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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문학청년 소설가 趙星基
영원한 문학청년 소설가 趙星基
  • 이오봉 아주대
  • 승인 2006.06.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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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봉의 인물사진 이야기: 망원렌즈로 찍은 그의 지난날들

인물의 배경에는 의미 있는 장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는 현재의 자기를 키운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특정 인물의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 된다.


소설가 조성기(55,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문학과 종교에 열정을 태우던 대학 시절의 교정을 잊지 못한다.


대학 3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대학시절 겪은 기독교 공동체 체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 ‘만화경’으로 등단을 한 그는 지금은 서울사대 부속중학교로 변해버린 서울 대학로에 있던 서울대 법대 교정의 은행나무 두 그루와 광신에 가까운 종교의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자주 찾아갔던 서울 종로 5가에 있는 연동교회를 잊지 못한다.


지난 4월 그의 문학청년 시절을 회상하는 포토 에세이 찍을 생각에서 함께 대학로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현재가 아니라 지난날을 회상하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인물사진이여서 장소 선택은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배경은 현재가 아니 여서 포커스 아웃(Out of Focus)을 시키고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심도를 얕게 하기 위해서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많이 열고 초점거리 긴 망원렌즈로 찍는다. 1사진가는 참여자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것이 아니라 관조를 하는 느낌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 이와 반대로 찍고자 하는 인물보다는 달라진 주변과 배경을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 촛점거리가 짧은 광각렌즈로 찍기도 한다.


한 때 장로신학대 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을 전공하고 종교와 문학의 밀접한 관계를 이론적으로 나름대로 정립한 조성기씨는 “神이라고 여기는 관념 자체가 정말로 버려야 할 우상이라는 사실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선포”하고 14년 만에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85년 인간의 구원과 종교의 문제를 다룬 장편 ‘라하트 하헤렙’을 발표하면서 창작활동을 재개헸다. 소설집으로 ‘자유의 종’, ‘라하트 하헤렙’, ‘야훼의 밤’, ‘통도사 가는 길’, ‘실직자 욥의 묵시록‘ 등이 있다. 제9회 오늘의 작가상, 제4회 기독교 문학상, 제1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예능 계통의 대학 교수 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대학에 전임으로 가게 됐습니까?”


2000년 9월, 남들은 40살이 넘으면 대학 교수직을 꿈도 못꾸는데 그가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했다.


“어느 계파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창작활동만을 해온 것이 계기기 된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면서 생애 마지막 작품이 그의 대표작이 되도록 하기 위해 소설가 조성기는 영원한 문학청년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사진.글/이오봉 아주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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