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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 유감
2022 개정 교육과정 유감
  • 안상준
  • 승인 2022.11.2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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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2022년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10여 년 전 국정교과서 도입으로 홍역을 치른 교육계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논란은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의 최종 보고서를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수정하면서 비롯되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목적으로 설치된 국민참여소통채널은 교육부의 불투명한 운영과 자의적인 정보 통제로 오히려 의혹의 산실이 되었다. 수천 건의 국민 의견이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아 의견 수렴의 취지가 퇴색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접수 의견을 다시 볼 수 없게 아예 해당 게시판을 닫아버렸다. 

공청회는 의견 수렴은커녕 극단적인 대결과 파행의 현장이 되었다. 교육부의 자의적인 내용 축소와 삭제에 항의하는 진보적인 단체들에 맞서, 보수적인 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 용어 삽입과 성 소수자 삭제 등을 주장하며 고성과 폭력으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사회 구성원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은 보수적인 세력의 의견 위주로 반영함으로써 편향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나아가 행정예고안은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을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변경하여 ‘퇴행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과정 총론에 생태전환교육과 노동교육을 명시하라는 학계와 노동계의 요구는 이번에도 무시되었다. 이를 대신하여 “기후생태환경변화 등에 따른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표현이 추가되었지만, 추상적이고 애매한 표현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는 수단으로 보인다.

한편 고등학교 통합사회의 경우, 연구진은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장애인, 이주 외국인, 성 소수자 등”을 들었지만, 교육부는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꿨다. 차별과 소외를 겪는 대상을 분명히 하려는 연구진의 의도를 막는 조치와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보수 정부의 고질병처럼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었다. 역사과 정책연구진은 국민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적으로 대한민국 발전을 서술하면서 ‘민주주의’란 용어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는 단원의 성취기준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로 수정되어 예고되었다. 정책연구진의 학문적 전문성을 무시하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바꾸어 보수 정부의 역사해석을 강요한 무분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의 원칙 즉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념을 실현하는 보편적인 정치체제이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은 매우 다양하게 복합적으로 전개되었다. 즉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기독교 민주주의 등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민주주의의 실천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1948년 5월 10일, 이 땅의 국민은 민주주의 원리에 근거하여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최초의 선거를 치렀고, 이후 헌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수립했다. 정책연구진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민주주의 실현에 관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표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독재 정부와 수구적인 정치세력이 장기집권하면서 정부 수립 과정을 자유민주주의라는 좁은 프리즘에 가둔 역사해석을 바로잡는 시도이기도 하다. 애당초 현대사 서술에서 자유민주주의적 관점은 일관성 있게 적용되기 어렵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시련’ 대신 ‘민주주의의 시련’이라고 표현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이렇듯 그때그때 다른 기회주의적 관점의 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다분하다. 

절차상의 하자와 내용상의 퇴행으로 개정 교육과정은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 교육부의 반성이 필요하다. 이참에 선진국다운 교육과정을 위해 두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교육부는 정치교육, 경제교육, 노동교육, 생태교육, 환경교육 등 다양한 의제를 미래 세대에게 가르쳐야 한다. 둘째, 국회는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으로 교육과정 편성에 정부가 개입하는 후진적 관행을 반드시 개선하기 바란다.

안상준 논설위원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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