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21:10 (일)
“내 비전에 대한 저항은 GM 조합원들의 저항과 같다”
“내 비전에 대한 저항은 GM 조합원들의 저항과 같다”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5.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러플린_총장연임 무산 이후

러플린의 임기가 2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KAIST 교수들은 러플린의 아이디어라고 알려진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Globalization Project, 이하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말들이 많다. 하지만, 교수들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러플린의 작품이 아니라 교수들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들은 학교를 정상화시키고 한 단계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러플린은 중진 이상급 교수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러플린과의 서면 인터뷰 내용.

 ▲ 의사소통에서의 오해가 당신과 교수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했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소통을 위해서 어떠한 방법을 취했는가.

이러한 분석은 부정확하다. '소통의 실패'는 어떠한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런대로 훌륭히 의사를 나눴다. 교수들은 단지 소통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난 글로 소통했기 때문에 이 말을 증명할 수 있다. 단지 입으로만 대화하지 않고 글을 통해서 대화했으며, 내가 썼던 것들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한 내용을 제 3자가 볼 수 있다. 공론 영역의 신문 칼럼까지 포함해서 나의 정책 결정, 토론, 분석 내용은 모두 글로 기록돼 있다. 교수측에는 그러한 기록이 없다. 전무하다.

교수협의회는 실제로 올해 1월말 2월초에 파업을 결정했는데, 내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목요일에, 교수들이 처음으로 언론에 흘리기 전(시기적으로 내가 외국에 있을 때 언론보도가 났다)이었는데, 협의회장이 내게 찾아왔다. 난 그가 안 좋은 소식을 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내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는 자기가 다음 주에 사임할거라 얘기했다. 내가 한국 정부에 글로벌 프로젝트를 팔아 핵심 예산 중 원화로 추가 200억을 따내고 한 달이 지나서였다. 2005년 여름과 가을에 걸친 중재 및 검토 기간 동안 서면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명확한 반대의사를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교수들은 이 문서를 공람하여 토론한 후, 이를 받아들였다.

틀림없이 여기서는 '소통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맞다.

▲ KAIST에 대한 당신의 초기 비전과 지금 생각하는 비전을 말해달라.

시간상 카이스트 비전에 대한 나의 기본 구상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난 당신에게 기본적인 생각을 회상시킬 수는 있다. KAIST는 세계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동일한 사업 단체(business squeeze)이다.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선 보다 소비자-지향적으로 변해야 했다. 난 이러한 생각에 변함이 없다. KAIST가 이러한 비전에서 멀어져가고 있기 때문에 내 생각엔 우리가 그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를 실험적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

▲ 글로벌 프로젝트에 있어서 기초 과학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일정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교수들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될지 모를 기초 과학의 위기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이미 이에 대한 토론을 봐왔다. 우리가 결국 알게 된 것은 수사나 선언을 통해 기초과학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난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여기 많은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그들이 어려운 방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기초과학 구하려면 강력한 학부 프로그램과 연결지어야..."

글로벌 프로젝트가 기초 과학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한국 교수들이 이 프로젝트를 반대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말은 기초 과학이 경제 그 자체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를 폐기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문제를 연구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과학이 경제 그 자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학은 단지 돈을 지불하는 학부생들을 끌어들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서, 경제적으로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과학원(KAIS)의 터만 모델(Terman model)에는 이것이 빠져있다. 터만 보고서는 과학이 경제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대학원 엔지니어링 학과에서 과학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진술하고 있다. 그래서, 진실은 교수들이 주장하는 바와 정반대이다.

기초 과학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강력한 학부 프로그램과 연결지어야 한다. 이는 학부모들이 원하고 있으며, 그것은 보다 진전된 국제화, 그 정도를 의미할 뿐이다. 물론, 당신은 자금 유동 또한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쟁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판명났다. 장비, 실험실, 학생에 대한 정부의 폭넓은 지원이 있다. 문제는 급여다. 확신컨대, 한국에서 월급은 캘리포니아 대학이나, 더 나아가 일본의 주립대학처럼, 수업료에서 충당된다. 사실 KAIST 이사회 회의에서 예산 담당자가, 자기들이 [정부에-기자] 요구하는 본봉(core salary) 지원금이 매년 1%씩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 그 계획을 물었다.

