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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안일한 대학…“교수도 자리 지키기 어렵다”
여전히 안일한 대학…“교수도 자리 지키기 어렵다”
  • 김재호
  • 승인 2023.07.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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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세계의 혁신 대학을 찾아서』(살림터 | 284쪽) 쓴 안문석 전북대 교수

대학서열화,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심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자체가 예산권만 가져온다면 지역 대학 간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이 되기 십상이다.

전북대 국제협력처장으로 전 세계 대학 현장을 살펴본 안문석 교수(정치외교학·사진). 그가 국내 대학을 향해 쓴소리를 내놨다. 세계 모든 대학이 천길 낭떠러지 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데, 국내 대학과 교수들은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안 교수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인구절벽 흐름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안은 나오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의 혁신 대학을 찾아서』를 출간한 안 교수를 지난 9일 서면 인터뷰했다. 

안문석 전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요크대· 워릭대에서 정치학으로 석·박사를 했다. 기자를 역임했다. 2021년부터 올 해 초까지 전북대 국제협력처장을 지냈 다. 사진=안문석

안 교수는 책의 에필로그 「위기에 처한 한국대학,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서 앞으로 펼쳐질 대학의 사정을 분석했다. “2040년이 되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정원만 가지고도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전문대를 포함해 전국에 대학이 385개인데, 2040년에는 그중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다.”, “교수 자리도 지금 9만여 명인데, 8만이나 7만으로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교수라고 해도 대학 자체가 위기라면, 자리 보존이 어려워 진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2023년 입시에서 전국의 60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는데,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2000년 이후 폐교를 한 대학이 전국적으로 19개인데, 앞으로는 어느 대학이 문 닫았다는 얘기를 더 자주 듣게 될 것 같다”라며 “물론 교수 자리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안 교수는 “대학은 대학대로 교수는 교수대로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예전처럼 교수가 연구와 교육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그래서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인식도 늘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라며 “그러지 않고 옛날식으로만 지내면 나도 모르게 대학발전에 방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지자체, ‘대학교육·행정’ 전문성 확보가 먼저다

대학이 할 수 있는 대응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특성화다. 안 교수는 “뭐든 잘하면 좋겠지만,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두 가지 목표를 분명하게 잡고 여기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미국의 UC(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의 대학은 대학마다 한두 가지 분명한 특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정 분야에 관한 한 연구와 교육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게 분명한 특성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유학생 유치다. “지구화 시대에 우리 학생도 세계로 진출하고, 우리 대학도 세계 각국에서 유학생을 유치해야 한다.” 안 교수는 “특히 인구가 증가하는 아프리카 남미 등에는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유학생을 유치하는 일을 하면서 해외에 홍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학내 친유학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학생 받으면 힘들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에만 16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왔다. 지난해 4월 기준, 전북대에는 64개국, 1천963명의 유학생이 있다. 

 

 

특성화와 유학생 유치로 대학 경쟁력 제고

제도적 차원에서는 △규제 제거 △예산 증액 △지방정부의 인식 개선 △지방거점국립대 육성을 통한 수도권 집중화 탈피 △연구중심대학 투자 △비정규직 교수의 처우개선 등이 제시됐다. 우선 대학의 자율권 부여 문제다. 안 교수는 책에서 교육부의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지적했다. 유학생의 불법체류율 2%를 넘으면 인증을 취소하거나, 유학생의 60%가 ‘성폭력 예방 및 한국법령 이해 교육’을 이수하도록 요건에 포함시킨 것 등이 문제다. 안 교수는 유학생의 불법체류를 예방하거나 교육하기보다는 통제만 하고 비자 받는 절차를 더욱 복잡하게 한 점, 한국인 학생에게는 의무가 아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외국인 학생은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것처럼 하는 게 옳은지 등을 제기했다.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국 중에서 30위다. 안 교수는 “초중고 학생은 줄어드는데 오래전 정해진 예산이 그대로 가고 있다”라며 “대학을 살리는 게 지역과 나라를 살리는 길인데 그런 인식이 사회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대학생 1인당 교육비 38개국 중 30위

지난해 전라북도와 전북대는 지역혁신사업에서 탈락했다. 2020년도에도 떨어졌다. 안 교수는 안일한 태도를 꼬집는다. “지방정부의 인식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 여전히 상전 노릇하려는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배울 수 있고, 배워야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고등교육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 없이 교육행정을 하게 되면 대학도 지역사회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특히 안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려고 하는 것에 대해 “지자체의 교육행정에 대한 전문성 강화라는 전제가 이뤄진 다음에 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학교육의 특성, 대학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 등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한 다음에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다.” 

안 교수는 책에서 “대학서열화,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충분히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심구해야 한다”라며 “그러지 않고 지자체가 예산권만 가져온다면 지역 대학 간 나눠먹기식 예산 배분이 되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해 지방거점국립대 집중 육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거점국립대에 대해 등록금을 무료화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생활비 장학금까지 제공하는 식으로 집중 지원하면 지역의 우수학생이 굳이 수도권으로 가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혁신 대학을 찾아서』 마지막에 담긴 다음 문장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대학 행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동안 절실하게 ‘관은 여전히 세계 조류에 제일 둔감하구나’, ‘아직도 깨어 있지 못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너무 늦지 않게.”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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