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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박물관
꿈의 박물관
  • 최승우
  • 승인 2022.12.28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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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지음 | 356쪽 | 학연문화사

보물창고를 넘어
우리의 꿈과 미래를 담기 위한 박물관으로

박물관은 어렵고 거북한 곳이다. 선뜻 가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박물관에 가서 관람하면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머리에 들어온다.

그러나 낯선 외국의 박물관은 영 어색하다. 왜 그럴까? 외국의 문화나 역사를 우리 것보다는 별로 접하지 않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에 여행을 가서도 박물관 정문 앞에서 인증용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하며, 바쁘다고 문 앞에서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

사람들은 ‘박물관’이라 하면 이미 한물간 것들, 사람들에게 잊혀 퀴퀴하게 먼지가 쌓이는 곳이라는 등 왜곡되고 정체된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깨기 위해 박물관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문화의 힘이 약한 민족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 특히 박물관 관계자의 노력과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박물관이 지나간 시절의 해묵은 유물들을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관으로 우뚝 서야 하며, ‘소장품-건축-전시’ 영역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하기 위한 목적으로 『꿈의 박물관』을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왜 박물관에 가는가. 박물관-미술관에는 인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수많은 유물이 전시돼 있으며, 뛰어난 작가들의 면면을 볼 수 있는 각종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음악회나 결혼식, 연극 공연을 비롯한 사교·외교 행사들이 박물관에서 정중하게 치러진다. 사교계에서는 박물관 행사에 초대되는 경우를 최고의 영예로 치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과거 어느 시절에는 우리가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어서 그랬다 쳐도, 이제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박물관에서 지식과 정보를 찾고 예술적 감각을 익히는 게 상식화됐다.

이제 박물관은 단순한 보물 창고가 아니라, 해당 국가나 인류의 역사와 예술을 이해하는 ‘꿈의 통로’가 됐다. 마음이 삭막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주 박물관을 찾아 유물들을 통해 과거를 읽고 박물관 레스토랑에서 꿈을 아로새기는 때가 되어가고 있다.

저자는 해외 유수의 박물관들과 비교했을 때 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킨 대한민국이 그만큼 역사와 문화, 예술을 담은 박물관-미술관이 발전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 박물관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국력의 각축장임을 강조한다. 사람들을 문화의 공간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우리의 박물관 건립은 너무나 안이하게 추진돼왔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시민공원이라는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보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고,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리움미술관을 부촌이 밀집한 부지 안에 건립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요.”

번듯한 건물을 보여주자고 박물관을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박물관은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떤 역사를 기억하게 하고 어떤 문화를 지향할 것인가에 관해 소통하는 공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치밀하게 공들인 준비가 필요하다. 

“많은 경우 문화를 앞세우지만, 대다수의 박물관 건립이나 확충은 일단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건설 사업’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습니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지식과 교양 ·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문화 자본을 통해 이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만든다.”라고 했지요.” 

박물관과 전시관 등 공적 문화공간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에 그런 종류의 차별화 문제가 상당히 완화되고 문화 자본의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기승전-토건’의 박물관 증설이라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신설 박물관의 내실화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유물이 없거나 적당히 채운 박물관은 결코 박물관이라 할 수 없습니다. 박물관은 자신들만의 콘텐츠 구축을 고민해야 하지요.

박물관 건물을 짓기에 앞서 박물관의 기능, 이를 관리하고 기획할 인력에 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전시의 내용과 질보다 건물 짓기에 급급해 박물관의 철학과 비전을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합니다.” 

『꿈의 박물관』은 전 세계의 박물관 외경과 내부 사진을 함께 제시하며 앞으로 박물관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함께 보여준다. 해외 유수의 박물관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우리의 박물관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박물관을 짓는 일에는 열성이었지만, 박물관을 전시나 연구를 위한 기관으로 만드는 데에는 너무나 무지하고 인색하기까지 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부터는 먼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미리 확보하고 양성하고, 건립하고자 하는 박물관에 무엇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한 뒤에 박물관 건물의 설계와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물관의 숫자가 문화의 질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집부터 지어 놓고 그 후에 사람을 들이는 식의 박물관 건립으로는 세계를 상대할 수 없지요. 박물관 사업이 관광의 백미임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의 것을 보고 감탄만 했지, 정작 우리 것을 만들고 가꾸는 데에는 너무나 소홀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박물관 만들기’에 주력해야 합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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