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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평론 전집
박인환 평론 전집
  • 최승우
  • 승인 2022.10.07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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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엮음 | 344쪽 | 푸른사상사

새로운 관점과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준 박인환 평론 세계

푸른사상사에서 간행해오는 박인환 전집 시리즈 『박인환 번역 전집』 『박인환 시 전집』 『박인환 영화평론 전집』에 이어 박인환 시인의 평론을 모은 『박인환 평론 전집』(맹문재 엮음)을 펴냈다.

한국의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했던 박인환은 시 창작과 소설 등의 번역뿐 아니라 영화, 연극,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비평 활동을 펼치며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 그리고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줬다.

이 전집에서는 문학과 영화를 비롯해 미술, 사진, 문화, 국제 정치, 기사 등 61편의 평론을 수록했고, 평론을 발표한 잡지의 표지, 기사 사진 등을 화보로 풍성하게 꾸몄다.

 

박인환은 『신시론』 제1집(1948)에 「시단 시평」을 발표한 이후로 활발하게 평론 활동을 전개하였더. 「시단 시평」에서 박인환은 해방 이후 시인들이 쓴 시가 현실적이면서도 시대를 극복하는 작품이 드물다고 진단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시 운동의 근거와 지향을 밝히고 시인들이 갖추어야 할 참다운 시정신에 관해 언급했다.

국내 시인 신석정, 유치환, 함윤수, 김규동, 김현승, 김춘수 등의 작품을 면밀히 고찰하며 특유의 직선적인 문장과 예리한 시선으로 평론한 글들을 『시작』 등에 발표했다.

박인환은 해외 문학에도 관심이 높았는데,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인 불안과 동요 속에서 일어난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문학의 운동과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현대시를 개척한 영국의 시인 W. H. 오든과 S. 스펜더,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품과 문예사조를 소개했다.

한국전쟁 동안 『경향신문』의 종군기자로서 활동했던 박인환이 쓴 전쟁기사나 세계의 시사를 다룬 글들도 당대의 현실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해방 이후 왕성한 평론 활동을 펼친 시인은 갑작스럽게 타계하기까지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미술, 사진, 사회평론 등 전방위적인 문화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국전쟁과 해방이라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 문화의 불모지와도 다름없었던 시기에 예민한 문화적 촉수와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던 문화비평가로서의 박인환의 면모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박인환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는 데에 한층 더 유용한 기초자료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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