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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재정
리바이어던 재정
  • 김재호
  • 승인 2023.07.0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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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416쪽

재정 포퓰리즘의 시대, 효과적인 족쇄 정책이 나라 살림의 성패를 좌우한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치경제학적 개념과 접근들

17세기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에 있던 인민들의 합의된 계약을 통해 강력한 괴수 ‘리바이어던’에 비견할 만한 국가의 개념이 탄생했다고 설파한다. 오늘날 나라 살림, 곧 재정은 한 국가의 국민들이 투쟁을 멈추고 공멸하지 않기 위한 울타리로서 합의한 또 다른 리바이어던이다.

우리가 국가에 기꺼이 세금 부과와 예산 집행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안전과 질서, 그리고 안락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리바이어던 재정’은 정말 만인에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을까?

이 책은 국가에서 재정에 가하는 통제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또 재정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회계학·재정학 연구서다. 정부와 시장이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족쇄 찬 리바이어던’의 상태로 나아갈 때 나라 살림의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면, 이때의 족쇄는 과연 모든 영역에서 튼튼하게 또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담고 있다.

국내 재정 정책 및 예산 분야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재정 운용의 기조가 이념이나 권력 투쟁에 휘둘려 좌우로 치우치지 않는, 재정 포퓰리즘에 족쇄를 채우는 재정 정책이 고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 각자가 재정 정책의 원리와 배경 지식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정책의 효과를 꿰뚫어볼 수 있는 깨어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는 나라 살림에 필요한 예산과 세금의 기초지식을 학습하고, 예산의 효율적 배분 및 세금의 합리적 부담ㆍ재분배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또한 실제 재정 현장에서 활발히 의제화되고 있는 영역인 재정 분권과 지방재정, 복지재정과 연금, 정부부채와 건전성, 칸막이식 교육재정 등 다양한 재정 정책 이슈들을 살펴봄으로써 재정의 속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나아가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특히 이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설명을 넘어서 저자가 학회에서 발표하거나 일간지에 기고한 시론 등에서 피력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제안들을 풍성하게 담았다.

국민과 소통하고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재정 정책은 향후 우리나라가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 분단, 소규모 개방경제 등의 여러 위기 및 한계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관련 전공의 학생들뿐 아니라 재정 당국, 그리고 세금을 내는 당사자이자 재정 지출의 대상이 되는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재정의 속성을 알기 쉽게 제시하는 이 책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재정 정책을 확실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나아가 바람직한 재정 운용의 방향을 모색하며 우선순위를 마련해가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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