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이며, 미장이, 또 석공으로서 문신은 사물의 구체성을 몸으로 체험하고 그것들을 실험하며, 견고한 형태들을 창조해냈는데, 흑단, 대리석, 브론즈, 금속이 그의 손을 거쳐 웅장한 대작들로 탄생했던 것이다.
문신의 작품들은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을 추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원형과 타원형, 직선과 곡선은 유토피아적 정결함을 추구하는 듯하다. 때문에 그 외관을 봤을 때의 느낌은 한 평론가의 말처럼 “엄격한 형태 때문에 서정성과는 맥이 닿지 않는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추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조각들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벌레, 꽃, 나무, 인간 등 귀여운 모습들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모든 생동하는 존재들을 통해 ‘생명감’을 추구하며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유머를 발산한 것으로 읽혀진다. 더불어 여기서는 어쩌면 화음으로 이끄는 공간적인 음악의 감성까지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미술평론가 오광수의 말처럼 “어떤 구체적 대상을 연상시키긴 하지만 또 달리 보면 구체적 대상을 표상하고 있는 것도 아닌”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그 자체로서 완고한 독립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1980년대 후반의 대표작들로 총 10점이 야외광장에 설치됐다. ‘우주를 향하여’ Ⅱ와 Ⅳ는 각각 스테인레스와 청동으로 제작됐는데, 비누방울 같기도 하고 수정알 같기도 하지만 유리알처럼 깨질 것 같은 불안감을 안겨주지 않는다. 강렬한 시각효과는 일반 감각을 초월해 현실과 비현실 물체, 나아가 비물체의 마술과 같은 차원까지도 창조해낸다고 평가되고 있다. 스텐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화’ Ⅰ, Ⅱ는 완벽한 대칭 속에서 하나됨을 추구하는 그의 철학을 보여주며, Ⅲ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모습은 다르나 균형감 속에서 여전히 和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무제’로 표현된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는 사물의 원형질을 탐구해 들어가는 작가의 처절한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