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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고 부지런한 장군’이 어떻게 전쟁을 망쳐버렸나
‘멍청하고 부지런한 장군’이 어떻게 전쟁을 망쳐버렸나
  • 방성용
  • 승인 2023.09.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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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용의 읽고 느끼고 그리고 쓰다_『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576쪽

제1·2차 세계대전, 스당 전투, 한국전쟁을 망쳐버린 주역들
리더는 천재성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 능력을 갖춰야

“장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멍청하고 게으른 장교다.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람은 멍청하면서도 부지런함을 갖춘 자다. 그는 조직에 해를 끼칠 뿐이므로 어떤 책무도 맡아서는 안된다.” - 쿠르트 폰하머슈타인-에쿠오르트 장군.

지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는 행사 리더와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여러 각도로 다양하게 알렸다. 이 책은 지난 잼버리 행사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가슴 깊게 스며들 내용으로 담겨있다. 주 내용은 제2차세계대전과 1차세계대전, 스당전투, 한국전쟁 등에서 멋지게 전투를 말아먹은 12명의 멍부 리더들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는 패장 12명의 스토리가 실려 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직분에 충실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재난이라 할 만큼 대패했고 큰 인명 손실과 극심한 후유증을 남겼다. 그 이유는 그들의 아집과 독선, 이기심, 우유부단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감투를 씌워준 조직의 문제가 크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책은 12장으로 단락이 나눠져 있고 멍부 장군들의 웃프하고 안타까운 스토리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최고의 사연을 가진 장군들의 스토리를 선별해 소개해 본다. 

“일본군은 초식동물, 쌀 없으면 풀 먹으면 되지” - 무다구치 렌야 중장.  

무다구치 렌야는 육군유년학교와 사관학교, 육군대학을 졸업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없었고 이런 소수 엘리트들은 학연, 지연으로 일본군 요직을 장악하고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무다구치 렌야가 버마에서 진행한 ‘임팔작전’은 일본군 최악의 패전이었다. 그는 식량이 없어도 산에서 열매나 동식물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보급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병사들에게 풀을 먹는 적응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자신은 전선에서 400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남아 부하들이 승전보를 보내기를 기다렸다. 그가 한 일은 사령부 앞마당에 제단을 차리고 승전 기원 의식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출정했던 10만 여 명 중 돌아온 병사는 1만 2천 명에 불과했다. ‘임팔작전’은 중과부적으로 패했다기보다 기획 단계부터 개인적 공명심에 눈이 먼 한 장군의 졸속 작전이었다. 전후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지휘로 사망한 병사들에게 사죄하는 일도 없었다. 심지어 임종할 때‘임팔작전’의 실패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눠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J로 시작하는 이름의 프랑스 신사에게 보고할 것” - 로이드 프레덴들 중장. 

미국은 역사가 짧다. 사실 미군이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는 비결은 한 명의 명장이 아닌 조직의 힘으로 싸우는 군대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손꼽는 최악의 장군 중 한 명을 이 책에선 소개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미군을 지휘한 로이드 프레덴들은 미 육군 표준 명령 규약을 무시하고 자신이 만든 은어로 위와 같이 명령을 내렸다. 이 행태는 부하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이 명령을 해석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했다. 또한 부하들에겐 튀니지를 향해 진격하라고 닦달하면서 본인은 전선에서 130킬로미터 떨어진 사령부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의 주 관심사는 자신이 주문한 방탄차가 언제 도착하는지였다. 무엇보다 그가 적에게 포위된 병사들에게 내린 최종 명령은 “그냥 알아서 탈출하라는 것”이었다. 로이드 프레덴들은 후방에서 부하들을 훈련시키는 데에는 능숙한 행정가였지만 야전에서는 가장 무능한 지휘관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미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오는 멍부 갑질 장교 ‘허버트 소블’대위와 비교되기도 한다. 

“모르겠습니다. 그런 듯 합니다.” - 유재흥 소장. 

위 답변은 한국전쟁에 참여한 밴 플리트 장군이 미국의 한 라디오 토크쇼에서 나와 ‘현리전투’를 회고하던 중 “당신의 군단은 어디 있소? 당신네 대포와 수송 수단을 죄다 잃어버린거요?”라고 묻자 유재흥 소장이 답했다는 내용이다. ‘현리전투’는 1951년 5월 한국전쟁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싸움으로 유재흥 소장이 지휘하는 한국군 제3군단은 중국군 제9병단에게 괴멸됐다. 밴 플리트는 이런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한국군 장군의 모습에 분노했고 그 자리에서 해임했다. 또 앞으로는 미군이 한국군을 지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넘어간 군사작전권의 반환 문제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고 필자는 밝히고 있다.

‘현리전투’에서 유재흥은 군단장으로 일선에서 전황을 살피는 대신 사단장에게 지휘를 맡기고 사령부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이 모습을 본 병사들은 군단장이 달아나는 것으로 오인했고 군단 전체가 붕괴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유재흥은 회고록에서 그 일은 일선 사단장을 믿었기 때문이라 말했지만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병사들을 내버려두고 떠난 것은 판단 능력 부족과 위기의식이 결여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을 받았다. 하지만 유재흥의 실패는 충분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책을 맡아야 했던 시대적 불행이기도 했다고 이 책에선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똥별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실소도 나오게 하는 경영 인적 관리 해설서이자 자기 개발서로 신입 직원. 중간 관리자, CEO,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중고생도 읽기 좋은 서적이다. 이 책에서 다시금 강조하면서 경계시키는 유형은 “멍청하면서도 부지런한 사람”이다. 멍부는 자신의 성급한 욕심에 의해 조직을 와해시키고 화목하게 살고 있던 부하직원의 가정불란도 생기게 해줄 수 있다. 결국 리더는 특출난 천재성이 아니라 본인의 어깨에 놓인 책임의 무게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글에선 강조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다가온다. 당신의 즐독, 이 책 추천이다.

“그림과 전쟁은 떨어져서 보는 게 낫다.”(영국 속담) 

 

 

 

방성용 
북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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