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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산업화 後민주화 세대구분 옳지 않아
先산업화 後민주화 세대구분 옳지 않아
  • 박재흥 경상대
  • 승인 2006.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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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현대 한국인의 세대경험과 문화』박길성·함인희·조대엽 지음| 집문당| 2006

세대문제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해 왔던 세 연구자에 의해 묵직한 연구서가 최근에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한국사회의 세대를 베이비 붐 세대, 386세대, N세대로 나눈 후 각 세대의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특성을 심층 분석하였다.

우선, 베이비 붐 세대(1955-61년 출생)는 “과밀과 과잉의 통과의례”를 거쳤으나, “좌절한 진보주의자”, “고실업사회 진입의 희생자”의 정체성을 갖는 세대로, 386세대는 “관념적 민중주의”, “반미주의”, “비판적 공동체주의”라는 “저항의 가치”와 권위주의, 전통주의, 집합주의적인 “적응의 가치”를 함께 갖는 세대로, N세대는 “따로 또 같이”의 정체성을 갖고 전통적인 가족가치, 성역할, 연고주의 등을 거부하며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 성향”을 갖는 것으로 규정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쉽게 여겼던 점 몇 가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세대구분에 관한 문제이다. 저자들은 1960년대 이래 한국 현대사를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로 나누고 각 시대를 “상징”하는 세대로 베이비 붐 세대, 386세대, N세대를 설정했는데, 역사적 시대구분과 세대구분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평자의 견해로는, 선 산업화 후 민주화의 시대구분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으며, 산업화와 민주화(운동)는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산업화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계획으로부터 시작되어 80년대 기술집약적 산업의 성장 시기까지 이어지며,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은 199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이루어졌다. 한편, 민주화 운동은 1960년 4.19 혁명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는데, 4.19혁명의 반독재 민주화 정신은 70년대 유신 반대 투쟁으로 이어졌고 그 연장선상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저자들은 위의 시대구분에 조응하는 세대로서 “산업화세대”, “민주화세대”, “전자정보화세대”라는 세대구분 및 명칭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199쪽).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라는 시대구분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세대라는 세대구분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실상 이와 같은 세대구분 및 명칭의 사용은 저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다른 여러 연구자들이나 대중매체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50-60대 산업화세대와 30-40대 민주화세대라는 표현의 기원은, 15대 총선을 앞둔 1995년 말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영입대상 인사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정계원로 등의 안정희구세력을 “산업화 세력”으로 재야운동을 하는 개혁세력을 “민주화 세력”으로 포장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그러한 추정이 옳다면, 선 산업화세대, 후 민주화세대라는 구분과 명칭은 보수·안정 세력과 진보·개혁 세력을 뜻하는 정치적 수사가 전이(轉移)되어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사용된 시대구분 및 세대 명칭이므로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베이비 붐 세대, 386세대, N세대의 역사적 경험과 세대특성의 내용 및 추론 방식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베이비 붐 세대가 연령규범(age norm) 혹은 사회적 시간표(social clocks)에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동조성”을 세대특성의 하나로 지적하며(86쪽 이하), 그 구체적 예로 초혼 연령, 혼인율, 평균 이혼 및 재혼연령 등의 통계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료들만으로는 베이비 붐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연령규범에 특히 동조적이라는 단서를 찾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연령규범이라는 개념 자체가 동시대인의 규범 동조를 이미 전제하는 것이 아닐까? 386세대의 경우에는, 그 세대의 경험과 세대특성을 압축적으로 잘 개념화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두 세대와는 달리 386세대는 강고한 연대감과 공동운명체 의식을 공유한 세대(만하임의 “실제세대”)이기에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요구되는 세대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N세대가 부모세대에 비하여 정보통신기기 관련 지식과 활용능력이 뛰어나다는 견지에서 그들을 “역(逆)세대화의 주역”으로 평가한다. 탭스콧(D. Tapscott)도 지적했듯이 그러한 평가의 내용은 타당하지만, “역세대화”라는 표현은 다소 생경하다. ‘전통적 학습 주체와 객체의 전도(顚倒)’라는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다른 표현의 모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저자들이 결론부에서 밝힌 세대통합의 과제에 관한 것이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세대갈등의 해법을 세계 문명사적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보고자 하는,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매우 참신한 시각임에 틀림없다.

세대통합의 과제는 정치적 수준에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공론화, “거대 정당정치”의 탈피, “시민 및 주민참여적 정책과정” 등으로, 문화적 수준에서는 “참여와 자율, 다양화의 가치”의 공유, “성찰적 시민문화”의 형성, “교육과 뉴미디어의 활용을 통한 소통의 질서” 구축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과제들이 세대문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과제 실현을 위한 장, 단기 전략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박재흥/경상대·사회학

필자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재미교포 노인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디지털혁명과 자본주의의 전망’, ‘한국의 세대문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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