"내 비전에 대한 저항은 GM 조합원들의 저항과 같다"

다소 거칠게 말하겠다. 이 '비전'에 대한 저항은 제너럴모터스의 임금 삭감에 대한 조합의 저항과 다르지 않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는 한 때 미국 경제의 최고였지만, 지금은 노동자들의 '합리적인' 단체회합이 장기적으로 축적되면서 경영상 심각한 곤경에 처해있다.

좀 더 숙고해보면 GM은 올해 미국 연방 파산법 제11조에 근거해 파산할 것이다. 나이 많은 노동자들은 사태가 발생하기 전 시스템으로부터 나가떨어질 것이므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오직 젊은 노동자들만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KAIST의 나이 많은 교수들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화(globalization)를 반대한다. 그러나 만일 세계화하지(globalize) 않으면,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다른 대학에(이미 부모들이 다른 곳에 보내기 시작했다) 보낼 것이고 머지않아 젊은 교수들은 봉급을 받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비즈니스 맥락 안에서는 훌륭한 기초 과학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MIT와 스탠포드대가 반증사례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귀찮은 것을 떼어내 속이 시원할 것이다. 난 정부가 나에게 사유와 행동을 지시하는 세상을 원치 않는다. 난 우리가 상품에 대한 교환으로 돈을 취하고, 개인이 그가 선택한 공급자로부터 물건을 살 권리가 있는 세상을 원한다. 난 내 자녀가 정치구호(propaganda)를 외치는 대학에 다니길 바라지 않는데, 내 생각엔 한국의 부모 또한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러플린은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KAIST 교수들의 주장을 ’프로파간다라고 꼬집어왔다-기자] 난 내 자녀가 훌륭한 학교에 다니길 원하고, 커서 힘과 독립성, 자유를 가진 어른이 되기를 원한다.

▲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비즈니스에 대한 당신의 마인드가 흥미로웠다. 석좌교수 제안에 대하여 어떤 조건이면 KAIST에 남을 것인가.

내가 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신은 내가 교수들로부터 기대하는 종류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 혹은 내가 고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유형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난 교수들이 영감을 주는 선생님이어야 하고, 환상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 외에 어떠한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KAIST에 머무르는 문제는, 교수단체가 나를 거부했기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래서 난 당신이 이 질문을 그들에게 묻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 장점과 약점을 포함하여 KAIST 교수들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알고 싶다.

KAIST 교수진은 전 세계의 경쟁력 있는(strong) 대학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당신이 어느 대학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몇 퍼센트만 스타 교수다.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소수가 역할을 해낸다.

▲ 당신은 과학적 지식 그 자체보다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한국 교수들은 당신의 생각을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분적으로 옳은 말이다. 난 지식 그 자체를 습득하는 것보다 지식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순간에 더 관심이 있다. 총장들은 이러한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총장의 일은 사업을 운영하고 자금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 나는 경력을 쌓아오면서 훌륭한 지식은 항상 타인의 자질(가끔은 자신의 자질을 포함하여)이라는 확고한 방법(hard way)을 배워왔다. 그래서 당신은 소유권에 대해 말하지 않고 지식에 관해서 분별 있는 대화를 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이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지식 경제에 있어 진실이다. 공짜 지식이라는 개념은 냉전시대의 시대착오다.

▲ KAIST가 정부 규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이 있는가.

KAIST는 정부 소유인 한 정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건 삼성 LCD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본사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묻는 것과 같다. 그들이 퇴사하고 자영업을 하지 않는다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 KAIST에 아카데믹한 전통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말하자면, 학문적 아우라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한국 과학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말해달라.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KAIST에는 분명 아카데믹한 아우라가 있다. KAIST의 아우라에 대해 특이하거나 병리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에서의 큰 문제는 惡質의 법과 돈보다 명예로 보상하려는 관습이다. 명예의 실질적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도덕해지고 직무과정에서 중도에 일하기를 멈추는 것이다. 그들이 더 많은 명예와 훈장을 받더라도 말이다.

▲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문제점은 무어라 생각하는가.

난 이 질문에 대답할 자격이 없다. 그건 미국에서 외국인 정책의 문제가 무어냐고 묻는 것과 같다. 난 몇 시간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의견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왜냐하면, 난 정책을 만들지 않는데다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컨설턴트로 고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장순 기자 ch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