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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에서 ‘반도체’로 경제의 급소가 바뀌었다
석유에서 ‘반도체’로 경제의 급소가 바뀌었다
  • 유무수
  • 승인 2022.10.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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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차가운 평화의 시대』 최계영 지음 | 인문공간 | 320쪽

미국·서구 중심의 기술동맹에 편승할 이유
기술패권 경쟁이 안보 우위의 확보로 연결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화로 경제적 유대관계와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세상에서는 전쟁이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은 무너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 디지털전환분과 위원장인 최계영 저자는 “어느 정도 낙관적인 미래 전망을 반영”했다는 전제하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대국간 ‘차가운 평화’의 시대가 본격화되었다고 진단했다. 차가운 평화의 시대란 군사적 충돌보다는 기술패권으로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과거의 기술경쟁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경쟁이었다면 이런 양상은 세 가지 이유로 변화되고 있다. 첫째,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것, 둘째, 전체 경제의 혁신과 번영을 좌우하는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해주는 첨단기술의 중요성의 증대, 셋째, 미국과 상이한 가치·체제를 추구하는 중국과 러시아와 기술 우위를 둘러싼 경쟁이다. 특히 기술우위는 군사·안보는 물론 체제경쟁이라는 성격을 내포한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반도체의 시대이다. 이미지=픽사베이

20세기에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를 결정하는 급소가 석유였다면 오늘날에는 컴퓨터 칩, 즉 반도체가 급소다. 우리 시대의 반도체는 자동차에서부터 거의 대부분 가전제품, 전투기, 로봇, 메타버스, 신약개발, 유전자분석, 미래 신산업, 첨단무기 시스템 개발, 군사시스템, 우주 및 초음속 기술 등 모든 전자제품의 작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엔진역할을 한다. 따라서 반도체는 기술패권 경쟁 이해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기술패권 경쟁은 4차 산업혁명에서 더 크고 우월한 생태계를 향한 경쟁이며 이 경쟁에서 승리할 때 경제·안보·체제 우위가 확보될 것이다. 미국의 대전략은 중국 포용에서 냉전시대 서방세계 대전략기조인 봉쇄로 전환하고 있으며, 선진국형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중국은 내부결속과 통제강화를 통한 내향적 성장전략으로 방어적 지구전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화의 결과로 세계는 모두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기에 전반적인 분리는 양진영 모두 감당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와 미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전반적인 분리보다는 패권경쟁의 핵심인 첨단기술 분야에 국한된 분리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미·중 갈등 사이에서 우리에게 국익차원에서 선택의 어려움이 있다는 인식이 많지만 저자는 미국이 첨단 분야의 관문을 사실상 장악하고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중간한 박쥐의 입장을 취하면 박쥐 취급을 받을 것이며, 점차 기술동맹에서 배제되고 장기적으로 산업경쟁에서 낙오하는 신세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서구 중심의 기술동맹 추세에 편승하는 것이 현명하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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