이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메타버스(metaverse)에 참선이나 명상 시설을 만든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서 이러한 사회성을 지닌 소통형 인공지능이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보입니다. 최고의 연산 능력을 통해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소통형 인공지능이 오히려 더 빠르게 우리 문화와 사회를 바꿀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 사용되기 시작한 20세기 초중반에서 컴퓨터가 대중화된 20세기 중부반의 차이를 보면 대형 슈퍼 컴퓨터 보다는 소형화되고 단순화된 PC의 보급이 컴퓨터 문화의 정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이나 기계가 나타났을 때 함께 즐기고 옆에 두고자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응용 체계(예를 들어 챗GPT 같은 체계)가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명상은 전인격적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가 어떻게 젠봇에 전인격적 만남이나 집중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무리 젠봇의 기능이 뛰어나도 그 인공지능 체계를 대하는 사용자의 자세가 진실되고 진지하지 않다면 인공지능을 통한 명상이나 수양은 효과나 의미가 없는 것이죠. 인공지능을 인간 생활에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 작용에 대한 폭넓은 심리학적, 사회학적, 철학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국 인공지능의 성공적인 발전과 활약을 위해서는 기계의 공학적 기능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계에 대해 가지는 시각의 변화, 진화, 혹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의 미래와 지혜의 알고리즘’ 관련해서 대학/교수사회가 더 나아기지 위한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많은 공학자와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의 연구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훌륭한 교수님들이 놀라운 업적을 내고 계십니다. 제가 아는 교수님들도 시간을 쪼개 가면서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에 대해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공지능에 대한 학제적 연구와 다양한 시각의 논의가 좀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공지능을 정보 과학적 혹은 공학적 산물로 볼 수도 있지만 사회적, 문화적 산물로 볼 수도 있고 표현이나 소통의 매개체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문화적인 시각이나 인문적 시각에 대한 논의가 기술적 그리고 공학적 연구와 이상적인 균형을 잡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이 고유한 생태계를 통해 자사의 스마트폰을 중요한 생활 용품으로 변화시킨 것처럼 인공지능도 이제는 일상 생활과 문화 내부에 사회적 생태계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관계성의 매체이고 생활 방식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방향으로 연구를 위해서는 공학적 발전과 더불어 인문적 시각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후 어떤 연구나 저술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인공지능의 윤리와 관련하여 인공지능의 개발, 학습, 그리고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외 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때 마다 사회적 약자들은 이 발전을 제대로 사용하거나 발전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의 경우 이것에 덧붙여 특별히 학습 과정에 특정한 인종, 종교, 교육 상태, 경제적 조건 그리고 성별에 대한 차별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윤리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회화나 음악에서 인공지능을 통한 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나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은 이제 인간 예술가들의 작품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고찰하면서 창조성과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는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그리고 철학을 연결하여 도덕 감정의 문제(감정을 통한 도덕적 행위의 이해)와 신체적 인지(몸과 신체 활동을 통한 세계 이해)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시작된 불교적 명상이 신체와 두뇌 그리고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과의 협업과 학제적 연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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