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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근원적 목소리가 듣고 싶다
  • 유성호 한국교원대
  • 승인 2006.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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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칼럼, 기억의 계보학

  ‘칼럼(column)’은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비교적 짧은 시사적 에세이를 뜻한다. 물론 좁은 의미의 ‘시사성(時事性)’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경험과 식견이 사회적 현상이나 공동체의 비전에 대한 논리적 해석과 결합되어 발화되는 양식이 칼럼인 것만은 분명할 듯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세대는 칼럼을 통해 논리적 글감에 대한 경험을 시작했던 것 같다. 가령 조간신문에 실린 유명 논객들의 칼럼은, 우리들의 논리적 글읽기의 기원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때 우리는 그들의 촌철살인의 시선과 표현을 통해 동시대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간접 경험의 매혹을 누릴 수 있었다.


  내 기억의 가장 먼 곳인 1970년대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한국 지성계가 이념적 분화를 겪기 전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특별한 이념적 친소(親疎) 관계를 떠나 지적 교양은 물론 한 시대에 대한 해석과 판단의 암시를 그들의 명칼럼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점에서 1970년대는 분명히 ‘칼럼의 시대’였다. 이때 씌어진 송건호의 인상적 칼럼 '讀者로서 읽는 新聞'('씨알의 소리', 1977)은, 일제 시대의 신문을 열람한 끝에 “신문 구실을 못한 일제하 낡은 지면”을 통해 비유적으로 1970년대의 언론 상황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한 시대의 증언자로서의 언론 역할을 못하고 있는 기자로서의 자의식이 포함된 것이었다.


  1980년대 이후 언론 속의 칼럼은 매우 다양화된다. 내 기억에 그 이름들은 선우휘, 이영희, 김동길, 박현채, 이규태, 서광선, 김진만, 이어령, 정규웅 등으로 남아 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작고하였고 어떤 이들은 진보 진영의 상징이 되었고 어떤 이들을 보수 진영의 언론인이 되었다. 그야말로 활발한 이념적 분기(分岐)를 맞게 된 것이다. 이때 유명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이들로 우리는 동아일보 김중배와 최일남, 조선일보 류근일, 한국일보 장명수, 한겨레 정운영을 기록해야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는 억압적 통치 체제로 인해 지상(地上/誌上)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 언더그라운드의 언어가 활발한 불온성을 띤 채 공존하면서 서로 갈등했던 시기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를 벽두를 뜨겁게 달구었던 칼럼은 단연 김지하의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조선일보', 1991)이다. 강경대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분신 정국을 맞아 발표된 이 칼럼은 “젊은 벗들! 지금 곧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라, 그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이 칼럼은 당시 학생 운동 배후에 죽음을 부추기는 세력에 있다고 하여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그 발언의 주인공이 박홍이나 조갑제가 아닌 ‘김지하’였기 때문에 그 아이러니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2000년대 이후에는 다변화된 매체 환경과 언론 자유의 극대화로 인해 홍세화, 박노자, 김정란, 한홍구, 진중권 등 비판적 지식인들의 칼럼과, 그 나름의 문체적 개성과 전문적 식견을 지닌 전문가들의 문학, 영화, 과학, 경제, 의학 칼럼 등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무명 혹은 익명의 인터넷 칼럼니스트들이 거대한 규모의 자기 표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기억의 계보학을 가진 우리 언론 속의 칼럼들은, 교양주의적 읽을거리에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자기 표현에 이르기까지, 시민 민주주의가 마땅히 거쳐야 할 다양하고도 개성적인 토론거리들을 줄곧 담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칼럼들은 근대화, 민주화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해 다분히 정치, 경제 쪽의 편향을 보여왔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독자들은 이러한 시사성을 넘어서 생태, 여가, 예술, 종교 등 인간 존재를 구성하는 다양한 테마에 대한 근원적 목소리를 들려주는 새로운 칼럼니스트들을 요청하고 있다. 그들의 새로운 언어가 탈정치적 흐름을 선명하게 보이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칼럼의 모형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유성호(한국교원대 교수/문학평론가)

필자는 연세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주요 저서로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침묵의 파문', '한국 시의 과잉과 결핍' 등이 있음. 문학평론가. 계간지 '문학수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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