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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본·정치 권력, 무능력의 시대…‘미래 가능성’을 찾아서
금융 자본·정치 권력, 무능력의 시대…‘미래 가능성’을 찾아서
  • 김재호
  • 승인 2022.11.19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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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미래 가능성: 무능력의 시대와 가능성의 지평』 │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지음 │ 이신철 옮김 │ 에코리브르 │ 272쪽

미래는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새겨져 있으며,
따라서 해석 과정을 통해 선택 및 추출되어야 한다!

우리는 무능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지구적 전쟁과 전 지구적 금융, 인종·종교·성의 정체성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자본 사이에 놓인 우리는 너무도 절실히 요구되는 근본적 변화를 도출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현재 세계 지배를 위한 투쟁은 한편의 신자유주의 세력과 다른 한편의 정체성 정치 주도자들이 주도하는 전쟁터일 뿐이다. 우리는 현재의 교착 상태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해방적 비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정치뿐만 아니라 상상력도 규정하는 전 지구적 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우리에게 있을까?

영감으로 가득한 이 책에서 저명한 이탈리아의 이론가 프랑코 베라르디는 현재를 이해하는 데 근본적인 세 가지 개념, 즉 가능성·에너지로서 능력·형식으로서 권력에 대한 근거 있으면서도 상상력 풍부한 분석을 통해 이 물음에 답하려 한다.

 

금융과 정치가 무능력한 자본주의 시대에 해방으로서 가능성을 무엇일까. 사진=픽사베이

가능성이란 현재의 세계 구성 체제에 새겨진 내용이다. 가능성은 현재를 구성하는 요소가 여럿이고 그것들의 가능한 결합 방식이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많이 존재하지만, 마찬가지로 현재 안에 새겨진 불가능성에 의해 제한되는 까닭에 무한하지는 않다. 이러한 복수의 가능성 가운데 하나가 가능성이 그 안에서 전개되는 환경적 사건과 만나 선택됨으로써 현실의 것으로 형태화한다. 

능력이란 가능성을 전개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주체적 에너지다. 능력은 무정형의 혼돈 속에 놓여 있어 서로 충돌하고 진동하는 가능성 중에서 하나를 자기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실현함으로써 현실을 변형하는 주체적 조건이다. 그러나 능력을 지닌 주체는 현재 속에 새겨진 가능성의 출현을 저지하는 권력에 부딪친다. 권력이란 현재의 구조 안에 규정 능력으로 함축되어 선택하고 배제하는 힘이다. 권력은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의 가능성의 선택과 집행인 동시에 여러 다른 가능성의 배제와 감춤이다.

따라서 각각의 역사적 분기점마다 가능성의 범위는 권력에 의해 제한되는 동시에 새롭게 떠오르는 주체성에 의해 열린다. 주체성은 자신의 인지 활동을 통해 획득한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투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가시적인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은 현실 속에 놓여 있는 기존의 선택 메커니즘을 자동화함으로써 가능성의 출현을 저지하고 또한 인지적 활동마저 논리적이고 기술적인 자동 사슬에 내맡긴다. 그리하여 베라르디는 가능성으로서 현실 속에 접혀 있는 해방에 이르는 길은 그 가능한 것이 권력 구조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될 뿐이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비로소 현실로 펼쳐질 수 있다고 시사한다.

베라르디의 이러한 구상과 통찰은 이제 무능력의 시대로서 현재와 그 현재를 규정하는 권력의 정체, 그럼에도 현재에 놓여 있는 가능성의 지평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전개된다. 그래서 『미래 가능성: 무능력의 시대와 가능성의 지평』의 1부는 그 능력이 처해 있는 현재의 모습을 무능력의 시대로서 현재, 희망 없는 좌절의 모습, 반동적 향수에 빠져 있는 철학적 사상들, 무능력·발기 부전, 복종과 우울증, 욕망에 가로놓인 어두운 측면을 통해 드러내 보인다.

2부는 무능력의 시대를 규정하고 있는 권력의 모습을 묘사한다. 현대의 권력은 가능성 영역을 결정론적이고 자동화한 구조로 환원하는 힘, 금융 경제와 화폐와 코드로 이루어진 인지적 자동 기계의 구성과 실행 과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재구성 전망과 합리적 정치 전략을 상실한 행위자들은 자기 정체성을 폭력과 공격, 전쟁을 통해 드러낸다.

그러나 다른 미래와 다른 세계는 그것들을 보이지 않게 하려는 권력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안에 언제나 이미 새겨져 있다. 그래서 3부는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베라르디의 기본 가정은 현재의 어둠에도 불구하고, 어렴풋한 전쟁과 널리 퍼진 원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지의 무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의 구조적 구성 체제에는 가능성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베라르디에 따르면, 그 가능성은 세계 지식 노동자들 사이의 협력에 비축되어 있으며, 그 가능성의 내용은 인간의 시간을 노동의 제약으로부터 해방하는 것과 인간의 노동 시간을 기술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적 병리 현상은 주로 착취와 경제적 경쟁 및 급여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 지성, 즉 수많은 지식 노동자들의 협력을 통해 산출된 자동화 기계가 인간의 노동 시간을 해방하는 것은 사회관계의 변화, 급여와 자원의 재분배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에너지를 경제 분야와 재화의 생산으로부터 돌봄과 자기 배려 및 교육 분야로 옮겨놓기 위한 가능성을 창조할 수 있다. 현재의 실재적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이러한 해방 가능성은 나아가 환경 파괴를 경감하고 사회적 삶과 세계 평화를 질식시키는 신경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다.

 

이렇듯 현재를 변형하는 미래 가능성은 사회적 두뇌에, 즉 지식과 문화의 사회적 조직에 새겨져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두뇌는 현재 노동자들의 사회적 신체와 분리되어 기술적-언어적 자동 작용으로 추상화된 권력이 되었으며, 금융과 정치적·경제적·군사적 권력을 지탱하는 기술적-언어적 자동 작용으로 사회관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신체성은 해소될 수 없으며, 이제 일반 지성의 사회적 신체는 추상화된 연결 두뇌가 아니라 사회의 요구와 연결된 사회적 두뇌와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베라르디에게 자유로운 사상의 과제는 자유를 가능케 하는 것이며, 자유란 안에 새겨진 가능성을 잊어버리고 현재 전개되는 권력 형식만을 보는 리얼리즘의 협박으로부터 자율을 의미한다. 우리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현재에 새겨진 가능성을 자율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한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어둠의 힘이 생각과 상상력과 지식을 탐욕의 지배와 전쟁의 통치 아래 억압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베라르디는 절망이나 향수에 굴복하고 싶은 유혹을 극복하고 현재 위기의 어둠 속에도 더 좋은 세계가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방법으로서 ‘미래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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