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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동굴의 소녀들
황금 동굴의 소녀들
  • 최승우
  • 승인 2022.12.0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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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 지음 | 우리나비 | 188쪽

일제의 전시총동원체제기
여성 강제동원에 고통받다 소외된 소녀들
애틋한 가족애로 시공을 초월한 마음들이 만나 그리는
잊혀진 역사 이야기

본 작품은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황금을 찾으러 동굴에 들어간 중학생 소녀 정우가 길을 잃고 헤매다 일제 강점기에 광산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이모할머니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다.

황금을 찾기 위한 동굴탐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속에 아직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제의 전시총동원체제기 여성 강제동원을 녹여내어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광부와 그들이 겪은 고초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소설은 그동안 ‘광부’ 하면 대체로 광부(鑛夫)로 생각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제에 의해 강제 발족된 광부(鑛婦) 이야기로 확장하며 다음의 사실을 환기시킨다.

일본 제국주의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공포하면서 전시총동원체제하 여성동원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1941년에는 광산 작업에 여성 노동력을 투입하기 위해 ‘여자광부갱내취업허가제’ 부령이 신설되었으며,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평안도 지방 광산에서 여성 갱내동원이 실제로 행해졌음이 확인되었다.

작가 이수복은 이 작품의 모티브를 경기도 내 항일 유적이자 독립운동문화자원이기도 한 광명시 ‘광명동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는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명동굴은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었다. 당시 광산에는 징용되거나 생계를 위해 온 농민 출신 광부들이 대다수였으며 전성기 시절에는 500명이 넘는 광부가 노역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채굴된 광물들은 일본으로 보내져 태평양 전쟁에 쓸 무기 제조에 사용되었고 해방 전까지 막대한 양의 광물이 수탈되었다. 현재 광명동굴은 문화예술과 도시재생의 컬래버로 환골탈태하여 경기도의 테마파크로서 입지가 굳건한 산업적으로도 매력적인 곳이자, 폐광 후 40여 년간 쌓인 먼지 아래 광부들의 낙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으로도 잔존 가치가 큰 곳이다.

작가는 이 광명동굴을 소설의 주 무대로 삼아 식민지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소외된 역사를 들추고 일제잔재 청산 및 항일추진의 의의를 일깨우고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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