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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각에 기댄 ‘환호’ … 이면에 숨겨진 열등의식
미국 시각에 기댄 ‘환호’ … 이면에 숨겨진 열등의식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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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하인스 워드 신드롬을 보는 학계의 시각

하인스 워드는 우리에게 과연 ‘혼혈인’이었을까. 미국 프로풋볼 리그에서 그가 MVP로 뽑히자 한국의 언론은 너나할 것 없이 하인스 워드에 도취되어, 그와 함께 우리 사회의 혼혈인 차별 문제를 짐짓 심각하게 다뤘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종적을 감췄지만 말이다.

학계에서는 하인스 워드 신드롬과 혼혈인 차별 문제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워드가 우리 사회의 혼혈인 문제를 이슈화시킨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을 영웅시하고자 하는 대중과 언론의 심리를 분석해야지만 이번 워드 신드롬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사회학)는 “일견 호들갑스럽게 보인 워드 신드롬은 그가 우리사회가 동경하는 미국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면서 “혼혈인었다는 것은 부차적이 부분이었는데 언론이 보다 드라마틱하게 보이기 위해 다룬 측면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혼혈인 차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불러일으킨 사례라기보다, 박찬호, 박세리, 미셀 위 등 미국 스포츠 스타들을 통해 열등의식을 보상받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례로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혼혈인’을 배제하고자 하는 ‘한국인’이라는 관념은 하인스 워드처럼 선진국에서 성공한 사례들의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미국에서 인정받는 순간부터 우리사회는 워드를 한국인으로 적극 받아들이고자 했고, ‘한민족 피의 위대한 승리’라는 식의 논리가 곳곳에 펼쳐졌다”라고 지적했다.

유사하게 정준영 한국통신대 교수(사회학)도 “강대국에게 이겨 통괘함을 느끼는 약소국의 전형적 열등의식이 민족주의적 열광으로 나타났는데, 한국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에 대한 과잉된 욕구가 엿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내에서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의 찬사에 기대어 하인스 워드를 인정하고, 그에게 환호를 보냈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혼혈인’이 “단지 다르기 때문에 타자”로서 배척당하고 차별받는 대상이라고 한다면, 하인스 워드는 ‘혼혈인’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동욱 서강대 교수(철학)는 “‘타자’는 이상적인 척도에 대한 열등 정도에 따라 분류된 다음 왜곡된 형태로 사회에 받아들여지는데, 하인스의 경우는 타자성의 체험과는 정반대의 체험을 불러왔다”라고 말했다. 인식의 차원에서는 ‘혼혈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밖에도 학계에서는 어머니의 희생을 한국인의 민족적 덕목으로 내세우는 보수적 담론이 유효하게 기능한다는 점, 언론에 의해 배타적 민족 우월주의가 조장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점 등이 문제로 언급됐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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