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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예술 그리고 인생
연기와 예술 그리고 인생
  • 최승우
  • 승인 2022.10.07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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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삼 지음 | 456쪽 | 도서출판 동인

메소드 연기로 가는 길, 두 번째 여정

배우가 된다는 것은 자유롭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미 진정 자유롭다면 배우훈련은 필요 없다. 그저 연기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처음엔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 ‘상처 입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삶을 살면서 상처 입는 것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상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상처를 입었을 때 그 상처의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고 표현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치유의 시공간이 없어서 그 상처를 그냥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데에 있다.

상처 입은 인간으로 배우훈련과 연기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상처 입은 인간이기에 가장 보편적인 인간상, 즉 ‘상처 입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토대와 자격이 이미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상처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정직하게 연기의 여정과 배우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상처는 항상 나와 타인을, 그리고 나와 캐릭터를 ‘즉각’ 그리고 ‘깊이’ 연결해주는 확실한 연결고리다. 그렇게 배우는 상처 입은 인간을 아름답고 고귀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예술가가 된다.

연기와 관련된 모든 기술은 예술혼과 정신의 산물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기술은 그것을 낳은 정신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연기의 기술에만 매진하다 보면, 본래의 그 정신을 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배우들이 연기의 길을 가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은 마음에서 필자는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연기의 구체적인 훈련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훈련법을 위해서는 필자가 이전에 출간한 <메소드연기로 가는 길>, <배우, 시간여행자>, <배우적 상상력으로 희곡 읽기>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가 중심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초심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벽에 부딪히고 틀에 갇혔다고 생각될 때, 연기에 회의와 싫증을 느낄 때, 순수와 사랑을 되찾고 싶을 때는 이 책이 연기에 대한 재미와 의미를 되찾아 자신만의 즐거운 연기 여정을 다시 갈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이나 길잡이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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