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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평론 전집
박인환 평론 전집
  • 최승우
  • 승인 2022.10.10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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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엮음 | 푸른사상 | 344쪽

박인환은 1948년 4월에 간행된 『신시론』 제1집에 「시단 시평」을 발표한 이후 왕성하게 평론 활동을 했다. 「시단 시평」은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 운동의 근거와 지향을 나타내었다. 해방 이후 시인들이 쓴 시가 현실적이면서도 시대를 극복하는 작품이 드물다고 진단하고, “시대 조류 속에서 똑바른 세계관과 참다운 시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창조 정신이란 곧 인민의 것”이라는 인식도 보여줬다.

박인환은 「김기림 시집 『새노래』」(『조선일보』, 1948. 7. 22), 「김기림 장시 『기상도』 전망」(『신세대』, 1949. 1)이란 평론에서 보듯이 김기림의 시 세계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새노래』에 대해서는 유쾌한 매혹의 시집이 될 것이라는 덕담을 하면서도 “지적 정서를 아직도 상실하지 않은 시인 김기림 씨는 시사(時事) 문제를 정리 못 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위기한 내일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상도』에 대해서는 시의 형식과 사고를 에즈라 파운드와 T. S 엘리엇의 복합작용으로서 반작용을 일으켜놓고 새로운 정통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으므로 가장 국제적인 조선 시가 되었다고 호평했다. 보수적인 시의 전통과 인습에서 벗어난 요소의 혁신과 창조를 통해 정치, 경제, 과학, 문학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중략)

박인환은 해외 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 문예사조, 시인과 작가, 그들의 작품 등을 소개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신천지』, 1948)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인 불안과 동요 속에서 일어난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문학의 운동은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를 고찰했다.

키르케고르가 인간 실존의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구원을 신에서 찾았지만, 사르트르는 행동에 의한 자유에서 찾은 점을 높게 평가했다. (중략)

박인환은 시 창작과 소설 등의 번역뿐만 아니라 영화평론, 연극평론, 문학평론, 미술평론, 사진평론, 사회평론 등 다양한 평론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그의 평론들은 박학다식한 면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평론가 박인환의 열정과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푸른사상사에서 간행해오는 박인환 전집 시리즈 『박인환 번역 전집』 『박인환 시 전집』 『박인환 영화평론 전집』에 이어 박인환 시인의 평론을 모은 『박인환 평론 전집』(맹문재 엮음)을 펴낸다. 한국의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했던 박인환은 시 창작과 소설 등의 번역뿐 아니라 영화, 연극,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비평 활동을 펼치며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 그리고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줬다.

이 책에서는 문학과 영화를 비롯해 미술, 사진, 문화, 국제 정치, 기사 등 61편의 평론을 수록하였고, 박인환이 평론을 발표한 잡지의 표지, 기사 사진 등을 화보로 풍성하게 꾸몄다.

 

박인환은 『신시론』 제1집(1948)에 「시단 시평」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평론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 운동의 근거와 지향을 나타내면서 시인들이 갖춰야 할 참다운 시정신에 관해 언급했다. 국내 시인 신석정, 유치환, 함윤수, 김규동, 김현승, 김춘수 등의 작품을 고찰하며 특유의 직선적인 문장과 예리한 시선으로 집필한 평론을 『시작』 등에 발표했다.

박인환은 해외 문학에도 관심이 높았는데,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인 불안과 동요 속에서 일어난 초현실주의와 다디이즘 문학의 운동과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현대시를 개척한 영국의 시인 W. H. 오든과 S. 스펜더,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과 문예사조를 소개했다. 한국전쟁 동안 『경향신문』의 종군기자로서 활동했던 박인환이 쓴 전쟁기사나 세계의 시사를 다룬 글들도 당대의 현실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보여준다.

해방 이후 왕성한 평론 활동을 펼친 시인은 갑작스럽게 타계하기까지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미술, 사진, 사회평론 등 전방위적인 문화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국전쟁과 해방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 문화의 불모지와도 다름없었던 시기에 예민한 문화적 촉수와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던 문화비평가로서의 박인환의 면모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박인환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는 데에 한층 더 유용한 기초자료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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