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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 그는 누구인가.
퍼스, 그는 누구인가.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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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학문체계 창시... 불운한 개인사 눈길

▲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한국에서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1839~1914)는 ‘프래그머티즘의 창시자’ 정도로 알려져 있는 상태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불운하게 살다 세상을 떠난 그의 생애처럼, 미학, 기호학, 현상학, 우주론에 걸치는 그의 방대한 사상체계는 아직도 연구의 불모지로 남아있다.

짤막한 인용의 차원에서만 언급되는 퍼스 기호학은 기호(signatum)의 정의만 일별해 봐도 그 역동성과 의미의 풍성함이 확인된다. 기호를 구성하는 3요소(대상체, 표상체, 해석체) 가운데 해석체(Interpretant)는 기호와 기호를 중재하면서 무한한 연상작용을 가능케 하는, 이해의 지반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해석체를 매개로 한 기호중개 작용이 곧 세미오시스(semiosis, 기호작용)인데, 모든 의미 위에 군림하는 초월적 기의(sinifié)를 거부할 명목으로, 데리다는 이 ‘세미오시스’에서 ‘차연(differance)’ 개념을 끌어왔다. 또한 퍼스는 ‘가추법(abduction)’이라는 새로운 추론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연역과 귀납에만 의존했던 과학적 추론방식에 시야를 넓혔다고 전해진다.

한편, 존재망각의 위기에 처한 퍼스와 관련, 최근 ‘메타피지컬 클럽’(루이스 메넌드 지음, 정주연 옮김, 민음사 刊)이 번역돼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프래그머티즘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퍼스가 윌리엄 제임스, 존 듀이의 실용주의(pragmatism)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pragmatic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 안면신경통과 만성 신경질환을 잊기 위해 처방한 아편이 중독으로 발전했다는 가십성 일화는 논외로 하더라도, 퍼스 사상이 태동될 수 있었던 주변부적 상황들을 살피고 있다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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