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규 / 한국공학교육인증원 부원장, 경북대 교수 © |
공학교육인증제도는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엔지니어의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공과대학 졸업생들이 진출하게 될 현장과 대학 그리고 학생 등 구성원간의 연계를 확립해 공학교육의 내실을 기하면서 그 품질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내용이지만 공학교육인증제도(이하 인증제도)에서는 현행 우리나라의 최소전공인정학점제에 비해 학점에 대한 요구조건이 상당히 엄격하다. 통상 전공이 60학점이상, 수학과 기초과학 그리고 전산학(MSC)을 합하여 30학점이상, 그리고 교양과목도 18학점이상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별로 구체적인 교육목표 아래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학습성과를 정하고 이를 교과목과 비교과적인 방법으로 달성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구체적이고 계량적인 방법으로 평가돼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넓은 의미로 전산학 과목들을 교양에 포함시킨다면 교양의 전체 요구 학점은 48학점이나 되기 때문에 결코 교양이 부실하게 다루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인증제도에서는 교양과목이 별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전공과목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의 교육목표 및 학습성과와의 연계성이 강조되고 지속적으로 강의의 품질이 개선되어가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강의부담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근본적으로 학생의 실력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므로 교수로서는 감수해야할 부담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소속된 전공과목 담당교수들에 비해 교양과목을 담당하는 외부 지원교수들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다. 기사에 인용된 내용이 어느 대학의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수학과 물리학과와의 협조가 잘 안되어 ‘공학수학’과 ‘공학물리’를 공과대학에서 만들고 공과대학 교수들이 강의하게 되지는 않았는가?
인증제도를 적용받는 학생의 경우 과목선택의 여지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업체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자주 들어온 이야기를 상기해 보자. “자네는 평점은 좋은데 온통 대학생활을 무슨 ...이해만 하다왔나?” 입맛에 맞고 쉬운 과목위주로 들어도 되는 느슨한 제도하에서 “OO의 이해”라는 입문과목을 너무 많이 수강했다는 얘기다. 기존의 학사관리를 입에 맞는 걸로 배만 채우면 되는 뷔페 식사에 비유한다면 인증제의 요구는 먹어야할 음식과 양이 지정된 코스 식사에 비유할 수 있다. 졸업생의 대부분이 전공분야의 직업을 갖게 되는 공과대학은 학부과정의 직업학교라고 볼 수 있다. 직업학교의 특징은 전공 필수과목의 비중이 높고 자유선택 과목이 많지 않다. 미국의 공과대학 프로그램의 교과과정을 보면 학생의 자유선택은 졸업학점의 10%이내이다.
한국교양교육협의회 학술대회에서 지적한 ‘인증제도의 낮은 탈락율’이 왜 시비가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탈락율이 낮은 이유는 인증받을 준비가 된 대학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인증제도의 본산인 미국을 봐도 마찬가지로 탈락율이 대개 1% 내외이다.
교수들에게 교육은 연구에 비해 교수업적평가 점수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떼우기’ 정도 치부해 오던 상황에서 인증제도가 자신의 강의 내용을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을 요구하다 보니 도입 초기에는 상당한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자발적인 참여로 실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현장적응력 등 실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라는 평가도 확산되어 가고 있다. 교육현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중이다.
공학교육도 전공과 교양의 문제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것으로 어느 한쪽도 소홀하게 다룰 수 없다. 공학교육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전공과 교양의 협조는 필수적이며 대승적 차원의 건설적인 협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